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전쟁이 남성군인에 의한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을 동반했고, 그것이 명백히 상대국의 공동체를 해체하고 심리적인 무력화를 노린 것이었다.
'미국을 강간하자'는 fucking USA는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귀결시키고 있고, 그 결과 '전쟁에 대한 반대'는 희화화 되버린다. '못가!(파병반대!)'라는 '우리나라'의 다른 노래를 보자, 후렴구에 이런가사가 나온다.
"못가 우린 절대 못가 양키놈들의 총알받이 될 순 없어
못가 우린 절대 못가 니네들이 가 니네아들 보내!"
이런 노래들은 집회에 참여한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었으며, 평화의 실천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남성에게는 평화를 위한 실천이 여성에게는 성폭력을 선동하는 폭력, 공포일 수 있다. 민족주의적 선동이 타국 청년의 희생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
남성중심적 시선은 민족주의적 시각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민족적 순수성과 우월성을 지키기 위해 여성은 희생되기도 하고 이용되기도 한다. 인도나 이슬람지역에서 '적군에게 강간당한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 한국사회에서 '정신대할머니들에 대한 수십년간의 무관심'은 민족적 순수성과 우월성 수호를 위해 침묵을 강요당하며 희생된 사례다.
반면. 고 윤금이씨의 경우 살아있을 때는 같은 민족의 남성들에게 '더러운 창녀'였으나, 죽어서는 '민족의 순결한 처자'가 되었고 참혹한 살해장면을 담은 사진은 그 후 수십년간 전시되면서,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의 울분을 자극하였다.
남성우월주의와 민족주의에 근거한 반전평화운동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의 입장에서, 그리고 제국주의에 억압당하는 전세계 민중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국제주의적 입장의 반전편화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