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에 속지 말자


급증하는 암환자들을 보면 당장 암보험 하나쯤은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파산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과 공포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대중보건의료의 시대를 열었지만, 전체 의료비 중 보험이 되는 부분은 50~60%에 불과할 정도로 보장성이 낮은 것이 우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돈 없어 병원에 못가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공의료 강화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정책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반면에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의료의 산업화정책은 확대되고 있다. 이미 제주도 특별자치구 및 경제특구 지역에 영리의료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지난달에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보장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보는 집단은 삼성생명, AIG, 메트라이프 등 국내외 보험자본들이다. 민간의료보험은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데, 자본의 입장에선 국민건강보험을 잠식해서라도 시장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사활적이다. 정부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통해 이러한 국내외 보험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 FTA다. 이미 한국정부는 의료산업화 정책으로 개방의 의지를 밝혀 왔고, 미국도 의료서비스시장의 개방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어서 의료산업화가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궁극적으로는 미국식 의료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가입한 민간의료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은 병원을 이용하고, 해당병원에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지불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월 보험료는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보험료도 해마다 10~12%씩 급격히 인상되는 추세다. 그래서 비싼 보험료 때문에 보험가입을 포기한 인구가 전체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4800만 명에 이르고, 한해 200만명의 사람들이 의료비로 인해 파산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료의 현실이다.

국내 보험자본들이 미국식 의료 시스템의 도입을 목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서울지역에 있는 수백 개의 삼성계열 병의원과 연계를 구축해놓고 있으며,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우리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개별적으로 보면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한국의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을 붕괴시킬 수 있다. 이는 `누구든지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 즉 건강권이 해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보험자본의 시도에 규제를 가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시키기 위한 집단적인 요구와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