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름이상 국민 실종된 걸 정말 몰랐나"
<바그다드 현지통신>"김선일씨가 실종된 곳은 다름아닌 팔루자였다"

2004-06-24 오후 2:16:22





김선일씨가 22일(화) 피살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로, 김선일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라크 현지 교민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제 '왜 그가 죽었냐'는 이유를 놓고 한국 사회는 각기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며,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면서, 김선일씨가 피랍되고 죽음을 당한 이라크 사회에 대한 이해가 간과되고 있지 않는가 심히 우려된다.

"왜 정부는 팔루자란 민감한 지역에서 실종된 국민에 대해 몰랐나"

일단 가장 큰 이슈는 '한국 정부가 김선일씨의 피랍 시점을 언제 알았나, 가나무역 대표인 김천일씨가 한국대사관에 피랍사실을 통보했나'다. 이 모든 의혹들은 실제로 한국정부가 파병을 강행하느냐, 철회하느냐와 직결된 문제들이다.

한국 대사관과 한국 정부가 파병과 관련하여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금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로 미루어보아 왜 우리 정부만 팔루자라는 민감한 지역에서 실종된 국민에 대해 보름 이상을 인지 못했는지 아무래도 믿기 어렵다.

또 왜 가나무역의 김천수 사장이 왜 팔루자에서 멀지도 않는 바그다드에 위치한 대사관에 통보 한번 하지 않고, 해결하려 혼자 애를 썼는가?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위험시의 대처방안을 모를리 없는 어른이 왜 그랬는지 그 속사정이 궁금하다.

알-자지라 방송이 방영을 하지 않았다면 끝내 우리는 15일 이상을 공포에 떨며 "살려달라"고 울부짖었을 그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을 거란 생각에 끔찍하다. 과연 현지에 있는 대사관이 정부가 현지 교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보호할 의지는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추가 파병 강행, 9.11 사태후 부시 정부가 동원한 논리와 동일"

또 김선일씨의 죽음은 한국 정부의 파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김선일씨는 한국 정부의 추가파병 강행 결정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한국 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이 한 한국인을 죽였다. 이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선일씨 피랍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 강행 입장을 밝힌 것은 그의 죽음과 절대로 발을 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면 직접적인 사인인 이라크 추가 파병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추가파병 강행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군 이라크 파병이 국익에 도움에 된다며 국민들에게 말했지만 납득할만한 답을 제시한 적 없다. 그리고 국민들을 경악케 만든 이 사건을 통해서도 여전히 파병을 고수하는 논리가 신문지면상에 등장한다.

이런 상황은 현재 파병을 둘러싸고 한국사회에서 진행 중인 또 하나의 전쟁 아래로 관통하는 이라크에 대한 침탈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9.11 사태를 통해 부시 정부가 미국 국민들을 움직인 작동 방식이다. 미국 중심의 이슬람 세계에 대한 규정과 미국이 규정한 '악의 축'이니 '대터레전' 등 전쟁 논리가 지금 한국 사회의 이라크 추가파병 강행 결정 방식에서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테러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코 테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결심임을 밝혀드린다"면서 추가 파병 강행 의사를 밝혔다.

또 김선일씨가 피랍된 지점은 다름아닌 '팔루자'이다. 김선일씨의 사인과 중요한 연관관계가 있는 피랍장소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되지 않는다. 파병 강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알-자르카위라는 테러조직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만을 부각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김선일씨를 죽인 테러조직을 박살내야 하며, 그리고 군대를 보내 보복해야 한다고 떠들 것이다.

"김선일씨가 피랍된 곳은 대규모 민간인 학살 있었던 팔루자"

강조하지만 김선일씨가 잡히고, 사체로 발견된 지점은 팔루자다.

팔루자는 지난 4월 이루어졌던 미군의 봉쇄와 폭격에 의해 지난 두달 동안만 1천5백여명 이상의 사람이 다치고, 8백여명 가량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여기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또 김선일씨가 잡혀있던 시점인 지난주 19일(토) 팔루자 민간인 거주지역에 미군 헬기가 다시 공습하여 20명이 죽고, 22명이 다쳤다.

그리고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팔루자 인근 아브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고문과 성적인 학대까지 이루어졌다. 그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팔루자 사람들이다. 미군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말이다. 아니, 저항의식을 가졌는지 아닌지 실증되지도 않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심지어 학교다닐 16-17세 소년들마저도 감금됐다. 월리두 칼리두(Walid Khalid, 1988년생, 죄수번호 160967)는 팔루자 인근 농촌에서 농사를 짓다가 끌려가기도 했다.

김선일씨는 이런 슬픔과 비극이 멈추지 않는 땅인 팔루자에서 납치된 것이다. 김선일씨를 피랍한 무장세력들은 "한국 군대가 이라크에 파병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협상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이것은 외국 군대에 의해, 미군에 의해, 두달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인권을 유린당한 땅 팔루자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선일씨의 피랍된 장소는 피랍의 이유를 이해하는데 이렇게 중요하다.

"알-자르카위란 조직이 '이라크' 대변하진 않아"

물론 이 팔루자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이 전체 이라크 사회를 대변하진 않는다. 김선일씨 죽음에 대한 현지 보도들이 나간 하루 후인 23일, 이라크 사람이 바그다드 민심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번 한국인 참수 사건은 안타깝다. 슬픈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금 파병 강행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라크, 이라크' 떠들어 대지만, 그들이 아는 이라크란 알-자르카위라는 조직이다. 아니, 그 조직을 아는 것도 아니고 그 조직의 이름만을 안다. 그 협소한 개념을 가지고,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자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놓고 파병 강행을 주장하기에 앞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을 저지르기 위해 자신들의 언론들을 통해 전세계에 흘려놓은 이라크 사회에 잘못된 편견과 정보,즉 서구식 이슬람 세계에 대한 증오와 공포를 부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의 죽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