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진보를 자처한다는 일부교수들의 분별없는 처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비정규직개악저지투쟁에 여념이 없는 지금 일부 진보를 자처한다는 교수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심각한 자주성 침해와 사실을 왜곡하는 성명을 내놓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참으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절적한 방식의 문제제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성명서는 몇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중대한 사실의 호도와 왜곡을 통해 민주노총을 분열시키고 있다.
우선 성명에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참여와 노사정합의에 집착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는 표현이다. 민주노총이 주창해온 것은 기존 노사정위 해체와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 구성이었다. 또한 노사정 합의에 집착한 바는 추호도 없다.
오히려 여러 자료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사회적 교섭기구에서는 비정규직문제, 산업공동화문제 등 단위노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책적 의제를 놓고 쟁점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으로 만들 것임을 누차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들 교수들은 이러한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마치 합의에 집착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둘째 당면과제인 비정규직개악안 저지전선에 심각한 교란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은 내부의 조직적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면서 사회양극화반대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사회적 교섭을 포함한 종합적 전략이 민주노총 대대에서 수립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들 아는대로 일부단체들의 물리력으로 대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유회되었다.
사회적 교섭전술은 대정부전략과 우리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한 전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성명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하면 어용노조로 전락하게 된다는 참으로 황당한 주장을 하면서 대대파행을 이끈 일부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셋째 위력적인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우리도 희망하는 바이다.
그러나 조직하는 과정이 있고 준비하는 전술방침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조직화의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성명을 발표한 교수들이 민주노총의 집행을 같이 책임질 것인가? 아니 작년부터 투쟁조직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 적이 있던가? 오히려 계속 개량주의, 어용으로 매도하면서 지도부의 조직화노력에 현장의 불신을 조장해온 것이 진실이다.
성명서의 주장과 대대에서 단상점거를 시도한 사람들의 주장이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들의 일방적 주장은 단위 현장에서 막연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마침내 '단상점거소동', 민주노총지도부에 대해 '자본과 정권이 파견한 자' 등의 막말을 내뱉게하는 원인이 되었다.
사실왜곡과 일방적 매도 그리고 대중조직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무례한 언동에 대해 단순한 동지적 충고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우리는 지금 성명의 내용이 그대로 간과하기에는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의견이 있다면 가능한 교수노조를 통해 조직적 입장으로 개진해주길 당부한다. 교수도 노동자라면 노동자답게 집단적, 조직적 질서를 준수해주길 바란다.
또한 민주노총은 대중운동을 해온 단체이다. 학자의 관념으로 재단해서 대중의 자주성을 침해하지말기를 바란다. 섣부른 관념적 운동이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에게 폐해를 초래했는가 우리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에 누구보다 많은 고민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에대해 함부로 어용이니, 개량주의니하면서 자기관념으로 재단하여 상처주는 행위를 삼가기 바란다.
민주노총은 그동안의 투쟁 경험 속에서 밀려서 하는 파업, 부분만 참여하는 파업으로는 도저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쓰라린 피의 교훈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 현재도 기아비리, 대대폭력 등과 같이 내부의 혁신과 개선없이는 우리 시대의 진보적 역사적 과제를 달성해낼 수 없다는 값비싼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 절절한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피의 구호이고 이 기치로 선택된 집행부이다.
마지막으로 전술적 방침에 불과한 사회적교섭 방침을 마치 절대적으로 무산시켜야할 전략적 목표로 격상시켜놓고 흔들기에 열중하기 보다는 민주노총의 큰 투쟁에 대해 함께하면서 힘을 보탤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2005.2.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