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모니터 15호] (5.11~5.17)
[국제여론] 브라질 무토지농민운동(MST), 이라크 미군 철수 시위
사회진보연대 정영섭
농지배분을 요구하며 수도 브라질리아까지 '농지 개혁 국민대행진'을 벌이고 있는 토지없는 농민운동(MST) 회원들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며 미국대사관 앞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1만2천여명으로 불어난 MST 회원들은 "오는 17일 브라질리아에 도착한 뒤 미국대사관 앞에서 부시 정부의 호전정책과 인권침해 행위에 반대하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MST 회원들은 "부시 정부는 브라질 내 좌파진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을 쫓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뜻을 미국대사관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로 예정된 브라질리아 시위는 브라질 내에서 벌어지는 반미시위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미국대사관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브라질 정부에 대해 안전조치 강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브라질리아에서 55km 떨어진 곳까지 진출한 MST 집행부의 한 관계자가 "미국 정부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국민대행진의 정치적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고 브라질 언론은 전했다. 질마르 마우로 MST 집행위원은 "브라질 정부는 베네수엘라 및 쿠바와 브라질 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부시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이야말로 국제 테러리즘의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마우로 집행위원은 또 "MST는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에 반대하며 이를 위해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면서 "FTAA는 브라질 사회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그 보다는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미주국가를 위한 볼리바르의 선택(ALBA)'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5. 14참조)
유엔·이라크 정부 공동조사“이라크인 삶의질 후세인 시절보다 악화"
이라크 국민의 삶이 사담 후세인 시절보다 대폭 악화됐음을 실증적으로 밝힌 보고서가 유엔과 이라크 정부에 의해 12일 공개됐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이라크 기획개발협력부가 18개주 2만1588가구를 대상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실시한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라크전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1만8000명에서 2만9000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이 전체 사망자의 18%를 차지했으며,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의 아이들은 43% 이상이 만성적인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삶의 질과 관련해 이라크전 개전 당시 10.5%였던 실업률은 2004년 18.4%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중산층 가정의 연간 소득도 2003년 36만6000디나르에서 지난해 20만7000디나르(약 14만4000원)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또 이라크 국민의 85%는 잦은 정전에 불만을 표시했으며,66% 이상은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데 장애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러한 조사는 일반적인 추정치와는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이라크인 사망자의 경우 영국의학지 <랜싯>에서는 10만명으로 추정한 바 있고, 실업률 역시 50%를 상회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 점령치하의 이라크 민중의 삶이 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민일보 5. 13참조)
이라크 전쟁, 美군수업체들 돈방석
2001년 9·11테러. 세계 증시가 폭락했고, 그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1%로 2000년(4.3%)에 비해 3% 이상 추락하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전쟁을 먹고 사는’ 군수업체는 오히려 특수를 누렸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1990년대 초 미소 냉전이 끝나면서 침체를 거듭하던 군수업체들이 9·11테러를 계기로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지난해 매출액은 355억 달러. 2001년에 비해 115억 달러나 급증했다. 이익도 크게 늘어 2000년 말 보유 현금이 4억550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27억 달러나 된다.
미국 2위의 군수업체인 보잉은 사업 구조상 상업용 항공기 판매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만 군수산업 호황 덕분에 덩달아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 현재 보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65억 달러 정도.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군수업체들도 현금 방석에 앉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국의 대형 군수업체들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은 250억∼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한편, 이라크 위기가 계속되면서 용병(傭兵)들도 특수를 맞고 있다. 빈발하는 테러에 불안을 느끼는 요인(要人)이나 기업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용병들이 고용된 민간 경비회사에 안전을 맡기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현재 이라크내의 민간경비 회사에서 사실상의 전쟁청부업을 하며 활동중인 용병은 2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라크 주둔 영국군 9,200명을 훨씬 능가하는 숫자로 미군 13만8천명에 이은 ‘제2의 세력’이다.
이들은 ‘육·해·공의 모든 안전 보장’을 내세우며 정부기관, 현지 진출기업, 비정부기관(NGO), 언론사들을 주고객으로 무기관리, 요인경호, 물자수송, 시설경비, 식량공급 등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1980년대만 해도 민간 경비회사는 전세계적으로 2~3곳밖에 없었으나 현재는 100여개사에 이르며 이중 절반 정도가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적인 민영 치안시장은 연 1천억달러(약 1백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간 경비회사는 냉전 뒤 각국이 병력을 삭감하고 군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뒤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새로운 ‘치안시장’이 등장하면서 급증했다. 여기에 각국이 자국군 사망시 정권에 미치는 부담 등을 우려해 어지간한 전쟁 임무는 민간에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경비회사의 중심 인물은 주로 그린베레(미국)나 SAS(영국) 등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 출신들이다. 요원들은 입소문을 통해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다. 이라크내에서 활동할 경우 통상 일당은 1,000달러(약 1백만원)에 이른다. 전문가나 지휘자들은 월 5만~10만달러(약 5천만~1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봄 바그다드를 방문한 일본 관계자는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15㎞를 이동하면서 민간회사에 3,000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용병들의 위험은 물론 크다. 지난 8일 영국계 하트 시큐리티 요원들이 이라크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10여명이 사망하고 일본인 1명이 피랍됐다. 미 민간단체 ICCC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피살된 경비 관계자는 지난해 63명에 이어 올해도 벌써 23명에 이른다.
군사평론가들은 “현재의 전쟁은 단기적, 국지적인 상태로 진행된다”며 “수천, 수만명의 군인을 장기간 고용하는 것보다 단기간에 민간 경비회사의 용병을 쓰는 게 부담이 적은 만큼 ‘군사의 민영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동아일보 5. 13, 경향신문 5. 11참조)
[이라크 전황] 이라크에서는 시간 당 1명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강이현
사망자 통계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개시 이래
미군 사망자 수 : 1천611명 (AP통신 자체집계)
이라크군을 제외한 연합군 사망자 수 : 1천780명 (CNN 자체집계)
이라크 병사와 경찰, 경비대원 사망자 수 : 2천명 이상 ('아이캐주얼티스'(icasualties.org) )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 : 약 2만1천명~2만5천명 ('이라크보디카운트'(iraqbodycount.org))
2005년 이라크 정부구성 후 5월 13일 현재까지 사망한 이라크인 : 420명 이상
(연합뉴스, 5월 9일/5월 13일)
전황일지
3일 - 바그다드에서 도로에 매설된 폭탄 공격으로 미군 2명 숨짐.
4일 - 아르빌에서 대규모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60명 숨지고
150여명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
폭탄띠를 두른 범인이 경찰 모병소로 이용되는 쿠르드민주당(KDP)
사무실에서 폭탄터뜨림
6일 - 바그다드 남부에 위치한 수와이라의 한 시장에서 자살폭탄차량
공격이 발생, 적어도 2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
바그다드 교외에서 총살된 14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
7일 - 미군은 바그다드에서 서북쪽으로 320㎞ 떨어진 시리아 국경 인근
지역인 카임 마을 일대 공격. 10일까지 총 100여명의 저항세력을
사살. 이 과정에서 적어도 미해병대 3명이 피살됐다고 미군측 밝힘.
10일 -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한 호텔 인근에서 자살 차량 폭탄
공격이 발생해 이라크인 7명 숨지고 16명 부상.
11일 - 이라크 전역에서 무장세력의 잇따른 폭탄공격이 발생, 최소 62명
숨지고 110여명 부상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의 경찰서 근처 시장에서 자살차량
폭탄이 터져 33명 숨지고 80여명 다침. 희생자들 대부분은 공사장
일용직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모여 있던 남부출신 시아파 주민이었음.
12일 - 바그다드 등 이라크 곳곳에서 6건의 차량폭탄 공격이 잇따라 이라
크인 최소 21명이 숨지고 90여명 부상.
바그다드 지역에서 모두 4건의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해 17명
숨지고 90여명 부상
오전 10시 55분께 바그다드 동부에서 발생한 차량폭탄 공격으로
이라크인 17명 숨지고 80여명 부상
바그다드 동, 서부 지역에서 3건의 차량폭발 공격이 이어져 8명이
부상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2건의 차량폭탄 공격 발생해 2명 숨지고
4명 이상 부상
미군, 매터도 작전으로 이라크 저항세력 125명 사살-39명 체포
이라크 주둔 미군은 저항세력 본거지로 추정되는 이라크 서북부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지난 1주일 간 진행해온 대규모 공세작전을 완료했다고 15일 밝혔다. 미군은 `매터도(투우사)'로 명명된 이번 작전을 통해 125명을 사살하고 정보가치가 있는 39명을 생포하는 등 저항세력의 무기 반입 통로가 돼온 거점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측에서도 병사 9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5월 15일)
그러나 카임시 교외에서는 자동화 소총 등으로 무장한 저항세력이 미군측에 맞서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무장세력은 라자 나와프 안바르 주지사를 보디가드 4명과 함께 납치했으며 카임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할 때 까지 나와프지사를 석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반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카임시 등 일부 지역의 이라크 주민들은 미군과 이라크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일부는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들을 폭행했다.
미군과 저항세력의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브라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은 이라크가 자체 치안능력을 확보할 때 까지 머물 것"이라며 향후 2년간 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 13일)
이라크 내 저항 급증 왜일까?
지난달 말 이라크 새 정부 출범 이후 저항공격이 갑자기 급증한 원인에 대한 분석들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라크 새 정부와 미국이 정보기구와 군 조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어, 저항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신문 체인 〈나이트 리더〉의 보도를 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새로 출범한 이라크 정부에 이라크 정보기구 관할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유는 새 정부가 이란과 유착돼 있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미 중앙정보국은 이라크 점령 전부터 망명세력 등을 중심으로 정보기구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관리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최근 물러난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맡아왔다. 그는 새 내각에서 아무런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비밀경찰과 정보부, 민병조직 등을 장악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새 정부는 이를 주권침해로 규정해 항의하고 있지만, 미국은 시아파가 이끄는 이라크 지도부가 망명시절부터 이란 시아파 정부와 오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정보관할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라크 정부 안에서 벌어진 ‘바트당 세력 축출’ 논란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아흐메드 찰라비 부총리가 총괄하는 ‘바트당 세력 축출’작업은 후세인 정권에 협력했던 바트당 세력(대부분 수니파)들을 몰아낸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알라위 전 총리가 장악한 이라크 특수부대와 민병조직의 주력이라는 것이다. 〈아에프페통신〉 등을 보면 1만2천여명 규모로 추정되는 민병조직의 창설자는 후세인의 비밀정보기구 출신인 아드난 타벳, 비밀경찰 책임자는 수니파인 모하메드 압둘라 샤흐와니다.
미군이 저항공격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효율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저항세력 내부에는 외국인 무장세력, 옛 바트당 세력, 미군 점령에 반대해 순수하게 뛰어든 이들 등 다양한 세력이 있으나 최근 저항공격의 주축이 누구이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미군이나 이라크 정부가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최근 이라크를 방문했던 미국 외교협회(CFR)의 레슬리 겔브 명예회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많은 미군 지휘관들과 이라크 관리들을 만났지만, 지난 몇달 동안 줄었던 저항공격이 왜 갑자기 폭발했는지, 다양한 저항그룹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해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5월 13일)
파병국 철군 현황
일본 : 올 12월까지 이라크와 주변국에 파견한 자위대를 철수하고
이라크 지원 형태를 정부개발원조(ODA)로 전환하는 계획을 검토 중
이탈리아 : 9월까지는 철수를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 밝힘.
폴란드 : 유엔 주도 다국적군 활동 시한이 갱신되지 않을 경우 올해 말
주요 병력 철수를 계획하고 있음.
우크라이나, 네덜란드, 스페인 : 철군을 했거나 철군을 시작한 상태.
일본인 피랍과 일본의 철군 고민
민간경비요원 일본인 1명이 9일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피랍된 것으로 확인돼 일본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피랍된 사람은 이라크에서 민간 경비회사 경비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이토 아키히코(44)다. 일 외무성은 10일 인터넷에 공개된 여권이 사이토의 것이 분명하며, 그가 고용된 영국계 경비회사 ‘하트 시큐리티’로부터 그가 행방불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사이토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밝힌 이라크 무장단체 ‘안사르 알 순나군’이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조직이거나 알 카에다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8일 밤 이라크 서부 한 미군기지로부터 몇십㎞ 떨어진 곳에서 트럭을 타고 가던 사이토 등 외국인 경비요원 5명과 이라크 치안요원 12명을 습격해 사이토만 남기고 16명을 모두 사살했다. 이 단체가 사이토만 붙잡아간 것으로 보아 자위대 철수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5월 10일)
그러나 일본은 지금 이라크 철군 문제를 놓고 여론이 양분되어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있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4일 올 12월까지 이라크와 주변국에 파견한 자위대를 철수하고 이라크 지원 형태를 정부개발원조(ODA)로 전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자위대의 이라크 주둔을 강력 지지하고 있고 미국은 일본 자위대에게 해외에서 더 공격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일본 관리들은 지난 8일 이라크에서 일본인이 피랍된 사건이 이라크 주둔군 철수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빠른 철수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오노 장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유엔 주도 이라크내 다국적군 활동 시한 만료시점인 올해 말을 철수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자위대가 하고 있는 일을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인들에게 넘기고 싶다"면서 그러나 철수의 적절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상황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빠르면 9월에 철수 계획을 다른 파병국들에게 통보할 수 있으며 철군 후에는 재정적 지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5월 11일)
[이라크 정치] 이라크 헌법 제정위원회 구성
평화네트워크 최 민
지난 5월 10일 이라크 제헌 의회는 5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헌법 제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헌법제정위원회는 앞으로 2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라크의 예전 헌법, 현재 적용되고 있는 과도행정법(TAL)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 제정위원은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맹에서 28명, 쿠르드 연맹 15명, 알라위 전 총리가 이라크 리스트(시아파와 수니파가 섞여 있는 세속적 정당)에서 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4석은 각각 공산당, 투르크멘, 기독교, 수니파에게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 제헌의회 의원들 이외의 인사들을 헌법제정위원회에 더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목상으로나마 수니파의 의견을 새 헌법 제정 과정에 더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5월 15일 이라크를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 장관 역시 제헌의회의 헌법 초안 작성위원회에 소수파인 수니파 참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55명으로 구성된 헌법 초안 작성위원회에는 시아파가 28명이지만 수니파는 2명만 임명됐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모든 이라크인들이 자기 이익이 대변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5월 15일자 기사에서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수니파 저항 세력 중 일부가 더 큰 발언권을 보장한다면 무장 저항을 중단하고 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5월 16일 경향신문, 5월 15일 뉴욕타임즈)
헌법 제정 과정에 놓인 과제들
과반수 찬성으로 할 것인지 2/3 이상 찬성으로 할 것인지나, 제헌의회 의원들 외에 외부 인사를 헌법 제정위원회에 받아들일 경우 이들에게 의결권을 부여할 것인지 자문직으로 제한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헌법 제정위원회 위원들이 조만간 모임을 갖고 거기서 의장과 2명의 부의장을 선출한 뒤에야 의사결정 방식 등 구체적인 위원회 운영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될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인 헌법 기초 작업에 들어가도 문제는 여전하다. 미국외교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가장 큰 문제로 연방제를 들고 있다.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연방제 혹은 지역 분권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연방 정부와 지역 정부 사이의 권력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몇 개의 지역으로 나누며 각각의 지역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 꿈인 독립을 포기하고 ‘연방제 이라크’ 아래에 머무는 대신, 6만 여명의 민병대를 유지하고 유전지대인 키르쿠크까지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는 북부 쿠르드 지역은 계속해서 분쟁의 핵으로 남아있다.
연방제 외에도 대통령제로 할 것인지, 내각제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다루는 권력 분배 문제, 석유 생산을 통해 확보하게 될 국가 재정을 각 종파와 지역 별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 이슬람 통치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 등이 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제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