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지부 간호사 자살 ‘충격’
“의사로부터 인격적 모멸감 참을 수 없었다”
 
전남대병원에서 16년째 간호사로 일해 온 한 조합원이 의사와 수간호사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로 인한 모욕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는 성명을 내고 “지난 21일 고 김남희 조합원이 자신의 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면서 “고인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병원의 고질적인 ‘직원 쥐어짜기’식 업무지시와 의사와 수간호사의 비인격적 대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병원쪽의 책임을 추궁하며 피켓시위 중인 고 김남희 조합원 유족들. 
<사진=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

지부에 따르면 고 김남희 조합원이 자살하기 바로 전날 수술장에서 수술준비 부족을 이유로 의사와 수간호사에서 ‘심한 야단’을 들었다. 신경외과 수술장 책임간호사인 고인은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신규 간호사의 잘못한 몫까지 비난받았으며, 사건 직후 ‘더이상 이곳에서 일할 수 없다’며 자신의 물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병원지부는 “수술장 내부에서 이런 비인격적인 행태는 비단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라며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시하거나 야단치는 것은 물론이며, 수술중에 의사들이 비속어를 남발하고, 수술기구를 간호사에게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수술실의 분위기가 수술의 경중이 아닌 의사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 속에서 간호사들이 심각한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기 일쑤라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지부는 “고 김남희 조합원의 죽음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처리 등 병원쪽의 책임있는 조치 및 관련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자살 이어 또 자살
성과위주 경영·폭압적 병원문화 ‘고질적 병폐’
의사 및 수간호사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참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고 김남희 간호사. 전남대병원에서는 불과 5개월 전에도 이와 똑같은 사태가 발생한 바 있어 그 충격과 슬픔은 더욱 크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도 고 김남희 조합원과 같은 과에 근무하는 간호사 고 전지영(26)씨도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전지영씨 역시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에 따르면 의사들과 수간호사가 동등한 의료진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상식에 벗어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이를 하소연하는 간호사 조합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때문에 지부는 “이번 사태는 개인적 문제가 아닌 업무상 사망”이라며 “병원쪽은 더이상 제3, 4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개사과 하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고 김남희 조합원의 유족 역시 “고인은 평소에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으나 사건 당일 의사와 수간호사로부터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고 너무나 괴로워 한 나머지 죽음을 선택했다”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 앞에 병원은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태는 병원의 성과 중심 경영과 비민주적이고 폭압적인 병원 문화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타살”이라며 “그동안 수술실 등 병원에서 의사와 수간호사들의 비인격적 대우는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NO COPYRIGHT! JUST COPYLEFT! 본 홈페이지의 게시물은 출처를 남기고 자유롭게 퍼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