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경외과를 돌고 있습니다.
무척 힘든 과 중 하나입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뇌출혈, 뇌경색 등 흔히 말하는 중풍으로 쓰러져서 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어제 이맘 때 갑작스런 문자 하나를 받았습니다.
"인턴 000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00병원 영안실에 안치됐습니다.
발인은 내일 아침입니다."
믿기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엊그제까지 같이 얼굴보며 병원생활 했던 사람인데 죽었다니... 정황을 확인할 길이 없어 동료 인턴들한테 전화를 해보았지만 정확한 상황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어제 저녁 병원일을 다 제껴두고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무엇이 스스로 자기 생을 끝내게 할만큼 힘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형은 오늘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알 수 없는, 그리고 정확한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마음 깊이 끓어 올랐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과를 돌면서 같이 얘기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이 죽었다니...
병원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이 삭막한 병원생활이 그를 그토록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간 것일까.
이 수직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병원시스템은 좀처럼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질 않습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병원생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사전에 배제됩니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던 동기 형은 의사고시를 합격하고서도 병원에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에서 탈락한 분이 있었습니다.
도제교육이라는 특성때문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인간적인 향기가 없는 이 병원에 정이 가질 않습니다.
지금도 믿기질 않습니다. 그가 죽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