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5·18선언’에 대운하·광우병 언급 싸고 `논란’
“의미 퇴색” “현실 참여”
이광재 jajuy@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8-05-13 00:00:00
“오월 정신계승이냐, 기념행사 사수냐”.
5·18민중항쟁 28주년 기념행사위원회가 준비중인 오월기념 선언문에 최근 사회적 이슈가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진 데 대해, 일부 오월 관련 단체에서 ‘오월 행사 의미의 퇴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오월의 역사적 의미를 중시하는 데 반해, 다른 쪽에선 오월기념행사 그 자체를 강조하고 있는 것.
12일 5·18민중항쟁 28주년 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8일 오후 금남로에서 열릴 ‘5월정신계승 국민대회’에서 발표할 ‘2008 오월 광주선언’(오월선언) 기초작업을 진행중이다. ‘오월 선언’은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5·18 28주년을 맞은 대국민 메시지 성격이다.
현재 행사위와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정리한 초안에는 현 사회의 당면 현안인 대운하,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들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5·18관련 단체에선 현실참여적 발언에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한 오월단체 관계자는 “5·18 행사에서 현실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 오히려 행사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며 “자칫 이런 일로 대통령이 기념행사에 불참하거나 돌발사태라도 생기면 어떡하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같은 우려는 일부 오월단체들의 망월동 국립5·18묘지 주변에 대한 사전 집회신고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날 북부경찰에 따르면 최근 오월어머니회측이 오는 18일을 전후해 동광주IC에서 청옥삼거리까지, 그리고 청옥삼거리에서 국립5·18묘지 입구까지는 5·18구속부상자회측이 휘호대회 홍보 등을 이유로 집회신고를 제출해놓았다는 것.
이와 관련 구속부상자회측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행사에 예전처럼 대학생들이 방해해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미리 신청해놓았다”고 설명했다.
자칫 보수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논리도 나온다. 시민 박모(35) 씨는 “최근 광우병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보수 언론이 ‘배후설’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자칫 5월행사를 계기로 뒤집어씌울 수도 있지 않겠냐”는 논리다.
하지만 5·18행사위 관계자나 일부 시민단체측 입장은 다르다. 행사위 관계자는 “오월행사에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는 게 논란이 된다는 자체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어 “80년 당시 불의와 모순에 목숨 걸고 저항했던 데 비해, 지금은 총들고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현실의 모순과 민중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채 말로만 하는 기념이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또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언제부터 5·18기념 행사가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됐냐”며 “이 대통령은 이미 ‘노무현은 조중동하고 싸웠는데, 이명박은 초중딩하고 싸운다’고 할 정도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반영은 커녕 5·18이라서 외면하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