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청소용역직 농성 20시간
공무원 200명 `구사대’ 활약
책임회피 급급하다 `담요말이’로 내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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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청소용역직 농성 2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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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에 시작돼 8일 새벽을 거쳐 이날 오전까지 계속된 광주시청의 청소 노동자들 ‘청사밖 내치기’는 막무가내식이었다.
20여 명에 불과한 노동자들을 내몰기 위해 전 공무원에게 대기령이 내려졌고, 여직원들은 준비해온 담요를 여성노동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남직원들과 함께 노동자들을 시장실 앞에서 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에 대한 폭언과 취재방해도 예사로 이뤄졌다.
▶무지막지한 해산
지난 7일 오후 2시부터 시장실 앞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던 청소 노동자들은 농성 20시간만인 8일 오전 10시 청사 밖으로 쫓겨났다.
8일 새벽 200여 명의 시청 공무원들은 노동자들과 노동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을 해산시켰다. 대여섯명씩 노동자들에게 달라 들어 몸을 잡아 끌거나 들어 올려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2층 세미나실로 몰아 넣었고, 노동계 관계자들과 강은미·이승희·최경미 의원, 언론 취재진들은 청사 밖으로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실신을 하거나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밤새 세미나실에 격리돼 있던 노동자들을 밖으로 또다시 몰아낸 것은 8일 오전 9시쯤. 시 관계자들이 들어와 “아주머니 두명만 업체 사장을 만나게 해주겠다. 민주노총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
이에 노동자들은 “어젯밤 민주노총과 협상한 자리에서 오늘 업체와의 자리를 주선하겠다고 했으면서 지금 와서 민주노총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자리를 떠났던 공무원들은 잠시 후 다시 나타나 노동자들을 세미나실에서 강제로 끌어내려 했고, 노동자들이 세미나실 안쪽에 있는 쪽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잠근 채 저항했지만 공무원들은 망치까지 이용해 문을 부수고 노동자들을 청사 밖으로 끌어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청소노동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시장실 앞을 점거하는 등 극한 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해왔던 시의 책임회피탓이 크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3월부터 청사 청소관리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시에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고용승계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면 살아서 청사 밖을 나갈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완강한 태도에 시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시는 노동자들의 점거농성 5시간만인 7일 오후7시반에서야 협상에 나섰고 새 용역업체 사장을 불러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민노총의 제안을 받아들여 업체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때가 밤9시. 그러나 나타나겠다던 업체 사장은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8일 새벽 1시반 공무원들은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킨 데 이어 8일 오전 청사 밖으로 내쫓았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시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불온하게 보는 데서 기인한다는 의견이 많다.
손동신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본부 사무국장은 “시장의 노조관은 노조 활동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을 상생의 파트너가 아닌 부려 먹을 수 있는 이들로만 보는 것이다”며 “이러한 시장의 입장이 이번 상황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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