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맞선 금호타이어지회의 정면돌파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현장투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가 24일 현재 8일차 전면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광주·평택·곡성 등 3개 공장에서 오전·오후·주간·야간 등 4개조가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17일 오전조부터 전 조합원 무기한 전면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회는 7월 22일 ‘2015년 단체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전체 2,998명의 조합원 중 재적조합원 대비 88.8%의 찬성으로 파업안을 가결한 바 있다.
금호타이어 회사측은 8월 10일 14차 교섭에서 △임금 1,900원(일당 기준) 정액 인상 △임금피크제 도입 전제 일시금 300만원 지급 △임금피크제 도입 시 정년 만 61세로 연장 등을 제시했다.
지회는 △기본급 8.3%(15만9900원) 정률 인상 △2014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배분 △1958년생 정년 연장 △기피직무 수당 등 각종 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의 임금피크제 추진이 일을 꼬이게 했다
현재 노사협상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피크제’로 난항을 겪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고용을 연장하면서 연령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이다. 임금 감액한 만큼 청년 일자리 등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호타이어 정년은 57세인데, 회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 시 정년을 61세까지 현행보다 4년 더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단 58세부터 해마다 10%씩 임금을 줄여 58세 90%, 59세 80%, 60세 70%, 61세 60%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회는 “임금피크제는 올해 논의 대상이 아니다. 금호타이어 청년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임금피크제라면 내년에 다시 논의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은 회사측의 교섭의지가 없는 것”으로, 조건 없는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경쟁력과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금피크제를 철회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300만원의 성과금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결국 회사는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줄여서 성과금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회는 반박하였다. 즉 ”회사의 성과금이 아니라 노동자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 왼쪽 주머니에 넣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지회의 입장은 명확하다. “회사는 금호타이어 신규 고용 창출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임금피크제가 아니다. 순전히 성과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이”며 60세 정년연장은 법적 의무사항이고, 임금피크제는 노사 자율적 협의사항이기에 회사측의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철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졸업에 따라 노동자 희생도 졸업해야 한다
금호타이어지회는 ‘2014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2년 3,753억원, 2013년 3,45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였다. 작년에는 3,584억원, 올해는 세계 경제위기 상황속에서도 2,358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만이 아니라 올해 해외공장에 대한 지원도 발표했다. 중국 자회사인 ‘난징 금호타이어’에 599억4618만원의 채무보증을 결정하고, 미국 조지아 공장 지원용으로 약 753억250만원을 대여한다고 8월 11일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5.7%다.
“워크아웃 기간 5년 동안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현재 금호타이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회사의 성과를 노동자들에게 나눠야 할 시기다“라고 지회는 주장하고 있다.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요구는 외면한 채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일시금을 주겠다는 회사로 인해 문제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지회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를 회사가 수용해야 한다.
지역 언론에 가린 노사 쟁점을 제대로 봐야 한다
현재 금호타이어 노사 쟁점의 근본 원인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 언론의 영향이 크다. 대다수 지역 언론이 회사측 입장의 일방적 보도,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극단적 혐오만 기사화하고 있다.
‘광주시민 배신한 금호타이어 노조’,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임금인상 거절’, ‘워크아웃 졸업 이후 기업 이미지 악화와 경쟁력 하락’, ‘청년일자리 창출 외면하는 노동기득권 고수, 집단이기심’, ‘제 배 불리기식 파업’, ‘파업 만능주의’ 등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선정적 보도 일색이다.
남도일보는 ‘상생(相生) 외면하는 금호타이어 노조’라며 “고임금·정규직들은 임금요구를 자제해 기업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만 고집하다보면 청년들의 취업난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고통분담과 양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는 글을 썼다.
광주매일신문은 “툭하면 파업이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파업이 지겹기도 하고 지역경제가 걱정도 돼서다. 특히 허리띠를 졸라매며 어렵사리 가계를 꾸려가고 있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이기적인 ‘제 배 불리기식’ 파업이 눈꼴사납”다라고 노골적으로 지회의 파업을 비난하였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이 8월 11일 기자회견 통해 “노조의 무책임한 파업은 워크아웃 기간 각고의 노력을 통해 회복한 회사의 경쟁력과 고객의 신뢰를 다시 무너뜨리는 것으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모두 노조가 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입장과 지역 언론의 입장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회사의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와 기업 이미지를 위해 노동자들이 또 다시 양보하라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5년 동안 노동자들이 겪은 희생과 고통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임금피크제를 거론하지만 청년 일자리를 위한 신규 고용 창출 계획이 없는 금호타이어 회사에 대한 비판이 없다. 회사의 성과가 노동자들에게 배분되었을 때, 지역경제가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
오직 파업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약화를 이야기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기에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뿐이다. 광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노동자들의 파업과 기본권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지역 언론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역사회에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조합원들의 기세와 분노‘끝까지 투쟁하자’
금호타이어 회사는 11~14일 지회의 부분파업으로 총 116억원, 전면파업으로 하루 52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한다고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보는 없다고 한다.
회사가 이렇게 나올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회사는 ‘장기파업으로 재고 줄이고 주식가격 낮추고 워크아웃 이후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매출손실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를 구실로 지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호타이어지회 광주,곡성,평택공장의 조합원들이 광주공장 파업광장에 모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지회는 “워크아웃 5년의 고통을 똑똑히 기업합니다.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했는데, 아직 2009년 임금수준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겉으론 노사상생을 얘기하면서 속으론 시커먼 자본의 속내를 드러낸 저들의 탐욕을 깨부수고 2014년 성과금 반드시 받아 냅시다”라고 했다. 이어 회사가 “아직도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오판”하면서 “민주노조를 탄압한다면 박삼구 회장에 대한 퇴진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하였다.
전면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노동 무임금에 의한 급여 삭감으로 조합원들의 불안도 커져갈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기세와 분노는 현재 하늘을 찌르고 있다. 워크아웃 5년 동안의 억압과 탄압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회와 함께 ‘끝까지 투쟁해 본떼를 보여주자’고 조합원들이 결의를 모으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회사도 2009년과 2011년처럼 직장폐쇄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고 조합원들에게 ‘파업불참 확약서’를 받아, 조합원들의 파업대오를 분열시키고자 했던 전례를 조합원 본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폐쇄와 확약서 절차에 조합원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적다라는 것을 회사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무기한 전면파업 8일차를 이끌고 있는 지회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현장 투쟁력을 복원하고 지역 노동자운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
2015년 8월 24일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