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소송의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며 항소를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공단의 보조참가인인 삼성과 함께 판결 직후부터 항소 의사를 보였다. 피해자들이 근로복지공단 농성 등으로 저항하자 7월 7일 공단은 이사장을 통해 ‘열린 마음을 열고 전향적인 의견을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농성을 푼 바로 다음날 약속을 뒤엎고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공단은 ‘검찰의 항소 지휘가 떨어졌다. 시스템상 검찰의 지휘를 어길 수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피고측 당사자인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검찰이 단독으로 항소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정부측은 철저하게 삼성 등 자본의 입장에서 행동했다. 산업안전공단은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역학조사를 삼성이 공장을 수리하고 나서야 실시하였고, 노동부는 산업재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 공개를 기업의 영업비밀 보장을 이유로 거부함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보다 기업의 이익 추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산업재해신청에 대해서 불승인 판정을 내렸고, 피해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내부 방침을 통해 삼성전자를 보조참가인으로 끌어들였다. 실제 소송과정에서도 삼성이 피고인 공단을 대신해 소송을 주도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소송에서 패하자 항소라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다시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노동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치료와 복귀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그간 노동자들의 정당한 산업재해 인정 요구를 묵살해온 것이 사회적으로 폭로된 것이다. 스스로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서까지 자본의 편에 서려 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회유․협박하고 정부에 대한 로비를 통해서 이번 사건을 왜곡시켜온 삼성 역시 그간의 행태를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함께 보상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사실을 인정하고 항소를 즉각 철회하라!!
삼성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