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토) 14:00 전교조 광주지부(구 방통대 연수원 3층/용봉초 맞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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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는 이름의 기만과 폭력 - 간접고용 현장실습
강산은 변하고... 실업계고 현장실습은 더 나빠지고...
필자는 실업계고를 다녔다. 198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강산이 1번 이상은 변하지 않았을까? 고3 수업시간에 수업을 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선생님이 읊어대고, 누가 갈 거냐고 묻고, 선생님이 추천하는 곳에 원서를 쓰지 않는 쾌심한(?) 학생에게는 다음의 추천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이러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여름방학을 앞둔 7월에는 00전자 회사에서 회사버스를 교문 앞에 떡하니 세운다. 그러면 선생님이 00전자 회사에 갈 사람들은 교문 앞으로 나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갈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가방을 싸서 회사버스에 오른다. 그러면 그 친구들은 졸업식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강산은 변하고, 세월은 흘렀는데... 현장실습은 어떨까?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실업계고 교문 앞으로 00전자 회사 버스가 아니라, 00용역업체 버스가 와서 학생들을 실어 00공장으로 데려간다.
현장실습! 공식적인 비정규직 통로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떠오른 지금, 비정규직의 문제는 단지 현장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부통계로도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인 요즘, 앞으로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현장에 들어가는 청소년들에게도 비정규직으로의 출발이 강요되고 있고, 그것의 통로로 간접고용 현장실습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중간업체를 통한 현장실습의 경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생들은 사전에 일하게 될 회사의 장소, 성격, 담당 업무 및 노동조건에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채로 실습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협약서를 체결하더라도 실제 노동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이번 실업계고 현장실습생 인권실태조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다산인권센터/민주노동당/인권운동사랑방/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최근 몇 년간 실업계고 현장실습에서 파견업체나 용역업체 등을 통한 ‘간접고용’ 형태의 현장실습이 늘어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이 간접고용 형태의 현장실습이 어떤 인권문제를 양산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2005년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으며, 12월 14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글은 실태조사의 결과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에서도 드러났지만,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관리․감독해야 할 해당 학교/교육청/교육부/노동부는 간접고용 현장실습의 실태조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실습현장에서 어떻게 드러나지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고자 한다.
어떤 업체인지 몰랐어요
“학교 직업보도실에서 실습업체로 소개된 (주)대륙테크를 봤어요. 처음에는 제조업체라고 생각했어요. 이름부터 그렇잖아요. 00테크! 전공이 기계 쪽이니까 관련있는 업체겠다 싶었어요. 나중에 그게 용역업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실습을 신청한 후에 우리 학교 학생 19명인가가 정문 앞에서 버스를 타고 그쪽 사무실로 갔거든요. 사무실에 가보니까 책상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거예요. 사장이랑 경리 보는 누나... 그때서야 뭔가 이상하다, 여기가 제조업체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00협력업체, 00아웃소싱, 인재파견 등 모호한 개념으로 소개되는 대다수 파견업체들은 회사의 성격을 밝히지 않은 채 간단한 근무조건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어떻게 일하는지 몰랐어요
“시급만 알고 신청했어요. 어디에서 근무하는지도 몰랐고,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어요. 담임선생님은 주5일 근무라고 얘기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까 아니었어요. 주야 2교대였고, 일주일에 하루 주야 근무조 바뀌는 날에만 쉬는 거예요. 저녁 8시에 퇴근해서 그 다음날 저녁 8시에 출근하거나 아침 8시에 퇴근해서 그 다음날 아침 8시부터 출근하는 거죠.”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건 기억나요. 실수로 기물을 파손시키면 본인이 책임지고 본인 부주의로 다치게 되면 (산업재해)보험 처리 못 받는다.”
근로계약서에 해당되는 ‘현장실습계약’이 엄연히 존재하고, 노동부가 고시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의 경우에도 실습기간/노동시간/실습수당과 지급 날짜/계약 해지 예고 기한 등을 기입하고 업체-학생-학교 3자가 협약서를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실제 협약서에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 사항조차 모르고 실습한 경우가 많았다.
교육과 실습은 없다
“첫날에 시스템가전 쪽 일 배치받고 바로 야간부터 뛰었어요. 친구들 3명이랑 그리로 갔는데, 다 오래 못 버티고 그만뒀어요. 처음부터 가르쳐주는 것도 없이 한 가지 일만 계속 하라고 그러니까 애들이 적응을 못해가지고... 일이 적응되더라도 밤에 일하니까 졸면서 일하는 거죠. 쉬는 시간에 잠 깨려고 노력하고... 다칠 뻔 했던 적도 있어요. 무거운 걸 들다가 떨어뜨려서 발등 찍히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무조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일해야 해요. 교대조 올 때까지 있어야 되니까 보통 8시 10분에 끝나는 거예요. 야간조는 밤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일하구요. 처음에는 실습생들은 야간에 일 안 시켰어요. 그런데 일하던 외국인노동자가 잡혀간 뒤로 갑자기 우리한테 야간근무를 시키는 거예요”
실습을 통해서 선배 노동자로부터 일을 배우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 보는 것이 현장실습의 취지라고 한다면, 현장실습의 본래 목적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없다. 단지, 좀 더 싼 값에, 말 잘 듣는 나이 어린 노동자를 활용하기 위해 현장실습제도가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냥 사인만 하래요
“협약서요? 취업실 선생님이 그냥 사인하면 된다고 해서 사인만 했어요. 시급이 얼마인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지 자세한 조건은 몰랐어요.”
“협약서 같은 거 안 썼는데... 일하러 나가고 나서 업체 사무실에서 이력서랑 계약서 같은 걸 썼어요. 시에스코리아 소장이 불러주는 대로 급하게 적고 사인만 하고 냈어요.”
협약서도 일종의 계약서인 만큼 실습생, 실습업체, 학교 3주체가 계약의 내용을 공유하고, 1부씩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협약서의 작성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협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기는지, 그 내용의 의미가 무엇인지 학교로부터, 업체로부터 설명을 들은 학생은 없었다.
돌아오면 퇴학시키는, 현장실습 폐지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실업계고 현장실습은 실습을 빙자한 조기취업이었다. 전공을 살린다거나, 취득한 자격증을 활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또한, 취업에 앞서서 실습의 기회가 주어지거나, 일을 배우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해보는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학교는 일찍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보내 할 일을 덜고, 기업은 싼 값에 학생들을 부려먹고, 중간업체는 하는 일없이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전부였다.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잘못된 현장실습은 폐지하고, 대안적 형태의 직업교육방식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한 학생의 실습일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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