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의 끼워 맞추기 수사에 제동을 건 재판 결과


6월 23일 목요일 업무방해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이하 폭처법) 등으로 지난 3월과 4월 구속되었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10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도 노동기본권의 향유주체”가 되고, “피고인들의 각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검소가 공소의 핵심으로 강조했던 업무방해죄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과 검찰의 끼워 맞추기 기획수사에 제동을 건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편, 파업과 무관하게 개인 간 다툼에서 발생한 강요와 폭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7명에 대해서는 벌금과 함께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출입국관리법상의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점”을 고려하여 대부분 선고를 유예했다.
강제퇴거 시 심각한 삶의 위협을 참작하여 이례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집행유예를 받은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은 판결을 통해 석방되어 자유를 누려야 할 상황이었다.


출입국사무소의 막가파식 인신구금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자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이 씌운 불법의 굴레를 벗자마자 이번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이하 출입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구속했다. 구치소로부터 이주노동자 석방을 통보받은 출입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를 심리한다며 석방되기도 전에 곧바로 ‘긴급보호명령서’를 발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신병을 인계하여 외국인보호소로 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공권력 남용에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다음과 같이 무참히 짓밟혔다.
첫째, 구치소에서의 ‘석방’과 출입국의 ‘긴급보호’는 엄격히 구분되는 절차지만 출입국은 관례적으로 석방되지도 않은 이주노동자들의 신병을 인계했다. 이는 만연한 출입국의 편법이다. 둘째, 출입국은 변호사를 기만하고, ‘긴급보호명령서’ 사본 제시 요청을 묵살하려 했다. 출입국 관계자는 긴급보호명령서 사본을 주겠다며 변호인에게 구치소 사무실에서 기다리라고 말만 해놓고 그냥 구치소를 빠져나오려다 대책위 활동가들에게 발각되어 버스를 가로막힌 끝에 명령서 사본을 주었다. 사본을 입수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명령서 중 긴급보호의 ‘시작과 종료’ 시간이 동일하고, 담당 공무원의 이름과 서명이 없는 등 공문서로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 출입국이 인신을 구금하는 공문인 긴급보호명령서를 마치 자신들의 백지수표 인양 남용해온 데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하지만 조사과장은 단순한 오기이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아닌 추방추진사무소


이주노동자들을 두 번 울리는 막가파식 인신구금에 항의하기 위해 대책위는 출입국소장 권한대행인 조사과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진행과정에서 대책위는 이주노동자를 인격체가 아닌 짐짝으로 취급하는 출입국의 작태에 경악했다.
면담 진행과정에서 총책임자는 물론이고 직접 신병을 인계한 현장담당자 조차 3시간이 지나도록 누가 어떤 죄목인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구치소에서 외국인 출소 통보가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편의적으로 긴급보호명령서를 발부하고 짐짝 싣듯이 인계해 보호소에 감금해왔던 관행이 이제야 대책위와의 면담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출입국관리법 어디에도 출소한 이주노동자를 ‘석방되기도 전에 긴급보호’하여 인신을 구금해야 한다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1심 판결이 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하는 향후 7일 간 무죄임을 감안한다면 출입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출입국법위반혐의를 심리하여 강제퇴거를 결정한다는 과정도 행정편의적 관료적 작태의 극치를 보여준다. 출입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제11조 제1항의 추상적인 문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구치소에서 인계해온 이주노동자들의 90% 이상을 강제퇴거 시켜왔다. 해당 이주노동자들의 신상, 죄목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결문조차 검토하지 않고, 무조건 강제퇴거 시켜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책위는 출입국에 강제퇴거 반대의 입장을 담은 법원의 판결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오는 체계조차 없던 출입국은 오히려 대책위에게 판결문을 부탁했고, 법원의 판결과 출입국의 심사는 별개의 과정이라는 주장을 했다. 게다가 당시 출입국 관계자들의 손에는 이주노동자들의 범죄성만 부각하는 경찰과 검찰의 조서, 공소장만 들려있었다. 오로지 이주노동자 강제퇴거 성과에만 골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진짜 명칭은 ‘추방추진사무소’였다.


사람과 인권위에 군림하는 출입국의 제왕적 행태


면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책위는 출입국의 제왕적 행태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무죄추정의 원칙, 긴급보호명령서의 허술함 등 위법적 요소를 지적하자 출입국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소하라”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였다. 얼굴을 맞대고 강제퇴거로 이주노동자들의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성과 올리기에 급급한 출입국 직원들에게 전달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우리의 요구


출입국의 반인권적 관료적 행태를 비판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불법적으로 긴급보호 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둘째, 허술한 공문서 작성, 변호사 기만 등으로 공권력을 남용한 출입국 담당자를 처벌하라. 셋째, 출입국이 최소한의 견제장치 없이 자의적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보호제도’를 없애고 영장주의를 도입하라. 대책위는 인천지역시민들과 함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정부와 출입국을 상대로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2011.06.24
검,경의 인종차별적 수사 중단! 이주노동자 노동권보장!
베트남이주노동자 10인의 무죄석방을 위한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