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인정 평가시스템 신속히 도입돼야
권 태 희(성균관대 경제학과 박사)
우리의 일상생활은 유급노동으로 창출된 경제적 가치와 가계 내에서 이루어진 가사노동과 가계 외부에서 이루어졌으나 자원봉사활동과 같은 무급노동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무급노동은 사회적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면서도 지금까지 경제통계에서 공식적으로 그 가치를 측정하거나 파악하지 않아 무급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과소평가되거나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되어 왔다.
1985년 나이로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세계여성대회 국제회의에서 UN은 여성의 노동을 평가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지침서를 수용한다. “개발부문이나 모든 측면에서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계정(System of National Accounts)과 경제통계, 그리고 국민총생산(GNP)에서 측정되고 반영되어야만 한다. 구체적인 작업은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를 수량화하여 얻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국가들은 여성의 경제·사회적 기여에 관한 통계자료 수집과 연관된 워크숍을 연이어 개최하였다. 특히, 1995년 북경에서 개최된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가사노동가치평가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무급가사노동 측정을 위한 통계적 수단을 개발할 것을 행동강령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주로 여성 관련 정책 부문에서 무급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주부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비공식적인 노력으로 일관해 왔다. 1995년 12월 30일에 입법화된 여성발전기본법에는 무급가사노동의 가치는 평가되어야 마땅하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그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민계정이나 법제도에서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것을 담당하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실제적인 기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나 수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공식 통계에서 무급가사노동은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노동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데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여성의 무급가사노동은 무급노동이라는 특성 외에, 몇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측면, 일하는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 점 등 중복성과 무제한적인 특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무급노동의 가치측정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무급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추계가 이루어졌지만 생활시간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서만 무급가사노동가치 추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조속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성의 무급가사노동가치를 평가하는 데 실질적이며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초자료 제공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