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el and Fury 高유가에 타오르는 분노 에너지세 높은 유럽에서 98년 이후 석유값 3배나 올라 독일에선 트럭기사들의 도로 시위로 국경이 봉쇄되기도 Stryker McGuire 런던 지국장 -------------------------------------------------------------------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잠시 한눈을 판 대가를 치렀다. 시에라리온 반군에 인질로 잡혀 있는 영국군 1개 소대의 구출작전에 2∼3일간 정신을 빼앗긴 탓에 증폭되는 자국 내 위기를 깜박했나보다. 영국 전역에서는 유가인상에 격분한 트럭 기사와 농민들이 정유소 문을 봉쇄하고 서행운전으로 고속도로 통행을 방해했다. 블레어는 지난 11일 러프버러市에서 소위 ‘U.K. 온라인’이라는 정부의 新경제 계획을 홍보하던 중 舊경제의 악몽에 정면으로 부닥쳤다. 시위대에서 한 명이 블레어에게 “석유값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노골적으로 빈정댔다. 블레어는 이제 석유값을 정확히 안다. 운전기사를 거느린 유럽 각국의 정부 수반들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한 지난 주말께 영국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주유소의 기름탱크가 바닥 났으며 하루 이틀이면 온나라가 멈춰 설 지경에 처해 있었다. 영국은 결국 혼란에서 벗어났지만 항의시위로 브뤼셀의 거리들은 텅 비었고, 바르셀로나로 들어가는 고속 도로가 트럭 기사들에 의해 봉쇄됐으며, 아일랜드와 폴란드에서도 ‘서행 운전’으로 교통이 정체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부와 트럭운송 단체들 간의 협상으로 유가가 인하되면서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시위로 벨기에와의 국경이 봉쇄됐다. 헤이그에서는 로열 더치/셸 정유회사의 2인자 예룬 반 데르 베르가 트럭에 의한 봉쇄를 우려해 금요 오찬에 참석하는 손님들에게 대중교통의 이용을 권했다.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네번째 오일쇼크였다. 1970년대 초와 말, 그리고 1990년에 터진 세 차례 오일쇼크의 원흉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연합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2주 전 프랑스에서 시작돼 지난주 영국으로 번졌으며, 유럽 전역으로 확대돼 이번주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의 참가자들이 보는 유가 인상의 원흉은 바로 자국 정부다. 원유가는 지난 오일쇼크 때와 마찬가지로 1998년 말 이후 3배나 인상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아랍 산유국 거물들의 허수아비를 불태우지 않았다. 영국 시위대는 블레어에게 욕설을 퍼붓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유로화 약세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 유럽인들은 유로화 가치 하락 때문에 원유 배럴당 약 6달러를 추가 지불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석유 소비자가의 대부분은 세금이다. 영국 석유소비자연합의 레이 홀로웨이 총무는 “그건 OPEC과 무관하다. 이번 사태는 정치인들 책임”이라고 말했다. 홀로웨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OPEC의 원유가 인상으로 휘발유 구매시 부가세는 증가하겠지만 다른 세금과는 무관하다. 부가세는 판매세이며 룩셈부르크·포르투갈의 12%와 덴마크·스웨덴의 25% 등 가격의 백분율로 계산된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석유 소비자가는 정부가 정한 에너지세로 엄청나게 비싸진다. ℓ당 1.15달러인 영국의 휘발유 가격은 76.2%가 세금이다. 미국의 휘발유가는 ℓ당 45센트로 22.8%가 세금이다. 유럽은 에너지세가 높기 때문에 에너지세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미국보다 연료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렇다고 그 에너지세가 특별히 환경과 관련돼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에너지세는 특정 프로젝트용으로 배정되지 않는다. 일부가 대체에너지 개발, 도로건설, 대중교통 계획을 위해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소득세 수입과 합쳐져 보건·교육·복지 등 기본 사회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독일의 에너지세는 파산한 연금제도를 버텨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대에 약간의 양보를 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국가 마비사태를 막기 위해 트럭기사·농어민 및 기타 단체들에 1.9%의 연료세 인하를 제의했다. 블레어 영국 총리는 강경자세를 취했다. 시위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자영업자들이 계속되는 정유소 봉쇄로 야기될 진짜 혼란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시위대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는 11월까지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물러섰다. 약간의 정도 차는 있겠지만 지난주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런 식이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연료세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했지만 시위가 격화되자 농민·연금생활자·저소득 가구에 대한 특별 구제책을 약속했다. 스페인 트럭기사·농민·어민·택시기사 연합의 한 대변인은 “프랑스처럼 싸우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단호했다. 로드리고 라토 재무장관은 “이 상황에서 세금을 인하해 소비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로써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30달러 선을 넘어선 원유가가 40달러에 육박할 것이며 더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위기가 닥칠 것이다.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에 맡겨두라고 주요 선진국들은 늘 우리에게 말해왔다. 자, 이게 바로 시장에 맡긴 결과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로열 더치/셸의 반 데르 베르는 멀리서 트럭 4백 대가 울리는 경적이 들리는 가운데 금요 오찬 손님들에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분위기가 유럽 전역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옳다면 스웨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의 연료세는 1978년 이후 5배 인상됐지만 그와 관련한 시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스웨덴 자동차협회의 토마스 닐손은 1998년 9월 운전자들에게 몇 분간 자동차를 멈춰 고유가에 대한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던 일을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웨덴인들은 프랑스나 영국인들과는 달리 사람들이 소심하다. 호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투덜댈 뿐이다. 기껏해야 차에 항의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다.” 하기야 영국인들도 프랑스인들과는 달랐다. 지난주 이전에는 말이다. 'We're the Easiest Scapegoat' “산유국들은 동네북이 아니다” 쿠웨이트 석유장관, “高유가를 OPEC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 Stryker McGuire 런던 지국장 -------------------------------------------------------------------- 셰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지난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식 각료회의에서 원유 증산을 주장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일조했다. 뉴스위크의 로드 노들랜드 발칸 지국장이 지난주 그를 만났다. OPEC은 정말로 원유 생산량을 하루 80만 배럴 늘릴 것인가, 아니면 단지 그동안 쿼터를 속여온 회원국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인가. 이미 약속한 50만 배럴에 30만 배럴이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귀하의 질문에도 일리가 있다. 일부 회원국들이 쿼터보다 많은 양을 생산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쿠웨이트가 생산을 늘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술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시장의 불경기를 막기 위해서였다. 우리 경제는 구미 경제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기가 침체되면 우리 경제에도 여파가 미친다. 일부 시사 해설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혹은 그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문제는 적정 유가가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회원국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OPEC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쿠웨이트의 경우 국적을 가진 인구는 1백만 명도 안되지만 정부 예산은 매우 높다. 한편 이란 인구는 6천만∼7천만 명에 이른다. 배럴당 50달러를 원하는 수출국도 있다. 그래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배럴당 평균 25달러 선에서 협 의중이다. OPEC 회원국들은 현재의 고유가를 2년 전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로 떨어졌을 때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으로 보는가. 쿠웨이트는 1998년 석유 예산에서 50%의 적자를 보았다. 엄청난 적자였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큰 흑자나 터무니없는 수익이 아니라 균형 예산이다. 지나친 요구인가. 상호 비난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석유 소비국들은 OPEC을 고유가의 주범으로 비난하고 OPEC은 그들 소비국의 높은 유류세에 화살을 돌린다. 유럽의 시위대는 OPEC을 탓하지 않고 자국의 유류세를 탓하는데. 어쨌든 소비자들의 비난은 달갑지 않다. 지금은 정부를 비난하지만 곧 OPEC을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오나 가나 동네북이다. 유가가 배럴당 8∼10달러일 때는 아무 소리 없었다. 이번 유류파동을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나. 우리의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소비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합의가 되면 마음이 편하겠다. 이번 파동이 원유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가. 세계 시장에 나와 있는 원유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정유소다. 그들은 시장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하고 있지 않다. 말로는 1백% 가동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소는 대체로 생산량을 줄인다. 그들에게는 경제학 원리도 통하지 않는다. 각국 정부가 높은 휘발유 소비세를 인하하기를 바라는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질문이다. 그런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지만 세금이 유가의 70%에 이를 정도라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내 생각엔 세금이 좀 높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