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엄마 필요 없다 나가라"
경찰청 고용직 구조조정 '제멋대로'
우먼타임스(womantimes) 2004/07/29 오후 1:24 ⓒ 2004 OhmyNews
[송옥진 기자]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들은 경찰청 직권면직으로 직장을 잃게 된데 반발해 7월 5일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청 구조조정은 여성이 99%인 고용직 공무원을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대전에서 ‘전국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이에 앞서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여 지난 6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면직의 부당함을 알리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2003년 12월 직제개편을 통해 고용직공무원 정원을 89명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1169명이던 전국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 중 496명을 지난해 말 1차로 직권면직하고, 올해 말 나머지 673명에 대해 직권면직 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규직이지만 최하급직 공무원으로 스무 살 무렵부터 경찰청에 입사해서 사무, 경리, 비서 업무를 맡아왔다. 이들의 약 70%는 기혼여성으로 지속적인 퇴직 압력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차로 직권면직 된 모 경찰서 전직 고용직 공무원은 “담당과장으로부터 애 엄마는 필요 없다, 생생한 애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며 사표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관과 결혼한 또 다른 전 고용직 공무원은 근무경찰서 청문감사실에서 남편을 불러 “인사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용히 나가라”는 자진 퇴사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전국 고용직 공무원 노동조합의 카페에는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고, 노래방에서 억지로 과장, 계장과 블루스를 추게 하고 자기들끼리 웃었다”는 글이 올라 온 것으로 보아 계급과 나이를 이유로 일상적인 성희롱을 받아왔음도 밝혀졌다.
‘공무원’ 신분이지만 이들의 정년은 44세로 일반 공무원 정년보다 훨씬 낮고, 학자금 융자 등 공무원으로서 누려야 할 일반적인 혜택도 받지 못했다. 급여도 평균 100만원으로 20년 이상 근속자도 최고 150만원 수준. ‘사무보조’지만 차 심부름, 청소, 책상 닦기 등 잡무부터 ‘경찰의날’ ‘여성의날’ 행사 준비 전담, 서류정리, 민원인 상대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왔다.
신분을 밝히기 꺼리는 한 경찰관은 “돈을 다루는 경리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면서 이들이 나갔을 경우 발생할 업무 공백을 우려했다.
경찰청은 1998년 이후 고용직을 지속적으로 감원하는 대신, 이들의 업무를 대신할 일용직을 채용해 경찰 현원을 증원해왔다. 서울 A경찰서는 지난해 감원된 고용직 직원을 다시 ‘일용직’으로 채용, 정규직인 고용직을 비정규직인 ‘일용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1998년의 경우 경찰은 926명 증원, 고용직은 818명 감원, 2002년에는 경찰 773명 증원, 고용직 717명 감원으로 고용직만 구조조정 해 왔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소속 방범대원 등 남성이 주를 이루는 국가직 고용직공무원들은 1989년 5월 한시적 경과조치로 고용직 복무 3년 이상인 사람에 대해 기능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경찰직 공무원만 기능직 전환에서 배제됐고, 이번 직권면직 과정에서도 ‘일자리 소개’ 외에 특별한 구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김창연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간사는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해고 회피의 노력이 있었는지, 다른 쪽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아 부당해고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희정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 설립과 직권면직 거부를 통해 누리지 못했던 권리도 찾고 자존심도 회복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