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돌 맞은 여성의 날, 광주시 용역노동자 강제해산
8일 새벽․오전 2차례 걸쳐...“피 눈물 난다” 여성 노동자들 절규

2007년 03월 08일 (목) 16:14:23 이국언 기자 road819@siminsori.com




▲ 광주시청 직원들이 8일 새벽 1시 30분경 박광태 광주시장 집무실 앞에서 농성중이던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간부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있다.

7일 오후부터 광주시청에서 농성 중이던 용역 노동자들이 8일 시청 직원들에 의해 강제해산 됐다. 이 과정에 농성장을 같이 지키고 있던 민주노동당 강은미(서구), 이승희(북구), 최경미(광산구) 의원이 강제로 끌려 나오는가 하면, 3명의 여성노동자가 부상을 당하는 등 격렬한 마찰이 빚어졌다.

광주시청 용역 노동자 23명을 비롯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간부 등 30여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7일 오후 2시경부터 광주시청 3층에 위치한 박광태 광주시장 집무실 복도를 점거하며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며 농성 중이었다.

광주시가 이미 다른 용역업체를 선정한데다, 농성 노동자들은 이미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여서 이날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광주시와의 대화가 무산되자 밤샘 농성으로 전환한 이들은, 특히 강제해산 시도에 대비 속옷 차림으로 맨몸으로 맞서기도 했다.



▲ 광주시청 직원들과 경비직 직원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려 하자 농성중인 여성 노동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띈다.

광주시는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동원한 강제해산에 미온적 입장을 보인데다 특히 저녁 무렵부터는 민주노동당 기초의원단까지 농성에 합세하자, 결국 8일 새벽 1시 20분경 비상대기 중이던 공무원들을 직접 투입시켜 강제해산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광주시는 새벽 1시경 비상대기 중이던 직원들을 모두 3층 회의실에 소집시켜 한차례 해산작전을 모의하기도 했다. 해산작전은 4~5명씩 달려들어 먼저 남성 노동자들을 청사 밖으로 분리시킨 뒤, 여직원들을 같이 투입시켜 농성중인 여성 노동자들을 2층 세미나 실로 강제로 격리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미리 3층 엘리베이터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은, 강승철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을 선두로 차례로 끌려나오는 남성 농성자들을 승강기를 이용해 차례로 1층으로 끌어냈고, 1층 엘리베이터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이 뒤이어 이들을 청사 밖으로 내 몰았다.



▲ 맨 몸이나 다름없는 여성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 격렬한 고성과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광주시는 여성노동자들의 강제해산에 일부 여직원들을 앞세웠지만, 농성자들이 격렬히 저항하자 맨 몸이나 다름없는 농성자들 앞에 다시 남자 직원들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 고성이 오가고 서로가 뒤엉키는 등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시청 직원들은 차례로 한 사람씩 끌려 나오는 여성 농성자들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운채, 엘리베이터를 이용, 차례로 2층 세미나실로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일부 탈진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거나,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부짖기도 했다.

한 여성노동자는 “너희들이 도대체 인간이냐”며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다”며 울부짖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광주시가 힘없는 우리들을 상대로 고작 하는 것이 강제로 사람이나 끌어내는 짓이냐”며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고 반발했다.



▲ 민주노동당 강은미(서구), 이승희(북구) 의원이 여성 노동자들의 강제해산에 항의하며 온 몸으로 막고 있다.

농성자들은 차례로 동료들이 끌려 나가자 서로 어깨를 걸고 연행에 격렬히 저항했지만, 150여명의 직원들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끌려 나가는 여성 농성자들의 몸을 붙들며 광주시에 재차 강제해산 중지를 요청했지만, 이 마저 무시되었다. 이들 의원들도 끝내 농성장에서 끌려나오면서 1차 강제해산은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같은 시간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시민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안타깝게 시청 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경찰의 저지에 막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광주시는 이어 8일 오전 10시경, 2층 세미나 실에 있던 나머지 여성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면서 점거농성은 22시간 만에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날 2차례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박모씨 등 모두 3명의 조합원이 부상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 강제해산이 종료된 광주시청 3층 박광태 시장 집무실 앞 복도. 주인을 잃은 신발 하나가 당시 현장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한편 광주시청 직원들과 청사 경비직들은 취재 중인 기자들의 사진촬영을 일부러 방해하거나, KBS, 시민의 소리, 광주드림, 문화시대 등 일부 소속 기자들까지 강제로 끌어내 거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욱 광주전남공공서비스노조위원장은 “광주시는 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끝내 무참히 짓밟고 죽음으로 내 몰았다”며 “아직 투쟁을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는 광주시청의 강제해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어서 비정규직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격화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