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진보강좌> 2강 신자유주의와 노동의 위기 - 사회진보연대 불안정노동철폐사업단 윤애림 신자유주의의 동전의 양면 : 금융세계화와 노동의 불안정화 -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화는 기존의 초국적 은행이 주도한 금융세계화와는 상이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그것은 핵심적으로 ‘자유기업’에 기반을 둔 제국주의이며, 그 결과 전세계에 법인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즉 직접투자와 인수합병을 강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제3세계 외채 위기를 활용하여, 이러한 국제적 규율을 강제하는 법을 알게된 미국은 제3세계 국가의 국내 금융체제와 상품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달러-월스리트 체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1985년의 브레디 플랜은 미국정부와 IMF의 개입의 공적 개입을 통해서 외채상환 기간의 조정뿐만 아니라, 부채의 주식으로의 출자전환 및 금융제도 개혁을 통한 주식시장 활성화, 저금리 정책을 통한 주식시장 부양 등의 정책을 제3세계에 강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금융부문은 이자낳는 자본의 보다 안전한 활동형태, 즉 주식시장을 매개로 산업부문과 직접적으로 결합되는 형태로 전환했다. - 이러한 축적 체제에서는 산업과 금융이 주식시장을 매개로 결합되는데, 이 때문에 생산에 대한 투자는 철저하게 금융의 논리에 종속된다. 그 결과 생산 부문에서는 정리해고 등으로 표현되는 다운사이징이 추진되고, 유연화와 린-생산의 도입 등의 착취도 강화 및 자본의 비용절감 노력이 진행되지만 그것의 목적은 생산의 팽창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영 혁신’의 결과 예상되는 장래의 높은 경쟁력(hi-performance)에 대한 기대와 그에 따른 주가 상승에도 두어진다. 그리고 주주행동주의에 의해 강화된 금리생활자들 및 기관투자자들의 권한은 끊임없는 단기 수익의 향상을 목적으로 경영층의 파괴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부추긴다. - 금융화는 생산부문에서 지속적인 비용절감 노력 및 착취도 강화 노력을 자극한다. 그에 따라 생산 자본은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화 경향을 내포하게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내부의 다양한 부문의 불균등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기계화 및 자동화 등과 같은 기술적 혁신은 모든 부문의 미숙련 노동의 불안정화를 낳는다. ■ 총괄적 품질관리(TQC), 팀작업, 배치전환 등 린-생산에 동반되는 각종 조직적 혁신은 모든 부문 미숙련 노동의 불안정화를 낳는다. ■ 생산의 해외입지는 착취도를 강화시키며, 모든 일자리를 억압한다. ■ 과잉착취를 위한 분절화 경향은 산업예비군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차별을 통한 노동시장의 분단을 야기한다. ■ 축적과정의 무계획성은 숙련과 일자리의 불일치에 따른 노동력의 희소성과 과잉을 낳는다. ■ 서비스 부문의 자동화와 합리화는 노동집약적 서비스 활동에서의 기술적 실업을 증가시킨다. ■ 국가의 재정위기는 정부 부문 일자리 창출의 역량을 감소시킨다. - 이것이 노동과정에서는 적극적인 린-생산의 도입을 통한 조직적 혁신으로 드러난다. 오늘날의 노동과정 재편에 핵심 축은 ‘조직적 혁신’에 놓여있으며, 그러한 조직적 혁신을 통해서 끊임없니 노동과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생산공정 일부를 ‘외주’하거나 혹은 하청 체계를 통해서 반-완제품을 구매하는 형식은 원청업체의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율의 위기를 외주 및 하청업체로 전가시킨다. 그리고 작업장 내에서의 여타 조직적 혁신들은 이른바 ‘긴장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stress)’를 통해서 노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착취도를 증가시킨다. - 노동시장에서 노사관계 안정은 금융 팽창에 한 가지 필수 조건이 되지만, 동시에 생산부문에서의 이윤율 하락은 끊임없는 노동시장 압박요인이 된다. 즉, 산업 자본은 주가를 통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금융시장의 압박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의 갈등을 기존의 형태로 격화시킬 수 없지만, 동시에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시킬 여지도 희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노동시장에 대한 산업 자본의 몇 가지 전략이 도출된다. ■ 모순적 상황에 대한 ‘금융적’ 해결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오늘날의 자본축적은 노동대중의 일부를 ‘금융화’에 적극적으로 포섭하는 전략을 노동통제의 기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자 대중을 분할하는 내부노동시장 형성의 기제에서 실물적인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는 우리사주나 종업원 지주제 혹은 스톡 옵션(stock option) 등이 적극 추진되는 것이다. 이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효율성 임금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 모순에 대한 정치적 방식의 해결이 존재할 수 있다. 즉, 국가와 자본의 제휴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노동자 조직을 적극적인 관리 주체로 포섭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보다 거시적인 형태를 띠는 것으로, 국가-자본은 이른바 ‘노사정 합의’라는 형태로 ‘관리주의’를 노동자 조직 내로 이식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결코 제거되지 않는 실업 노동자 대중이나 도시 빈민층을 이른바 ‘생산적 복지’를 통해서 관리하고자 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모두가 승리하는 게임(win-win game)’이라는 정치적 담론과 이른바 ‘신-현실주의’라는 노동운동의 실용주의적 노선에 의해 뒷받침된다. ■ 하청망이나 외주의 확대는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자본은 노동비용의 절감뿐만 아니라, 노동자 대중의 단결력과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노동통제를 강화하는 전략을 자본의 조직화 방식 속에 결합시켜 내는 것이다. 많은 경우 외부화된 생산과정은 서비스 부문의 형태를 띠면서 고용관계를 은폐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원청업체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으로 인해 단결력이 구조적으로 제약되는 경향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노동력 관리전략 - 오늘날의 자본축적은 기본적으로 노동대중의 분할 및 이에 근거한 배제와 포섭의 체계에 근거하고 있다. 레이건이나 대쳐의 신보수주의 정권은 노동자 대중을 ‘건강한 시민’과 ‘기생충’으로 분할하여, 오직 전자만을 안정적 관리 체계 속에 포섭시키고, 끊임없이 노동대중의 일부를 사회의 기생충으로 규정하여 일정한 ‘규율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이러한 배제와 포섭의 체계는 보다 세련된 ‘관리주의’ 형태로 전환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른바 ‘가계의 금융화’를 유도해서 노동자 대중의 일부에게 금융적 팽창의 과실을 분배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에 기반한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노동대중에 대한 관리와 배제를 보다 세련된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신자유주의가 신보수주의의 논리를 부분적으로 흡수했음을 의미한다. - 기존 취업 노동자들 중 일부에 대한 ‘금융적’ 배분의 확장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연봉제와 성과배분제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 즉 노동과정의 불안정성을 강화하고, 해고의 위험을 높이지만, 소수의 노동자들에게는 물질적 혜택을 준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 상장 기업의 경우 종업원 주주제나 우리사주, 혹은 스톡옵션 등을 통해 금융적 팽창의 일부를 공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그 외형과는 달리 일종의 ‘강제임금’의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즉, 자본은 퇴직금이나 임금의 일부를 금융자산 형태로 강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노동자의 소득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나아가 자본의 금융적 불안정성이 곧바로 노동의 소득 불안정성으로 귀결되도록 하는 효과를 가진다. - 노동운동에 대한 정치적 관리주의의 확산 전략이 존재한다. 노사정 위원회의 활성화를 통한 이른바 ‘신노사관계의 정착’은 이러한 전략의 분명한 표현이다. 이러한 관리주의는 법적, 제도적 헤게모니에 근거해서 노동운동을 지속적으로 갈등과 협상의 틀 속에 포괄하는 양상을 가진다. 즉, 관리주의는 갈등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정책적 차원에서 ‘갈등 속의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리주의 확산을 위해서 정부는 가능한 노동진영의 창구를 단일화하고, 그러한 창구가 기층의 저항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면서도 부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국가의 전략은 끊임없이 노동운동 내부에 실용주의와 실리주의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 유연화와 실업 및 불안정 노동의 확산에 대한 사회적 관리전략이 존재한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가 바로 그것이다. 관리주의는 어떠한 관리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보수주의의 대안과는 구분되지만, 결코 실업 및 불안정 노동을 제거하지도 않으며, 노동자 대중의 빈곤을 제거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전략은 먼저 실업 노동자나 불안정 노동자를 ‘빈곤층’을 규정하고, 이들이 어떤 열악한 환경에도 일하려는 의사를 가지며, 사회적 불만 세력이 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가진다는 것을 표방하도록 강제한다. 그러한 조건 속에서만 ‘제한적인’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지불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노동대중이 소수의 일자리를 놓고 지속적으로 경쟁하도록 만들며, 동시에 포화상태에 빠진 노동시장에서 일부를 노동시장 밖으로 퇴장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신자유주의하에서 노동의 전략적 선택 - 1991년을 전후로 이러한 급진적 대중투쟁의 물결이 사그러들고,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자유주의적 관리체제가 부분적으로 구축되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몇 가지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1) 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에 내재된 실리주의를 변화된 상황에 걸맞게 극복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것은 노동자 대중 내에서 재생산되는 소위 ‘기업별 의식’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라는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는 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한 측면, 즉 ‘전투적 실리주의’, 혹은 ‘전투적 경제주의’의 한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를 보편적 계급으로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다 엄격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의 핵심적 문제는 ‘전투적’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리주의’라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단순히 기업별 의식을 재생산하고 있는 기업별 노조체계를 산별 노조체계로 재편함으로써 노동자 대중의 의식을 산별 의식(?)이나 산별 실리주의로 대체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한국 노동운동이 실리주의를 극복하고, 나아가 정권과 자본의 관리주의와 단절하여 보다 보편적인 정치적, 사회적 투쟁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2) 1980년대 이후 지속되어온 노동조합의 요구, 즉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 및 협상 파트너로서의 인정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1990년대 중반 새로운 쟁점, 즉 고용이라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1990년대에 지속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전통적 산업구조의 변화, 자본의 지속적인 금융화와 다양한 불안정화 요인의 확산에 따른 것이다. 고용이라는 문제를 집단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역사적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불안정 시대’의 도래는 한국 노동운동에 엄청나게 파괴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 문제를 계기로 임금과 노동조건 전반이 위축되고, 불안정의 불균등한 확산 속에서 노동자 대중의 연대 전통은 지속적으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은 어떠한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형태의 답변이 가능하다. 1) 제도 유지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제도 유지 전략의 핵심은 노동운동 진영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기존에 확보된 최소한의 안정적 관행들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1980년대에 자본주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그 결과 2차 대전 이후 안정화된 제도적 배열이 잠식되는 상황에서 많은 서구의 노동조합들이 사용했던 전략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그것은 1995년 민주노총의 건설로 일정하게 안정화된 교섭의 제도와 임금 및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양상을 띤다. 이러한 제도유지에서 가장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상층 협상력 제고’ 전략이다. 즉, 이미 형성된 제도의 유지를 위해서는 상층의 정책적, 정치적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층 협상력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협상력의 기반이 되는 조직력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제도유지 전략은 다른 한편으로 ‘조직 확대전략’을 주요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즉, 위기에 처한 노동조합운동이 조직을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제도와 교섭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확대의 가장 손쉬운 수단은 조직의 통합이다. 일단 조직원 숫자를 확대시키고 덩치를 키운다면 그 만큼 교섭력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전략의 기본적인 전제이다. 하지만, 서구의 경우를 볼 때, 이러한 형태의 기계적 조직통합은 결코 조직의 응집력을 확보해내지 못했다. 게다가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제도가 잠식되는 원인, 즉 자본의 금융화와 노동의 불안정화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함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스스로의 정치적■조직적 영향력을 삭감시켜왔다. 2) 고용의 문제에 직면하여 노동운동은 일종의 ‘숙련형성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숙련형성전략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장인노조주의에서 기원한 것으로 노동자 대중이 숙련을 강화하여 노동과정 및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오늘날 그것은 ‘직업훈련’을 통한 고용안정의 확보라는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전략은 일종의 ‘가치 형성을 통한 적응전략’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직업훈련과 같은 숙련형성은 결국 변화하는 자본의 요구에 걸맞는 적응능력을 길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생산성을 높임으로서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대체불가능성을 확보하여 임금수준을 높이거나 고용안정을 확보해나가는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숙련형성’전략의 경우, 언제나 노동계급의 상층 부문이 존재조건의 위협 속에서 손쉽게 처하게 되는 실용적 전략의 성격을 띠어왔다. 그 결과 이러한 전략은 다수의 비숙련 노동력과 실업 노동자들을 숙련의 위계에서 하위에 두는 내적 한계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략은 고숙련에 기반한 산업적 팽창의 국면에서만 나름의 유효성을 가져왔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기존 주도 산업이 정체를 겪고 있고, 소위 지식■정보 산업을 중심으로 일종의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역사적 유효성을 상실하는 경향이 있다. 3) 계급형성적 관점은 노동자 대중이 그 내의 다양한 잠재력들을 활용함을 통해, 스스로의 이해를 보편적 이해와 결합시켜 내고, 스스로의 조직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내고자 한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보편화 전략’이라 칭할 수 있다. 즉, 노동운동은 스스로의 이해와 요구를 전사회적인 정치■사회적 요구로 보편화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편화의 전략은 다양한 수준에서 정식화될 수 있으며,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변화할 수 있다는 관점보다는 계급적■대중적 정치의 조건들을 지속적인 변형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즉, 노동자 대중운동이 정치적, 경제적, 이념적으로 보다 보편적인 세력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자본축적의 역사적 조건과 노동운동 성장의 고유한 역사에 뿌리를 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에게 제기되는 핵심적인 문제는, 불안정 노동의 일반화와 불균등화라는 조건에서 노동자 대중운동이 어떻게 효과적이고 질서정연한 방어투쟁을 조직하면서, 스스로를 보다 풍부한 노동 계급으로 재형성해 낼 것인가, 동시에 그러한 투쟁을 어떻게 보편적인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공세적인 투쟁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적 노선들을 일정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계급형선전략을 위한 고민들 - 결국 오늘날 노동운동이 반드시 해명해야 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신자유주의와 금융화, 이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불안정의 일반화와 불균등화 속에서 한국의 노동자 운동은 어떠한 계급형성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가? 게다가 그것은 어떻게 신자유주의에 내재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관리주의 확산전략’을 실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노동자 대중이 언제나 자본축적의 특정한 조건들, 곧 착취의 특정한 조건들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틀을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조직적 틀 속에는 언제나 당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스스로 대항하고자 하는 과학적 인식의 노력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즉, 노동자 계급의 운동은 언제나 특수한 정세 하에서 자본축적의 형태들과 그것의 이데올로기적 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을 경주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의 조직의 형성은 단순한 숫적인 결집이 아니라 언제나 요구들의 정식화 과정을 전제로 해왔으며, 정치적, 경제적 요구들의 정식화 없는 실용적 조직화는 언제나 지속불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제 어떤 전략적 지향이 필요한가? 어떤 정치적, 조직적 대응이 노동자 계급의 ‘보편화 전략’에 부합하는가? 이는 결국 노동의 불안정화라는 일반적 경향에 맞서서 상이한 노동자 대중이 계급적으로 단결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가장 보편적인 국민적 세력으로 형성하는 전략을 찾는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는 불안정의 일반화를 낳는 원인 그 자체를 문제제기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노동의 불안정화는 결코 몇몇 노동자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 대중의 문제이며, 나아가 전국민적인 생활의 불안정화의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낳는 원인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은 전국민적 요구라 할 수 있다. 1) 앞에서 이러한 노동의 불안정화가 결국 자본의 ‘금융화’와 그에 따른 전사회적 구조조정에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게다가 이러한 금융화와 구조조정은 노동자 대중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속을 심화시키고 전사회적 불안정성 및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 금융화와 이를 위한 구조조정의 가속화는 소수의 거대금융집단과 기관투자자들, 나아가 이에 기생하는 골드 칼라들의 부와 귀족적 소비를 위해서 전국민적 희생이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의 보편화 전략은 ‘금융화 반대’ 혹은 ‘금융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2) 동시에 노동자 운동은 불안정 노동의 확산에 대한 핵심적 대안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보편적 요구 주장해야 한다. 고용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의 문제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그러한 일자리의 창출 없는 어떤 고용유지 전략도 기실은 매우 협소한 투쟁에 제한되며, 따라서 노동자 대중 전체의 요구가 될 수 없다. 특히, 안정적 일자리 창출 없는 직업훈련 전략이나 생산적 복지 확대 전략은 기실 언제나 노동 대중의 일부를 무능력한 관리의 대상으로 만들고, 동시에 노동자 대중 내부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을 강화시킬 뿐이다. 오직 안정적이고 떳떳한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관점을 가질 때, 우리는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를 넘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나아갈 수 있으며, 정권과 자본의 유연화와 불안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을 비판할 수 있다. 3) 동시에, 자본의 금융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대중적 기초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즉, 노동자 조직들의 미시적 부문들에서 지속적인 쟁점 및 연대의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들을 정식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장의 확장전략’, 혹은 ‘자주성과 연대성의 확장 전략’ 등으로 칭할 수 있다. 장의 확장 전략은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장 외부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려 하고, 표준적인 협약의 주체들을 넘어서는 이해관계들을 대표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즉, 각 부문의 노동자 대중들의 자신들의 요구들을 끊임없이 보편화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조직적 연대를 추진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만이 아래로부터의 전선형성에 노동조합 운동이 복무하는 길이다. 4)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골간 중심의 기존 조직화 전략을 상대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역 차원에서는 불안정 노동의 조직화와 관련하여 기존의 전형적 조직형태로 포괄하지 못하는 몇몇 독립적 노조들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비록 체계적이지는 못할지라도, 이러한 독자노조 조직화의 흐름이 일정한 자기 근거와 자기 동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러한 지역적 차원의 다양한 요구들을 어떠한 원리에 입각해서 상호 조정해내는가 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결국 노동운동의 지역적 토대 강화는 단순한 양적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의 광범위한 민중적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문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론 : 제3차 노동법 개악과 노동조합운동의 행보 - 2000년 하반기 들어 ‘노동법 개정’이 정해진 일정으로서 논의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노동자 보호, 모성보호, 복수노조 하에서의 단체교섭창구 일원화 방안, 단체협약 이행강제방안,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도입 등 노동관계법의 구조와 성격을 변화시킬만한 정도의 중요한 쟁점들이 ‘제정’ 또는 ‘개정’의 주어진 일정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 노동법개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11월까지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한 합의 도출, 12월에 국회 상정, 2월까지 처리라고 하는 일정표를 잡아 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노동법 개정사안들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제도적 완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90년대 중반 이래의 노동법 개정작업과 맥을 같이 하는 것들이다. 최근 언론을 장식했던 노동법 개정작업 중 그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노동시간 단축합의’와 ‘비정형근로자 종합보호대책’일 것이다. - 10월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의 ‘근로시간 단축 관련 합의’는 위와 같이 노동시간단축과 연 동하여 노동시간 탈규제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자본의 노동법 개악 시도의 연장선상에 정확히 위치해 있다. 이번 합의에서는 노동 시간단축에 있어 임금삭감 여부, 그 실시 시기 및 단계적 실시 여부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여 노사정간에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인 반면, 합의문 곳곳에 "관련 임금, 휴일■휴가 제도의 개선" 혹은 "개선된 휴일■휴가제도의 효과적 활용" 등을 적시하여 노동법상의 관련 조항의 대폭 개정을 시사했다. 여기서 '개선'의 기준으로 제시한 소위 '국제 기준'과 관련 그간 정부와 재계는 근로기준법상의 각종 휴일■휴가제도는 우리나라에만 특유한 것이라며 그 축소 및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던 터였으므로, 이는 휴일■휴가제도의 대폭 축소 및 폐지라는 개악 을 의미할 뿐이다. 노동법단축합의에 담긴 비밀이 노동시간에 대한 탈규제화라는 노동법 개악 시도라는 사실은 그러나, '노동개혁' 이라는 포장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상품성으로 인해 철저히 은폐되고 있다. - 10월 4일 정부가 경제 정책조정회의를 거쳐 확정키로 한 소위 ‘비정형근로자 종합보호대책’의 내용은 근로계약기간을 3년까지로 연장하고,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근로자에 준하는 자'라는 개념의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면 계약직 노동자의 고용기간이 3년까지 가능하므로 고용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에 불과하다. - 이러한 일련의 정부의 노동법 개악 시도는 노동력 유연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라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96-96년 노개위를 통한 노동관계법의 새 틀짜기, 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 등이 구조조정, 외주화 등의 노동 유연화를 활성케하였다면, 이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반 노동보호 해체와 비정규직 양산 구조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그에 이은 ‘제3차 노동법 개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노동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비정규직에 대한 강도높은 착취를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정리해고 및 파견제 도입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상황의 심각성은 비단 노동법 개악의 내용과 성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96-97년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 98년의 노사정위원회가 노동법 개악의 정당성을 승인해 준 기능을 했다면, 현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 속에서의 일정한 타협을 통해 정권의 노동법개악의 하위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비정형근로자 종합대책’이나 ‘노동시간 단축합의’에 대해 한국노총이 보여준 모호한 태도는 정권이 금융■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한국노총과의 합의’라는 추상적 명분을 지켜주는 한에서, 그리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같은 몇 가지 실리와 교환하는 한에서 여타의 노동법개악을 승인해 줄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 민주노총의 경우 정부의 ‘비정형근로자 종합보호대책’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노동시간 단축 관련 노사정 합의에 대해서도 비판 성명을 내면서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법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정부의 일관된 노동법 개악시도를 총체적으로 저지하는 입장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입법을 하되 그 과정에서 노동조건이 후퇴되서는 안 된다는 청원적 투쟁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을 빌미로 시도되는 노동시간 탈규제화, 노동보호기준 해체를 전면 저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유연화를 승인하면서 정규직 핵심 노동자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단축이 이뤄지지 않도록 '노동유연화 반대'의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나아가 이는 정부의 비정규직 양산방침에 대한 반대와 비정규직 보호입법 청원을 넘어, 비정규직 양산의 주역인 정리해고와 파견제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노동법 개정국면에서의 투쟁의 경험을 평가하여 이 투쟁의 목표를 노동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분명히 하고, 노동대중 내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맞추어야 한다. 96-7년, 98년의 투쟁의 패배가 노동운동진영의 방향성의 혼란과 노동대중 내부의 분열로 연결되었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