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가다 보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
그 때 잘못한 일이 지금 참 잘한 일이라는 걸.
그 때 잘한게 지금은 땅을 치는 한으로 가슴에 남아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지.
그럼 드는 생각, 그러나 나는 잘된 일인 못된 일인지 그저...
그러나 나는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
김남주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야
어쩌다 나는 영어시험에서 일등을 했지
그때 우리 담임 선생님이 날더러 뭐라 했는 줄 알아
육사에 가라는 것이었어 군인이 되라는 것이었어
그래야 돈 없고 빽 없는 나 같은 놈에게도
출세 길이 훤하게 열린다는 것이었어
지금도 달라진 게 없지만 하기야 그때만 해도
총구가 대통령을 만드는 그런 시절이었는지라
군인들 끗발이면 누르지 못할 것이 없었지
그러나 나는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
그 끗발 좋다는 군인의 길로 들어가지 않았어
만약 그때 선생님 말씀대로 군인이 되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지금쯤
달라에 팔려 용병으로 월남 같은 나라에 가서
제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우는 베트공깨나 작살냈을
역전의 용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공수부대에 편입되어 광주 같은 도시에 가서
자유 달라벌린 시민의 입에 총알깨나 먹이고
훈장을 받은 국가 유공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