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에 제가 쓴 WEF저지투쟁에 대한 생각을 올립니다.
함께해 게시판에 올린글을 한스 동지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게시판에 올려놓습니다.
솔직히 바르게 판단한건지, 관점이 올바른지, 현상적인 것만 판단한 것은 아닌지...등등의 고민이 들어 함께해 게시판에만 올렸던 건데..
부족하고 조악한 글이지만 다른 분들과 공유하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엊그제와 어제(6/12-13) WEF 동아시아정상회의를 저지하러 상경투쟁을 갔더랬습니다. 하지만 실제 노동자.민중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줄 거라는 WEF는 저지 투쟁의 중요성에 비해 민주노총에서 조직하고 준비한 정도는 아주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예로 각 지역의 동지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뭐 말하는데? 왜 올라갔는데?"하는 반응,"WEF대응 투쟁" 이라고 하니 그때서야..."어~ 그거?""하는 반응...물론 각 지역의 투쟁을 열심히 하고 있었겠지만...

광주지역에선 12일(토) 14:30시에 출발하였습니다.
지역의 동지들과 버스 2대를 빌려 올라갔는데 그나마 타 지역보단 많다고 하더군요. 공공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선 시립예술단 사무국장과 저, 딸랑 둘이서 출발했습니다.

6시 30분경 서울에 도착해서 광화문 우체국 앞 '효순이 미선이 2주기 추모 집회'에참석하였습니다. 여기저기 전경들이 집회 장소를 에워싸고 있어 1개 차로를 잡고 무대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비좁은 틈에서 집회를 해야 했습니다. 집회와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나 가수들도 출연하였고,'우리나라'라는 노래패는 우리 젊은이들은 이라크 못보내니 "니네 아들 보네~ 니네 아들
보네~"라는 기막힌 노래도 부르더군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수호 위원장의 연설인데 효순이 미선이 촛불이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로 이어졌다고 하더군요. 당시 탄핵에 반대했던 분위기가 다수 깡패 국회의원들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국민들의 힘이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노무현 탄핵국면에서 '탄핵반대, 민주수호'라는 요구가 결국 노무현 살리기밖에 한 것이 없는데 말이죠.

우리는 탄핵 당시 이수호 위원장이 국회 앞에 참석했다가 조합원 대중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드러났듯이 이수호 위원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촛불 집회가 10시경 끝이나고 동국대로 옮겨 '세계화 반대, 전쟁 반대, 한반도 평화실현'이라는 주제를 걸고 문화제 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일본, 대만, 멕시코 등 세계 각 지역의 민중운동 지도자 및 동지들이 200명 가량(제 눈으로는 약 100명이 안되 보였지만) 나와 전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위해 세계화 반대, 전쟁반대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 전세계의 군사적 긴장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이라크 전쟁에 파병을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교육, 의료의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각 조직의 대표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고, 거의 마지막에 이라크 파병 철회를 위한 극단
'미래'의 뮤지컬 공연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참혹함들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 공연이나 촛불집회의 시낭송 등에서 보여지듯이 전쟁으로 인한 고통들을 예를 들어 나타낼 때의 여성상이 기존의 여성상을 일관되게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여성의 표상, 예를 들어 전쟁에 나간 아들과 그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어머니, 모성으로 전쟁을 막아내는 어머니로서의 역할... 여전히 지나치게 드러나거나 강요되는 듯한 모성의 이미지...마치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흔히들 쓰는 말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날의 힘있는 결의만큼이나 다음날 동아시아정상회의 저지투쟁을 기대했더랬습니다. 대학로 앞, 뙤약볕에서 (사전결의대회나 집회까지 포함 한다면...ㅠㅠ )2시부터 4시 조직위의 시작된 집회는 많은 대표들의 연설이나 투쟁사로 대중들을 지치기에 충분하도록 만들었고 마침내 행진을 시작했을 때 인제 뭔가 하는구나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행진 중에는 각 단체나 노동조합, 조직 등 여러 동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한사람당 하나씩 피켓을 준비한 듯한 ' 다함께', 산별총파업을 진행 중인 보건의료노조 동지들, 민중연대,전농, 범교육연대, 한총련, 전국학생연대회의 , 건설연맹,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이주노동자,사회진보연대와 민중의료연합과 같은 사회단체들, 무지개 깃발을 든 동성애자인권연대, 일본과 다른 세계의 동지들... 등등 아쉽게도 숫자 감각이 부족한 제 눈에 숫자 파악은 안됐습니다. 신문이나 언론보도 상으로 알수 있겠죠...

또 사전집회를 마치고 결합한 노점상연합, 빈민 동지들은 빈/곤/해/결이라 쓰여진 목칼을 볼수 있었고 전날 들었던 국립의료원 선배의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못먹고 쓰러져 있던 노숙자의 항문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행진을 마치고 마침내 신라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호텔 앞은 무장한 전경들과 전경차로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몇차례 몸싸움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몇명의 대표단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 항의서한을 통해 '강력히 투쟁할 것'을 밝혔다는 것 외에... 대표단이 안에 들어가서 강력하게(?) 입장을 전하는 동안 대중들은 뙤약볕 밑에서 연사들의 기나긴 정치연설과 가수들의 긴 노래에 지쳐버렸고, 이들에 투쟁을 할려고 했을
때 이수호 위원장은 항의서한을 공허하게 읽어주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선동을 하는 동지의 '이쪽을 봐주십시오, 전경으로부터 5걸음 물러나 무대쪽을 봐주십시오"라는 말은 이미 대중의 신뢰를 잃은 힘없는 세계화 반대, 전쟁 반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역시 민주노총에 소속한 한 사람으로서 책임이 없다고 부인하진 못합니다. 또 조직의 역량과 손실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야하는 민주노총 집행부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힘있게 조직하지도 투쟁할 의지도 보이지 않았던 민주노총의 그대로의 모습을 본 듯 씁슬하게 돌아와야 했습니다. 나중에 "폭투를 할까 했지만 그 정도의 대오로는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라는 지역본부장의 말은 참 쓸데없는 말일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조직화와 투쟁없이 그 거대한 신자유주의를 막아내고자 하였는지... 다음에 더 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