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키드먼,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인데요. 적극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팜플렛에서는 '섹스스릴러'라는 천박한 문구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고, 다른 영화평에서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지만..
그건 상품화를 위한 전략이거나 영화보는 눈이 없는 것이겠죠.
관련된 영화평 중 그나마 가장 나은 걸 골라봤습니다.
[영화]거짓된 삶… 세상의 돌팔매가 가혹해
◇휴먼 스테인
감독 로버트 벤튼|출연 앤서니 홉킨스·니콜 키드먼
인간은 저마다 상처를 품고 산다. 혹자는 그것이 보듬어졌을 때의 긍정적인 기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거창하게 말하면 원죄의식, 일상적으론 콤플렉스라는 모습으로 대다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휴먼 스테인’(The Human Stain·5일 개봉)은 제목(인간의 오점)이 암시하듯 이런 상처에 짓눌린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범위를 좁히면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지만 넓히면 삶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피폐해진 개체의 삶을 지그시 응시하는 영화다.
1998년 메사츄세츠. 71세의 학자 콜만(앤서니 홉킨스)은 강의중 뱉었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인종차별 표현이라는 비난을 받고 35년간 재직했던 대학을 떠나게 된다. 아내가 충격으로 죽은 뒤 지친 듯 살던 콜만은 젊은 여자와 만나게 된다. 화재로 아이들을 잃은 30대 청소부 포니아(니콜 키드먼)다. 포니아는 월남전 참전 이후 정신이 돌아버린 남편 레스터(에드 해리스)를 피해 은둔하듯 살아간다. 주변에선 사회적 신분과 나이차를 거론하며 둘의 관계에 대해 쑥덕쑥덕 하지만 둘은 개의치 않고 서로를 탐닉한다.
‘휴먼 스테인’의 인물들은 무거운 짐에 짓눌려 살아간다. 콜만은 흑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유태인으로 행세한다. 피부색이 인생의 오점(stain)이 되고, 숨겼다는 사실이 또다른 오점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인종차별주의자란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찌든 포니아는 남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포니아의 전남편 레스터는 일상과 월남전을 혼동해 폭력을 휘두른다. 영화속 대사가 말하듯 이들은 “감옥에 갇힌 인간들”이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마음의 고향’ 등을 만든 로버트 벤튼 감독의 시선은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삶의 코너로 몰린 둘을 마침내 이어놓은 뒤에도 여유로운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콜만은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고, 포니아는 그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잠시 서로를 토닥였던 둘은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한다. 거짓된 삶에 대한 체벌처럼 느껴진다.
별다른 기교없이 느릿느릿하게 진행되는 영화가 리듬감을 잃지 않는 것은 적절한 편집 덕분이다. 드라마에 중간중간 삽입되는 콜만의 회상은 처음엔 사족으로 보이나, 콜만이 흑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지점부터 무게가 실린다. 이후 콜만의 회상이 진행될수록 관객이 느끼게 되는 심리적 충격은 점증된다. 감독은 상념을 잊은 듯 행복하게 춤추는 두 사람을 비추면서 엔딩자막을 올린다. 아마도 둘이 죽은 뒤에야 마음의 짐을 덜고 평안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은 아닐까. 이 추론대로라면 ‘휴먼 스테인’은 꽤 냉정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