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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관광안내사지회 인터뷰

2021 상반기 icpssp newsletter 지역포커스

인천지부
[지역포커스] 인천관광안내사지회 인터뷰

2021년 2월 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 관광안내사지회가 출범했다. 인천에는 10곳의 관광안내소에 27명의 관광안내사가 근무하고 현재 24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7월 15일,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린 생애 첫 파업 날로부터 꼬박 한 달이 지난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송도에 위치한 인천종합관광안내소에서 임승미 지회장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관광안내사가 하는 일

인천에서 관광안내사로 일하게 된 지 올해로 17년차이고요, 그 이전 경력까지 인정 한다면 거의 20년 가까이 관광안내사로 일을 했어요. 관광안내사라고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잠진도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할 때에는 시설도 열악하고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주로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 “혹시 담배 파나요?” 이런 말을 거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차비 좀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요즘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워낙 성과 위주의 사회다 보니까 방문객이 몇 명 왔냐, 전화로 몇 사람 안내 했냐로 평가하고 그냥 앉아서 브로셔 나눠주는, 굉장히 단순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여겨져요.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저는 사람의 온기,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거든요. 안내사들은 그 도시의 느낌과 이미지를 좋게 할 수도, 정반대로 나쁘게 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죠. 외국인들 같은 경우는 관광 정보만을 원하는 게 아니라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와서 시시콜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주변에는 부담없이 언어 소통을 원만히 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관광이란 영역이 단순히 놀고먹는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들여다본다면 그 영역은 꽤 넓고 무한해요. 안내를 받으신 분이 너무 고마웠다고 돌아가시는 길에 조그마한 선물을 건네주시거나 일부러 들려 감사인사를 하시면 정말 뿌듯하죠.

2001년 입사, 광주에서 인천으로

원래는 영어 교육 관련된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저녁에 활동을 하다보니까, 좀 힘들어서 낮에 일하고 싶더라고요. 그 때 광주광역시 관광협회에 채용 공고가 났어요. 당시 월드컵을 계기로 외국어 능력이 되는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으로 종합관광안내소가 생겨났어요. 이전과 달리, 외국어가 가능한 전문성을 갖춘 안내사들을 뽑기 시작한 거에요. 당시 땅 값 때문에 광주 종합관광안내소를 번화가가 아니라 귀퉁이에 지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방문객 1명도 안 되는 날들이 있었어요. 게다가 정부 정책에 의해서 전문성을 갖추었으니 일반 안내소 안내사들과 급여차이가 많이 났어요. 동일 업무 종사자의 처우가 차이 나는 것에 대해서 담당 주무관이 문제의식을 가졌나 봐요. 그래서 기존 안내사들이랑 근무지도 로테이션으로 하고 임금도 바닥을 끌어올려서 중간선으로 맞췄어요. 그런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결혼하고 인천에 와서 보니까,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여섯 명과 나머지 인천시내권 관광안내사들의 기본급 자체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더라고요. 몇몇 안내사들이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당시에는 개선이 잘 이뤄지지 못했죠.

관광안내소의 민간위탁구조

지자체마다 관광협회가 있어요. 비영리사단법인인데 여행업, 관광업, 그리고 관광식당업 하는 사람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일종의 권익 단체에요. 여기에 관광안내소 운영 사업권을 각 지자체에서 위탁준 거죠. 관광진흥법 조항에 따른 거니까 불법은 아니에요. 그러나 규모도 있고 서로 견제와 감시가 되는 구조면 괜찮은데, 자체적인 회비가 잘 걷히는 것도 아니고, 소규모로 안내소관리 실무 인력이 기껏해야 1-2명 정도에요. 문제가 발생해도 개선이 안 돼요. 담당 주무관이 자주 바뀌니까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기 보다는 적당히 있다가 폭탄만 안 터지면 된다는 식이에요. 조직의 투명성이 낮고, 교육일정이 잡혀도 교육 후 근무하는 안내소로 복귀나 귀가를 재촉하는 구조로 안내사들이랑 회식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담당 공무원과 협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다반사였지요. 민간위탁 주는 사업은 실제로 공공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라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저런 관행상 해왔던 대로 하는 경우도 상당해요. 위탁사업에는 조금이나마 수수료가 들어오고, 그 사업 관리자 인건비를 지원 받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고정적인 수입원이 수탁기관 차원에서는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곪을 대로 곪아 터진 2015년 공금 유,횡령사건


제가 입사한 후 2~3년이 지나서부터 상여금 지급되는 달이 되면(상여금 400%), 급여가 지연되서 들어왔어요. 한 7~8년 그러더니, 2015년도에 17억 원의 공금 유,횡령사건이 일어난 겁니다. 안내사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무엇보다도 고용이 불안해졌습니다. 당시 안내사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하고, 국민 신문고에도 올려보고 나름 해결을 위해 각자가 백방으로 애를 썼지요. 노무사를 찾아갔는데, 연서명을 받아서 시청에 민원을 접수시켜보라고 조언해줬어요. 그 때 “연서명”이 뭔지도 몰랐어요. 문제는 서명을 어떻게 받냐는 건데, 1-2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안내소에 가서 설명하고 받으려면 한 안내소에만 적어도 두세 번 가야하는 거죠. 그런데 마침 협회에서 전원 집결하라는 전화가 왔어요. 뭔가 조처를 해 줄 건가보다 했는데 가보니까 별게 없었고 모인 김에 연서명을 받았어요. 그러다 “우리 지금 바로 시청으로 가자” 이렇게 된 거죠.

스물일곱 명이 분산해서 택시를 타고 시청에 갔어요. 청원경찰이 대표 3명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누구를 대표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대표할 사람 없다, 다 똑같은 자기 문제다” 하니까 문화관광국장이 내려오더라고요. 말씀하시길, “협회가 안내소 운영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검증 됐으니 계약 해지를 할 거다. 근데 여러분하고 협회의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이나 권한이 없다.” 체불문제는 시에서 노력을 할 부분이나, 고용과 관련해서는 너희가 알아서 하란 식이었어요. 정말 황당했어요.

물론 얼마 안돼서 급여가 들어왔고, 해결을 하는 모습을 시에서 보였습니다. 그러나 월급 주는 명의도 계속 바뀌었고 이후에는 인천관광공사에 공공위탁을 줬지만, 인천관광공사 역시 1년씩 최저가입찰을 통한 용역업체 소속 계약직으로 안내사들을 방치했습니다. 4대 보험료 등은 지금까지도 미지급된 채 남아있는 상황이에요. 2016년도에 울산시 관광협회에서도 공금 유용이 발생 했는데, 주무관이 강하게 나오면서 협회도 겁을 먹고 내부 개혁을 했고 이후에 운영 방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인천시는 2015년 일을 계기로 체질개선을 한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일관했어요. 인천관광공사가 출범하는 마당에 여기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 용역으로 넘기고 심지어는 10일짜리 계약서를 쓰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6년 동안 쓴 계약서가 9개나 되요. 그러다 2020년부터 다시 만들어진 “인천광역시관광협의회”에 민간위탁을 한 거에요. 저를 포함 근무 경력이 오래된 안내사들 입장에서는 또다시 민간 위탁을 한다고 하니까 믿음이 전혀 안가는 거죠.

더한 놈들이 나타났다? 인천광역시관광협의회


파업 기자회견 때 민주노총 공공운수 본부장님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다.”라고 발언했었죠? 민간위탁 구조자체가 어이가 없는데, 운영을 맡기면서 위탁 수수료를 주진 않는다는 말은 적당히 빼먹으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보여지지 않나요? 예산안을 보면 시의 자세한 가이드라인 없이 협의회가 알아서 예산을 세우고 시는 승인하는 구조에요. 인건비 비중도 작년보다 올해 줄었어요. 작년에는 업무추진비를 600만원으로 잡았는데 실제 지출이 590만원이에요. 근데 올해는 1740만원으로 책정을 했더라고요.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눈 먼 돈이 아닐까요? 경기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등은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서 몇 월 몇 시에 어디서 얼마 썼는지도 상세하게 나오는데, 협의회(민간단체)는 철저히 안 해도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요. 안내사 처우 문제 얘기하면 항상 예산이 없다고 하는데,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이 예산이 제일 많고 임금이나 처우는 최하에요.

작년에 인천공항에서 근무중이었던 임산부 안내사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참다 결국 조퇴하겠다고 했는데, 협의회에서 하는 말이 대신해서 근무해 줄 사람을 구하라고 한 겁니다. 결국 쉬는 날 장보던 와중에 제가 갔어요. 부당하고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문제라는 걸 알아도 괜히 미운털 박힌다, 그냥 내가 참고 하지, 그런 무의식중 생각들이 하나 둘씩 쌓이고, 세월과 함께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길들여졌던 거라고 봅니다. 작년에는 명절 선물로 고기를 받았는데 어느 부위인지, 생산지는 어디인지 안 써 있어서 조금 못미더웠다는 안내사들도 있었어요. 주무관 말로는 20만 원에 해당하는 명절 선물비를 주도록 했다는데 우리가 실제로 받은 것은 9만6천원 상당의 고기 한번 뿐인 거죠.

노동조합, 별의 순간 : 일방적인 성과급 도입, CCTV 설치

2015년의 전례가 있었음에도 다시 등장한 협의회 밑에서 11개월을 버텼는데, 노조를 만들어야 겠다 생각한 결정적 계기가 발생했어요. 올해 초 재계약 당시 성과급을 도입하는 임금체계로 바꾼거에요. 작년 연말계약서를 내밀고 왠지 분위 상 사인을 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SNS, 블로그에 강한 후배들 입장에서는 열심히 한 사람에게 성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경력자들의 경험을 다 무시하고 예를 들어, 제가 연봉 3천이 안되는데 저랑 작년에 입사한 직원이랑 똑같은 급여를 받아요. 심지어 성과급 설계도 제일 낮은 등급은 0원이에요. 보통 성과급이라는 게 경영 평가를 해서 연말에 어떤 직원의 공로나 노고를 인정해서 사후에 준다거나, 아니면 남은 돈을 원청에 돌려주지 않고, 기여도에 따라서 기본급의 200%, 150% 나머지 100% 이런 식으로 나누거나 하잖아요. 근데 0원은 너무 심하죠. 기존에 주던 교통비와 자격증수당을 없애거나 삭감하고서 성과급제를 만든 그 모습에 안내사들의 사기가 엄청 떨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올해 1월 소래포구 안내소에 갑자기 CCTV가 달려요. 코너 양쪽에서 안내사 테이블을 정면으로 비추고 있어서 심지어 스타킹을 뭘 신었는지도 다 보일 정도에요. 외진 곳이나 혼자 근무하면 불안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비상벨이라도 설치해 주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했었는데, 그런 안내소들만 설치하면 되는데, 시내권의 7곳 관광안내소에 총 17대 CCTV를 설치한 거에요. 협의회는 사실상 일(사업)을 한 것에 해당하는데, 근무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그 어떤 동의절차나 설명도 없이 달았으니, 말로는 다 형용하기 힘든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협의회 사무국장은 우리 얘기는 끝까지 무시하고 설치를 강행하려고 했어요. 옛날 협회랑 다를 바가 없고 어떤 면에서는 더 몰지각했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일개 안내사일 뿐이야” 라는 마인드가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결국은 시의회 의장까지 찾아갔어요. 그렇게하여 CCTV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되었지만 그 이상의 다른 문제들(인권침해적 발언, 일방통행식 업무지시, 소통 부재, 예산 대비 형편없는 처우, 근속 미인정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스스로 힘을 모아야 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노조를 만들게 된 거에요.

앞으로의 개선 방향


인천시는 지자체 중 아마 유일하게 문화관광해설사를 직접 관리해요. 2015년도 사건 전까지는 관광협회에서 문화관광해설사를 관리했어요. 추측컨대 연세도 드시고 품이 덜 들것 같은 해설사 업무는 직접 가져가고, 일이 좀 많고, 젊은 여성들이 많고 흩어져 있어서 힘도 없는 안내사들은 방치한 것 같아요. 안내소는 시설 관리, 개보수 업무 등 품이 든다고 생각했나 봐요. 솔직히 주무관 1-2명이 경력 있는 안내사들과 소통만 잘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문제에요.

근무하면서 홍보물을 얼마나 많이 버리는지 몰라요. 버릴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요. 잘 나갈만하고 필요한 건 현장에서 가장 잘 아는데, 우리는 아직도 위에서 만들면 그냥 배포하는 구조에요. 얼마 전에 인천역 관광안내소가 이전을 했어요. 하필 옮긴 장소가 남자화장실 바로 옆이라서 공문까지 띄워 이전 배경을알고 보니 개항장 일원 스마트 시티 구축의 일환으로, 결국 핵심은 AR 체험존을 설치할 공간확보 및 낙후된 외관교체 등이 이전의 이유였어요. 이전한 안내소는 한 사람당 업무 공간이 90cm정도 밖에 안 되고, 브로셔를 놓고 설명을 하려면 창구 공간이 넉넉해야 하는데 폭이 좁아서 차단용의 아크릴판도 제대로 못 붙일 정도에요. 보기에는 깔끔하게 보여도 실제 이용해보면 여러 가지가 미흡하고 안타까운 거죠. 현장에서 일하는 안내사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광안내사들이 막무가내식의 성향인 사람들이 아니에요. 의견 수렴해서 반영하면 될 부분들이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됩니다. 사람이 일하고 머물고, 배우고 나누는 공간이 관광안내소라는 사실을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명심했으면 합니다.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인천 관광안내사 중에 제가 가장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인천시에 대한 실망 때문에 떠난 아까운 인재들이 무척 많았어요. 저는 영어만 할 줄 아는데 요즘 젊은 후배들은 제2외국어는 기본이에요. 후배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데, 한 집안의 가장인 분들도 있거든요. 들어보면 낮은 성과급을 받으면 생활비 충당이 안 되서 너무나 힘들다고 합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급여에 1년마다 계약서를 쓰는 고용 불안 때문에 결혼이나 연애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해가 거듭할수록 어떤 책임감과 나은 자세로 일하게 되는 그런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불어서 인천광역시관광협의회 및 인천시관광협회까지 2곳에 민간법인단체 허가가 된 상황으로 인천시도 지혜를 모아 어떤 길이 보다 나은 인천관광안내의 최선의 길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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