1,000만 서명운동, 안전과 생명을 위한 노동자파업 6월 28일 총궐기대회에서 배포된 유인물입니다. 첨부파일을 다운받으세요 [2014년 사회화와 노동 특별호 제2호] 1면 -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에 맞서자 2면 - 호텔 병원? 돈 없는 환자는 어디로 가나? -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병원노동자 투쟁 ------------------------------------------------------------------------------------ 박근혜 정부의 파상공세에 맞서자 - 1,000만 서명운동, 안전과 생명을 위한 노동자파업 지방선거 직후 파상공세 극우친일파 문창극 망언록과 유병언 체포작전이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사이, 어느덧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잊혀지고 있다. 애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를 주춤하게 만들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물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재난 대처, 구조보다 의전이 앞서는 행태, 규제완화 정책의 위험성, 안전관리 외주화의 문제점 등 숱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나. 6.4 지방선거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사실상의 승리로 막을 내린 직후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정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며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의료민영화에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1일에는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철거했다.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아무런 성찰없이 핵발전소에서 도심지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 것이다. 19일에는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학생인권을 위해 앞장서 온 전교조는 오히려 자신의 법적 지위를 박탈당했다. 7월이 중요하다 게다가 안대희, 문창극이 물러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유임을 결정했다. 인사참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낸 인물이다. 대국민담화에서 공언한 바 있는 ‘국가대개조’가 급조된 허풍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조만간 청문회에 등장할 국정원장 및 장관후보자들의 면면에서도 기존 국정기조를 고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단적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의료 사업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다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의료민영화를 찬성한 대표적인 규제완화론자다.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눈물을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새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듯 당당해졌다. 이제 7월을 넘기면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1,000만 서명운동의 정치적 의미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기만에 맞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정부 인사개편과 무능력한 국정조사에 대한 일말의 기대 없이, 유가족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독립된 기구”를 구성하여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근본적 대책”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 우리는 유가족과 함께 더 많은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박근혜 정부의 기만을 폭로하는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결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대안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모아내자. 안전과 생명을 위한 파업 둘째,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현실화해야 한다. 6월~7월 진행될 병원노동자,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그 출발점이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문제, 화물운송 시 과적으로 인한 사고위험, 수직증축 규제완화로 인한 건물위험 등을 알리는 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안전과 생명을 위해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가 파업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지켜내면서, 일터의 안전과 사회의 안전이 긴밀하게 연계되어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안전비용을 줄여 이득을 본 실제 경영총책임자에게 사고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도 이뤄져야 한다. 7월말 민주노총 동맹파업까지 이러한 운동을 확대해나가자.
건설총파업,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싸움으로 [%=사진4%]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국가다. 그 중 업종사망률 1위는 건설업이다. 한 해 건설노동자 700여 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부문의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작년 정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안에는 리모델링시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작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올해 4월 22일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4월 25일부터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게 되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란?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준공한지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에서 최대 3개 층까지 증축을 허용하는 것이다. 주택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준공 후 15년이 넘은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가능했다. 다만 기존에는 건축물에 옆으로 덧대 면적을 확장하는 '수평증축'과 단지 안의 여유부지를 활용한 '별동신축'만 허용되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별도의 동을 신축하거나 수평으로 증축할만한 여유공간을 두고 설계된 아파트 단지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기존 리모델링 방식으로는 법에서 규정된 용적률 증가 허용분 규정(전용면적 85㎡ 이하는 기존면적의 40%, 85㎡ 초과는 30%)을 활용하기가 힘들어 관련 건설업계와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수직증축 허용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다르다. 재건축의 경우 지은 지 40년 이상 된 아파트여야 가능하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만 지나면 되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아파트가 훨씬 많다. 현재 그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약 430만 호·19만 3000여 동이며, 국내 아파트 재고의 절반(49.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사 기간 역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훨씬 짧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도 단기간에 성과를 노릴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더 구미에 맞을 것이다. 또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소형평형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강제조항이 없다. 즉 세대수 증가로 인한 이득과 주택가치 상승은 모두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에게 사유화되는 것이다. 특히 비강남권은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이 정책의 수혜는 강남과 분당 등 특정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2%] 이명박 정부조차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한 수직증축 이런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이명박 정권조차도 안전성을 이유로 거부해 왔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0년 연구보고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세대증축 등의 타당성 연구’에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건물의 구조안정성에 대해 “오래된 공동주택의 경우 도면이 없는 경우가 많아 기존 구조물의 성능파악에 한계가 있고 기존에 수직증축에 대한 대비가 없어 수직증축이 진행될 경우 기초 및 수직부재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증축을 위한 접합・보강설계 및 시공이 복잡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준 및 시방이 미비한 실정”으로 평가하고 있고, 또한 “기존의 재건축에 버금가는 철거와 이주 및 증축을 수반하는 리모델링으로 […] 이러한 방식은 철거에 의해 구조체의 물리적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 있어 본래의 철근콘크리트(RC)조의 수명이 도래하기 전에 구조체의 전면철거가 불가피”해 질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는 2012년 12월까지도 수직증축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진3%] 요약하자면, 도면이 없어 애초에 구조강성을 파악할 수 없는 건물도 많고, 설사 도면이 있더라도 설계대로 시공이 되었다는 보장도 없다는 말이다. 또 정부에서는 안정성 검사를 이주 전 1차, 이주 후 내장재를 제거한 상태에서 2차로 실시하여 안전성을 확보한 뒤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듯 건설사의 이해 앞에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입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한 상태에서 내장재까지 뜯었는데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니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할 ‘간 큰’ 기관이 어디에 있을까? 대형참사를 부른 규제완화, 수직증축에도 이어지나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건설사의 새로운 돈벌이가 된다. 리모델링 시 수직증축 여부는 아파트 입주자로 구성된 리모델링 조합에서 결정한다. 그렇다고 자산가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기업과 입주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둬도 될까? 수직증축 허용은 1990년대 이래 정부가 추진해온 전형적인 규제완화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그러한 규제완화가 대형참사의 배경적 원인이 되어 왔음에 주목해야 한다. 서해 페리호 사고 이후 정부가 맡고 있던 운항관리 업무는 선주들의 조합인 해운조합으로 이관되었고, 해운조합에서 임금을 받는 운항관리사들이 선주들의 이해를 침해하면서까지 출항 전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은 당연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연안여객선의 선령제한을 완화하면서 안전항행검사를 1년마다 받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정부 역시 안전항행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가 있음은 이미 파악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면서 선령제한 완화가 문제가 아니라 검사기관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고 문제가 터지니 고양이 탓을 하는 꼴이다. 수직증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의 안전성 검사를 하게 되어 있지만, 안정성 검사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이는 규제완화를 정당화하기 위한 책임 회피 수단에 가깝다. 게다가 2009년 사고 발생시 직접적인 안전 관리자와 함께 기업주를 처벌하던 규정이 완화되어 기업주들은 법에 규정된 안전상 조치를 형식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게 되었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안전을 도외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안전관리자를 두는 등 소정의 절차를 지키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뒤 면죄부까지 쥐어준 격이다. 이렇듯 규제는 정부의 책임을 분산하고 기업주의 이해에 부합되는 쪽으로 변화해 왔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역시 그간 규제완화 공식에서 한 치의 벗어남도 없이 방도를 갖추고 기업의 이해에 맞게 등장했다. 건설총파업,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싸움으로 건설노조는 7월 22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총파업 공통요구안 1번은 “산재사망 처벌 특별법(기업살인법) 제정”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건설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광교 현장 타워크레인 사고 역시 노조가 몇 달 전부터 안전문제를 제기하였지만 공사를 강행하다 발생했다. 이처럼 대부분은 업체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안전을 도외시 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건설노조의 요구안은 비록 산재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대중교통이나 건설과 같은 공공재를 다루는 산업에서 산재는 곧 대형 참사와 동의어다. 게다가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부실 공사 현장을 목격한 증인이다. 이번 총파업을 계기로 현장의 건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동시에 수직증축 허용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자기 증언을 통해 정부의 규제완화가 가진 문제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건설노조의 요구안인 기업살인법 제정은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모두 위협하는 핵심고리인 기업주의 탐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국면전환뿐 5월 31일 세월호 참사 3차 범국민 촛불행동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이후 촛불집회 및 사회진보연대가 참여하는 서명운동시에도 배포할 예정입니다. 첨부파일을 다운받으세요 [2014년 사회화와 노동 특별호 제4호] 1면 - 잊지말자! 책임을 묻자! 대안을 만들자! 저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국면전환뿐 2-3면 [반복되는 참사] - 언제까지 반복할텐가... 면피성 대책,책임회피,비용절감... 결국엔 규제완화 - 서해 훼리호 침몰, 단 하나의 교훈도 얻지 못했다 - 성수대교, 상품백화점 붕괴 부실공사는 계속된다 - 대구 지하철 참사, 사고가 나도 안전인력은 줄인다 - 사고 대책 왜 소용이 없었나 - 유가족들만 싸우게 둘건가 4면 [해외사례와 교훈] - 잊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 최악의 참사를 탄광 안전 개선의 계기로 만들다 - 경영총책임자의 포괄적 책임을 묻자: 참사를 겪은 다른 나라들은 어떤 교훈을 얻었나
[%=사진2%] 위기는 기회다?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은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30여 분의 담화 말미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34일만이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61%에 달하던 정부 지지율은 한 달 사이에 46%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6·4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사과와 눈물이라는 수세적 제스처와 달리 이번 대국민담화의 의미는 상당히 공세적이다. 정부로서는 국면 전환을 위한 ‘한 수’인 셈이다. 담화를 통해 정당성을 획득하고, 중간층을 다시금 자신의 지지층으로 결집시킨 후에는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변함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여러분께 약속드린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사회 개혁과 부패척결을 강력히 추진할 것입니다”라는 대목에 와서는 오히려 정부가 이 위기를 기회로, 즉 단호한 정책 집행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는 강한 의지마저 느껴진다. 책임회피와 희생양 만들기에 집중 해경 해체, 안행부 축소, 국가안전처 신설이라는 정부 부처의 혁신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예상보다 강력한 조치라고 느꼈고, 조선일보는 ‘충격적 대응’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담화문에는 사고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은 없고,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해경과 선장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내용만 있었다. 유가족대책위는 대통령 담화에 유가족이 요구한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실종자, 사망자, 생존자 가족들이 제기해 왔던 요구, 시민들이 제기했던 근본적 의문들에 책임 있게 답하고 있는가? 담화문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은폐하고 있는가?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 초기대응 실패의 책임을 해경의 무능, 그리고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찾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경을 해체하고, 해경·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의 업무 중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분리하여 새로운 정부 부처인 ‘국가안전처’가 관장하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무려 세 개의 기관을 재편하는 과감한 결단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 없이 성급하게 꼬리를 자르려고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경부터 청와대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부처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청와대를 쏙 빼놓고 부처개편안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지난 16일 면담에서 유족들이 요구한 ‘대통령까지도 포함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는 담화문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참사 대응 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과 불신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손쉽게 책임자의 위치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말로는 대통령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다 했지만 실제로 지는 책임은 없었다. 담화문이 은폐한 참사의 구조적 원인 재난대응시스템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재난 예방을 위한 해법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사고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담화문이 이번 참사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사회 전반의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다. 보수언론이 지속적으로 참사의 배후라 지목해 왔던 ‘관피아’를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사 이전부터 정부가 외쳐 온 공공부문 정상화의 맥락과 정확히 겹친다. 그러나 관료의 비리, 민관유착은 참사의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대통령은 참사 이후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제기해 왔던 ‘규제 완화’의 문제를 교묘하게 피해갔다. 선박 규제만 놓고 보더라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완화된 규제가 20건이 넘는다. 선박의 연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리고, 과적 및 적재 기준을 완화하고, 선박검사·수리 기술자를 파견노동자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모든 조치가 정부에 의해 행해졌다. 자본을 위한 규제완화를 국정 과제로 삼아온 정권의 문제이지 일부 관료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직무유기, 증축·과적 등 청해진해운의 비정상적 이윤추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자본주의에서 청해진해운이 과연 비정상적인 존재인가? 청해진해운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안전업무 외주화·노동유연화 등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이 취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전략이다. 청해진해운 역시 느슨해진 규제를 활용하면서 안전 비용을 줄여 이득을 봤던 하나의 기업이며, 세월호 선장은 그런 구조 속에서 무책임을 체화한 개인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구원파라는 종교집단의 특수성과 엮어 악마화되고 있는 청해진해운과 세모그룹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들에게 충분한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기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은 지금부터! 애도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발표된 이번 대통령 담화문은 사고의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을 차단하고 참사의 원인을 일부 비정상적 관료와 기업만의 문제인양 왜곡시키고 있다. 이는 유족을 포함한 수많은 국민들이 제기해 온 문제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처사이다. 사고의 원인을 만들고 참사를 키운 책임자인 정부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유가족이 요구한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를 통한 성역 없는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들아 미안하다”는 국민들의 비통한 외침은, 생명보다 돈을, 안전보다 효율을 우선시해왔던 한국 사회에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뼈아픈 성찰에서 나온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규제완화, 외주화를 중단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1%] 추모 방식, 바뀌고 있다 시민들의 추모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 슬픔과 미안함을 넘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는 행동이 되고 있다. 5월 8일엔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했고, 그 다음 날엔 안산의 고등학생들이 친구들을 잊지 말아 달라며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5월 10일엔 2만이 넘는 시민들이 안산과 서울에 모였다. 시민들의 요구는 우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우리가 한 달 넘게 보고 있듯이 세월호 참사는 사고 원인부터 사고 후 구조과정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투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정권은 선원들과 유병언 회장 일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부실대응과 미심쩍은 행동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살릴 수도 있었던 승객들을 정부가 결국 죽게 만든 것이 아닌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한편, “이게 국가냐”라는 탄식처럼 시민들의 분노는 이미 정권에 대한 규탄을 넘어서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도 여러 대형 안전사고가 있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어서 그랬다고 여겼다. 하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기업이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해 가는 지금 예전보다 더 참혹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건 국가가 덜 발전한 탓이 아니라 잘못 발전한 탓이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적당한 생색내기식 제도 개선이 아니라 국가 발전 방향의 근본적 전환이다. 노동운동이 앞장서야 시민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규제받지 않는 자본, 무능한 국가, 억압된 사회운동, 그리고 무책임한 정권이 참사의 구조적 배경이다. 수익을 위해 안전을 무시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자본이 사고를 냈다. 시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기업 지원에는 열과 성을 다해온 무능한 국가 시스템이 사고를 참사로 키웠다. 국가와 자본에 의해 억압되어온 사회운동은 사회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견제자 역할을 하지 못했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는 그나마 가능했던 구조 활동까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사태를 최악으로 몰았다. 그러나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또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중장기적 과제를 제시하는 대안적 목소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제 최전선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싸워온 노동운동이 앞장서야 한다. 민주노총만큼 참사의 진실,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가 어떤 안전문제를 만들어 냈는지 잘 아는 집단은 한국에 없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안전 점검부터 실제 운영까지 현장에서 수십 년을 일해 온 안전 전문가다. 건설노조의 조합원들은 건축물 안전에 대해,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공장 안팎 안전에 대해, 민간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은 상업시설 안전에 대해,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은 정부 안전 규제 실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규제받지 않는 자본과 무능한 국가 시스템, 그리고 정부와 자본의 노조 탄압이 어떻게 위험을 만들어 내는지 민주노총 조합원만큼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세월호 참사는 어떤 점에서 노동자들이 매일 매일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사고의 결집체다. 현장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자 몇 번의 집회로 노동운동의 실천을 제한하지는 말자. 박근혜 규탄의 목소리를 거리에서 모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운동이 스스로 시민 안전에 관한 대안이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 총연맹, 산별, 지역을 거쳐 지침을 통해 하향식으로 동원되는 집회 몇 번으로 변할 것은 별로 없다. 우리 민주노조가 산업안전에 관한 기준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냈는가 떠올려보자. 쟁대위 지침으로 현장의 질서를 만들었었나? 전문가가 만든 기준을 가져와 관리자를 설득했나? 아니다. 스스로 일하며 현장에서 깨달은 안전 기준을 관리자들과 머리 터져가며 싸워 현장에 정착시켜 온 것이 노동안전 개선의 역사였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 정부가 몇 가지 부처를 더 만들고, 급조한 법률 몇 개를 가져다 놓는다고 변할 건 없다.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 시민안전에 관한 대중운동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해보자.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자신의 현장과 생산품을 대상으로 안전 문제를 일제 점검하고, 현장에서부터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 안전사고 노동자 조사위원회’와 같은 특별 기구를 만들어 이 대안들을 모으고, 대국민 안전 보고서를 제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매년 만드는 사안별 투쟁본부나 산별노조, 연맹들이 필요에 따라 조직하는 대책기구 등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다. 수개월이 걸린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세상을 진짜로 바꾸기 위해 우리 노동운동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대안이 될 수 있는 실천이고, 현장에서부터 올라오는 대중운동이다.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반박근혜 투쟁과 함께 민주노조 운동은 생산의 현장에서 시민 안전에 관한 대안을 만들자. 이것이 세월호 참사를 민주노조 운동이 가슴에 새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