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시국 토론회 참가자 결의문
우리는 오늘 참담한 현실에 분노하고, 고뇌하고 반성하며 이 자리에 섰다. 열사들의 피와 조합원 대중들의 땀과 눈물로 쌓아 올린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가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문제에 이어서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은 현장조합원과 전체 민중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개인비리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 상층부, 일부 현장 깊숙이 자리잡은 노사협조주의와 그 안에서 자라난 부패, 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사용자단체에 돈을 요구한 것은 비리 이전에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계급성이 훼손된 문제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이다. 수석부위원장은 현 지도부의 핵심이다. 이 사건을 지도부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현 사태와 처리과정을 접하는 조합원 대중들의 실망과 분노는 폭발직전이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지도부를 믿고 어떻게 현장운동을 혁신할 것인가? 최소한의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는 지도부를 믿고 어떻게 하반기 총파업 전선에 나설 것인가?
민주노총 지도부가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려면 조합원 대중의 신뢰를 다시 조직해야 한다. 그 시작은 이번 사태를 냉철히 바라보고 지도부가 환골탈태 자세로 총사퇴 하는 길뿐임을 알아야 한다. 총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민주노총이 할 수 있는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이며 또한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투쟁,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건설은 현장 대중들의 계급적 요구다.
이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노동운동 죽이기 공세가 거세어 진다고 해도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혁신해야 하는 이유는 민주노조 사수, 비정규직 철폐라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서다. 앞서간 열사들에 부끄럽지 않기 위함이다.
하반기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비롯한 총력투쟁은 방기할 수도, 멈출 수 없는 투쟁이다. 따라서 지도부 총사퇴, 하반기 투쟁 사수라는 우리의 주장이 구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모든 연맹과 지역본부 단위조합 및 비정규직 투쟁주체들이 모두 참여하여 책임지는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하반기 투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도부 사퇴가 끝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자본과 결탁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현장에서 몰아내야 한다. 자본에게 돈을 받거나 타협하여 자주성과 계급성, 전투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몰아내자. 노동조합의 권력을 개인과 정파의 권력으로 생각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들을 몰아내자. 조직이기주의에 눈 멀어 다른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행위들을 몰아내자. 치열한 토론과 실천, 연대에 기반을 둔 현장운동, 대중운동으로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자.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을 선도하자.
동시에 노동운동을 죽이려는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우리의 투쟁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반기 민주노조 사수,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 비정규직 철폐 투쟁 대오에서 우리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한다. 여기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전통을 개척하자. 하반기 투쟁에서 앞서간 열사들에 부끄럽지 않는 우리의 투쟁을 준비하자.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과 총력투쟁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정신과 노동해방정신을 복원해 나가자.
하나, 우리는 민주노조의 자주성․민주성을 복원하기 위해 민주노총 집행부의 총사퇴와 혁신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비정규개악안 저지, 로드맵 분쇄를 위한 하반기 투쟁에 우리 모두 주체가 되어 총력을 다해 조직할 것을 결의한다.
2005년 10월 15일
민주노총의 현 사태에 대한 비상시국토론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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