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너에게 쓰는 메일이다.
이젠 아기 엄마가 되어 메일을 확인할 여유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모두다 행사를 마치고....
북적북적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론가 가고 사무실의 불빛과 적막만이 남았다.
어쩐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사무실에 남았다...
몇일 전 보았던 네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나중에 보낸 네 문자메세지가 떠올라서 메일을 보낸다.
아기 엄마가 된 너가 참 힘들어 보이더구나.
내 삶에 시각에서 보는 결혼생활이라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다.
물론 내가 혼자라고 해서 맘이 편한 건 아니다.
나 역시도 이래저래 바쁘게 사는 가운데 가끔은 알수없는 허전함과 힘겨움이 존재하니 말이다.
누구나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일 것 같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
크리스마스 한가운데엔...
어려운 살림 때문에 택시에 태울 손님을 찾아 헤메는 택시아저씨들이 있었고 차가운 맨바닦을 뚫고 도로를 보수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또 어떤 24살 어린 여성은 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하더구나.
그리고 어느 한편에 이제서야 몸을 가누기 시작한 어린 해진이를 보며 힘겨워하는 너도 있었단다.
난 가끔 살다보면 저마다 자신이 감담해야 할 몫의 외로움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차마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시간들과 생각들 말이다.
그날도 그러했던 것 같다.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감당해내기 힘겨웠던 날....
하지만 우린 곧 그것을 잊거나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들을 찾아가는 것 같다.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시간들과 즐거웠던 추억들은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들을 향해 간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현재 선택한 순간순간의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는 길이 아닐까....
우리 기운내서 살아보자!
넌 너의 생뚱맞고 씩씩한 웃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지 알고 있니?
일상의 힘겨움이야 한껏 웃음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갖었으면 좋겠다.
늘 곁에서 함께해주지 못하고 가끔씩 안부인사만 보내는 나에게
언제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가슴깊이 받아들여주는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건강하고....다음엔 좀더 여유롭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