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료는 문서자료실에 올려놨습니다. 그 동안 자료조사와 연구, 토론에
매진했을 이라크모니터팀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라크 점령 지원 3년, 근시안적 실리주의의 파산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8] 이라크모니터팀 '종합의견'
2005-11-25 오후 5:34:43
2006년 상반기부터 자이툰 부대 1000명 감축을 검토하되 주둔을 1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파병 재연장 동의안이 당정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23일 국회에 제출됐다.
<프레시안>과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지난 2주 동안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제하의 연재 기사 7편을 통해 재연장 찬반 논의에 필수적인 자이툰 부대 재건 지원 활동의 허와 실을 짚어 봤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파병 연장의 필요성만을 강조할 뿐, 공개적이고 투명한 토론을 회피하며 연장 동의안을 '조용히' 처리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언론들 역시 재연장과 철군론을 둘러싼 논점을 따져보기는 커녕 '감축안을 미국이 알았냐 몰랐냐' 식의 한미동맹 위기 부추기기 보도에나 골몰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정부와 국회, 언론이 파병 동의안 심의 및 표결 기간에라도 국민들과의 진지한 토론에 나서길 바라며 이번 연재의 기본 자료를 작성했던 '이라크모니터팀'의 종합 의견을 게재한다.
<프레시안>과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다음주 연재를 최종 마무리하는 의미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보고서 작성의 실무를 담당했던 '이라크모니터팀'은 파병반대 운동에 참여해 온 평화활동가들로 이라크 점령 상황 및 자이툰 부대 모니터를 위해 2005년 1월 이라크 모니터 팀을 구성, 2월 2일부터 주례 이라크 모니터 보고서 발간해 왔다. 대항지구화행동 이지은, 사회진보연대 정영섭, 이라크평화네트워크 지영, 참여연대 강이현ㆍ이태호, 통일연대 윤지혜, 평화네트워크 최민ㆍ이주영 씨 등이 그들이다. <편집자>
이라크 점령 지원 3년, 근시안적 실리주의의 파산
- 국회는 파병재연장 동의안 부결하고 국회 이라크철군검토특위 구성해야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프레시안>은 지난 11월 9일 첫 연재를 시작한 이래 총 7회에 걸쳐 이라크 점령 3년과 한국군 파병의 공과를 살펴보았다.
이라크 점령 3년의 과정, 한국의 이라크 점령 지원 3년의 과정은 미국의 부도덕한 군사적 패권주의가 자신과 이라크, 그리고 세계를 망치는 과정이었고, 실리와 현실을 강변했던 한국의 '실용주의'가 파산하는 과정이었다.
파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국회는 냉전시대 이래 가장 중대한 국제정치적 논란거리를 제공한 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에 대한 일체의 판단을 배제했다. 요컨대 명분도 의미도 제대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른바 실리와 현실을 내세웠다.
정부와 의회가 선택한 실리란 무엇인가
2004년 9월 아르빌 이동 작전중인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 동의안 제출에 따라 주둔 1년 2개월의 공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방부
정부는 파병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재건 특수라는 정치군사적·경제적 실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단 하루만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파병안을 의결, 국회에 제출한 한국 정부에게 돌아온 것은 북핵해결이 아닌 추가파병 요구였다.
또 이른바 '의지의 동맹' 국가들 중 아무도 이행하지 않은 추가 파병을, 그것도 3000명씩이나 결정한 2004년 내내 북핵문제는 답보 상태였다. 북핵 대화의 실마리가 열린 것은 이라크에서 군사적 실패가 확연해진 2005년 초, 미국이 북에 대한 군사적 선택을 '잠시 유보'하면서부터였다. 북핵 문제를 풀리도록 만든 것은 미국이 아닌 이라크 저항세력들이었던 것이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지금도 미국은 북에 대해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잠시 유보해두는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평가일 것이다. 그들이 북핵문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사항을 나열한 6자 공동성명을 채택한 이후에도 북과의 관계정상화는 고사하고 '테러지정국 해제'조차 협상카드로 내놓지 않는 이유는 이른바 전세계적 규모의 '대테러전쟁'이라는 명분에 북한이라는 불량국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실리추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라크 전쟁 직후, 한국 정부의 접근법은 부도덕한 침공과 자원의 수탈 앞에서도 이라크 주민들이 잠잠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릇된 가정은 그릇된 결과를 낳는 법. 경제적 실리는 곧 회의적으로 검토되었고 김선일 피살 사건 이후엔 정부 스스로 이에 대한 기대 자체를 포기하고 아예 통제하는 주체로 나서고 말았다.
정부와 국회가 인식한 현실이란 무엇인가?
정부가 우리에게 강요한 현실인식은 미국의 물리력 앞에는 당할 재간이 없으며, 이라크의 저항은 곧 무력화되어 '안정화'될 것이고, 미국과 다국적 군대가 총칼을 들고 이식한 민주주의 아래에서 이라크는 보다 나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명분 없는 전쟁은 아무리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승리하기 쉽지 않다는 경험적 사실 혹은 역사적 교훈을 간과했다. 또 이라크와 한반도를 둘러싼 실사구시적 정세분석과 현실점검을 주관적 희망사항으로 대체했다.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이라크는 곧 안정화될 것"이라고 '조사 없는 보고서'를 작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대규모 추가파병을 불가피한 선택인 양 호도했다.
요컨대 정부는 외교가 필요한 곳에서 맹종을 택했고, 진정한 현실주의가 필요한 곳에서 맹목을 선택했으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그 힘에 의존해야 할 순간에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밀실과 공모된 침묵 속으로 도피했다.
고(故) 김선일 씨 피살 사건은 온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제2의 김선일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연합뉴스
특히 정부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김선일 씨가 불행한 죽임을 당한 후 이러한 현실도피적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 왔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걸려 있는 순간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외교통상부와 집권여당의 단호한 언명은 미국이 주도한 '대테러전쟁'의 패권 논리에 한국이 얼마나 완벽하게 굴복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준 비명이었다.
한국 국민들이 이 파병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정부의 언명에는 일말의 울림이라도 있었을 터다. 그러나 범죄를 돕는 정부가 내뱉은 이 말은 국민에게 수치심과 열패감을 안겨줬을 뿐이었다.
그 후로 정부는 정보와 언로를 통제하고 토론과 평가를 회피했다. 국회의원들은 마치 범죄에 공모한 사람들처럼 이 문제를 다루기를 꺼려했다. 공모된 침묵은 오늘 이 시간까지도 가위눌림처럼 정부와 국회, 국민들을 사로잡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침묵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제 정부는 맹목적인 '이라크 재건'의 당위를 강변하는 대신 이라크 전망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재연장을 말하기 전에 철군은 언제 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공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라크에 있는 모든 나라가 철군을 준비하고 있는 이 명백한 현실이 정부나 한미협의의 밀실에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이 알아야 할 일이며 국민적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회를 구성하는 여야 각 정당과 관련 위원회는 철군 검토를 위한 기구를 만들어 정부에게 일련의 보고와 분석, 평가와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국회 차원의 이라크 철군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꾸려져야 한다. 이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이라크에 세계 3위 규모의 대부대를 파견한 나라의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또 이라크 자이툰 부대 재건지원의 공과에 대해 따지는 감사와 조사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여기에는 이라크 점령 지원정책 3년간의 각종 정보 분석과 외교적 판단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야 한다. 이는 이라크에 나가 있는 군의 사기를 이유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이라크 철군 국면에서 정부와 국민을 돕는 일임을 국회는 명시해야 한다.
1000명 감축을 전제로 2006년까지 파병을 연장하고 나아가 유엔 경비업무까지도 추인받고자 하는 정부의 파병재연장 동의안은 반드시 부결되어야 한다. 군의 해외파견과 관련, 헙법과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임무와 역할은 정부의 동의안에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정부의 그릇된 제안을 반대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며, 다른 대안을 내놓는 것은 정부의 일이다.
따라서 국회는 우선 철군일정조차 밝히지 않은 정부 제출한 재연장 동의안에 부표를 던져야 한다. 이것이 이라크와 관련된 진정한 진지한 논의의 시작이요 출발점이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전혀 이행하지 못한 국민에 대한 의무 이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보고서 요약
제 1 보고서 - 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나?
이 보고서에서는 이라크 침공을 위한 미국과 영국의 전쟁명분이 치밀하게 준비된 정보조작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실리라는 이름으로 외면했던 이 진실이 얼마나 집요한 힘을 갖고 추악한 침략의 당사자들을 패배로 몰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갈수록 더 큰 동력을 얻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제 2 보고서 - 끝나지 않는 전쟁, 점령 당하지 않는 이라크
우리는 초군사강대국인 미국과 영국조차 부도덕하고 명분 없는 점령을 지속할 수 없었으며, 부시와 블레어의 몇몇 참모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이 예고했던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여 고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군사적 패권주의의 실패가 침략의 장본인들인 다국적군의 군사적 패배에 머무르지 않고 이라크와 세계에 얼마나 커다란 불행과 비극의 씨앗을 뿌리고 있으며, 치유할 길 없는 분열과 무장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제 3 보고서 - 파병 3년, 가위눌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한국정부가 한미동맹과 근시안적인 실리주의를 내세워 비합리적 수준의 대규모 파병을 선택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활용한 '정보 통제와 밀실외교', '국익의 신비화와 침묵의 강요'가 참여정부를 어떻게 타락시켰으며,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체성에 어떤 치명적 손상을 가했는지 살펴보았다.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논쟁없는 국익추구의 맹목성, 조사 없는 현실주의 외교의 비현실성"을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로 확인했다. 그리고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김선일'의 생명을 포기한 대한민국이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얻었다.
제 4 보고서 - 이것이 미국이 원한 자유의 모습인가?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이 군대를 보내 이라크에 가져다주겠다던 자유와 인권이 어떤 괴물로 모습을 드러냈는지를 면밀히 추적했다. 21세기 인권의 시계를 나치 시대로 되몰린 관타나모 수용소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고문 학대, 재판없는 비밀수용소에 적용된 끔직한 고문의 합법화, 화학무기까지 사용한 팔루자 학살과 지금도 지속되는 비인도적 군사작전들의 사례들을 살펴보았고, 이에 대해 침묵해 온 제3위 파병국 한국의 자화상도 발견했다.
제 5 보고서 - 미션 임파서블 이라크 재건 지원
우리는 미국이 이식하겠다던 민주주의가 이라크를 어떤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주둔하는 쿠르드가 미국의 점령하에서 어떻게 제2의 팔레스타인으로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또 (우리가 경비임무를 맡기로 한) UN이 이라크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의 점령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해 갔는지도 확인했다. 다국적군들이 말하는 '재건'은 후세인 시절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오늘의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낯선 것이며, 점령자들의 논공행상을 위한 잔치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제 6보고서 - '갈 데까지 가는' 한미동맹, 유일하게 철군 언급 없는 한국
이라크의 늪에 빠진 미국과 영국 내부에서 반전여론이 극적으로 확산되는 과정과 더불어, 미영 정부와 의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철군전략에 대해 "왜 한국에서만 그러한 논의가 없는지" 살펴보았다. 또 이라크에서 미군을 돕던 이른바 '의지의 동맹'에 속한 나라국들의 '철군 행렬'을 살펴보았다. 1000명 이상의 파병국들 중 철군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나라가 미국, 영국, 한국 외에는 없다는 사실과 2006년 하반기에 이르면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다국적군의 수가 한국군 전체 수와 엇비슷하리라는 당혹스러운 통계치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제뉴스의 중심인 이라크에서 동떨어져 존재하는 제3위 파병국 한국의 기이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제 7보고서 - 아르빌 재건 지원의 허구
매년 1800억 원을 주둔비로 쏟아붓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빈약한 재건지원 실태를 살펴보았다. 특히 한국군의 재건지원 예산이 매년 170억 내외로 주둔비의 1/10에 불과하며, 이 조차 그 사용내역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 자이툰 부대의 활동실적 보고서는 국회에 보고될 때마다 수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 등을 추적했다. 또 자이툰 초대 사단장과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에서 공통적으로 "아르빌은 3700명이 주둔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라는 취지의 보고를 제출한 바 있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보고서들을 보면 1000명 감축은 다이어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국회가 감사나 조사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보고서는 정부가 파병 당시 강조해마지 않던 아르빌 '재건 특수'조차도 마다한 채, 자이툰 부대 주변의 사건사고 여부에만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아르빌에 웅크리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각종 사실들을 열거하고 있다. 이는 자이툰 부대 파견 목적이 아르빌 재건이나 경제적 실리와는 무관하며, 미국을 돕는 상징적 군사력을 주둔시키는 것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