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파병 1년에 즈음한 기자회견문>
노무현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는가?
이라크에 피의 악순환 가져오는 점령지원 중단하고 자이툰 부대를 철수하라!
1. 무려 3600여명에 이르는 세계 3위 규모의 무장군대를 ‘자이툰(올리브)부대’라는 이름으로 이라크로 파견한 지 내일로 1년을 맞는다. 정부는 1년전 오늘 철저한 보도통제 속에 도둑 파병을 강행했다. 그 순간 우리 국민들의 자긍심과 양심, 평화를 향한 염원은 반인륜적 파병 앞에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졌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냉소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참여정부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버렸다.
2.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이라크에서 저지른 일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추구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었고 ‘이라크인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후세인을 후원했던 미국의 과거, 불법전쟁과 점령정책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미국의 대이라크정책에서 ‘패권과 수탈’ 외의 다른 건전한 목적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앵무새처럼 ‘치안은 호전될 것’이라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번번이 점령 동조자의 무기력한 주관적 희망을 빗겨갔다. 이라크 점령으로 이라크에는 더욱 심각한 피의 악순환이 자리 잡았고, 경제봉쇄 하의 후세인 통치보다 더욱 심각한 기근과 질병, 치안불안이 만성화되었다. 나아가 이라크 점령은 이라크는 물론 전 세계를 폭력의 악순환 속에 빠트리고 있다. 스페인에서 런던에서 이집트에서 무고한 인명이 이라크 침공이 유발한 무장 갈등의 악순환 속에서 희생당하고 있다.
3. 강도와 도적 떼의 편에 서서 평화와 화해를 말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평화를 재건할 수 있다고 강변해왔다.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 1년을 평가하면서 자이툰 부대의 활동이 “평화재건 지원모델로 각인되어 국가 이미지가 제고”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따위 아전인수격 허위보고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하는가? 자이툰 부대의 활동이 적극적 평화재건이라기 보다 몇몇 이벤트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은 국방부 스스로 밝힌 부실하고 빈약한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국방부의 대국회 보고를 살펴보면, 군사작전은 ‘호송경계’에, 민사작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Green Angel 작전’과 내역을 알 수 없는 ‘물자공여’에 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4. ‘참여정부’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는 철저한 보도통제는 파병이 얼마나 명분 없는 행위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는 2004년 10월 아르빌 전개를 마친 이래, 2004년말의 대통령 깜짝 방문과 2005년 4월의 의례적인 기자단 방문허용 조치를 제외하고는 이른바 사실상의 전면보도통제를 지속해왔다. 정부는 독립적인 취재를 전면 불허하고 이라크 정부를 압박하여 비자발급까지 통제한 것은 물론, 미국과 영국이 운용하여 편향보도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제한된 종군 취재방식조차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자이툰 부대에 대한 공격위협 앞에 전전긍긍하고, 군부독재를 방불케 하는 보도통제에 벌거벗고 나서는 것은 이라크에 파견된 한국군이 이미 평화재건과는 관계없는 점령과 분쟁의 한 당사자임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진정한 정의와 진정한 평의를 추구한다면 불의의 사고를 겁낼 이유가 없으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흘리는 피땀의 진실에 대해 국민에게 감출 이유가 없다.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5. 그런데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한을 다시 연장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제외되었던 직접적인 치안임무까지 떠맡으려 하고 있다. 파병연장도 임무변경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미국과 영국이 이미 이라크의 늪에서 빠져나올 궁리를 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미 서희제마부대 이래 2년 반이나 미군을 도와 군을 파병한 우리가 연장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의 유엔기구 청사보호 요청도 명분상 거절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년간에 걸친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유엔의 이름으로 이루어졌고, 유엔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받았음에도 유엔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막지 못했다. 심지어 사후에 이를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미군을 도와 유엔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는 것을 명분 있는 일이라 할 수 없다.
6. 개전 직후 파견한 서희제마부대는 평화재건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영내에만 머물다가 자이툰 부대에 합류했다. 지금, 무려 3천500명에 이르는 자이툰 부대가 서희제마부대의 활동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활동을 하며 아르빌에 웅크리고 있다. 한국의 파병목적이 사실상 미영점령군을 정치군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토록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지난 2년간 4000억 이상에 가까운 관련 예산으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한 도시를 지원했다면 우리는 지금 이룬 일의 수십 배의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국민들이 런던참사의 악몽에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진정으로 ‘평화의 교량자’, ‘동북아 균형자’로 나서고자 한다면 평화를 말하면서 전쟁을 돕는 이율배반부터 중단해야 한다. 우리가 일제의 침략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도왔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침략전쟁에서 손을 떼야 한다. 끝.
2005년 8월 2일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