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민중탄핵을 위한 민중행동' 건설
제안문
탄핵 정국의 본질은 '문민정부' 수립 이후 지배세력의 핵심 분파로 성
장한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과거 군부독재시절 이래 권력을 누려온 수구
세력 사이의 권력투쟁이다. 수구세력이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은 궁지에 몰
린 자신의 입지를 회복해 보려는 마지막 도박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것이 도리어 국민적 공분을 유발, 수구세력의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
고 있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그 자체로서는 노무현과 개혁세력
지지로 귀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개혁세력과 '노사모'의 주도
와, 많은 시민사회단체 및 '진보적'인 교수, 문인 등의 가세에 힘입어 그
공분이 이른바 '의회 쿠데타에 대항하는 민주세력의 총집결'의 형태로 조
직됨으로써 개혁세력이 탄핵국면 조성의 정치적 성과를 독차지하는 결과
가 초래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대립구도는 '민주
대 반민주'가 아니라 개혁세력 중심의 지배세력 대 노동자 민중 사이에 형
성된 '신자유주의 지지 대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점이다. 이 점은 지난 십
여 년 간 이들 개혁세력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
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으며,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 민중이 신자유주의
에 반대하며 투쟁해왔는가를 상기해 보면 분명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 일부가 수구세력 심판의 절박성을 강조하면
서 '수구세력의 반동에 맞서 개혁세력과 연대하자'고 주창함으로써 노동
자 민중운동의 혼란이 가중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혼란상이 지
속된다면 지난 수년 간 대중투쟁을 통해서 일궈낸 '반신자유주의 투쟁 전
선'은 노동자 민중운동 내부로부터 무너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
다.
그러므로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은 정세의 성격을 옳게 읽고 자신의 과
제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자신의 투쟁을 재조직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놓
여 있다. 그 투쟁은 탄핵국면과 곧 이어질 총선국면에서 몰락하고 있는 수
구세력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
혁세력에 대한 반격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국민적 분노가 노동해방, 민중해방의 밑거름이 되도록 정세를 전환시키
고, 이후 가속화할 신자유주의 개혁공세에 맞서 '반제-반전, 반신자유주
의 투쟁 전선'을 복원하고 재강화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
조 속에서 우리는 전국의 노동자 민중 운동진영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리는 바이다.
1. 노동자 민중 운동진영은 우선적으로 개혁세력이 추진하는 신자유주
의 정책의 반민중성을 전면적으로 폭로하면서 이라크 파병, 민생파탄, 각
종 반민주악법 제창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
자.
2.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을 퇴진시키
는 이른바 '민중탄핵'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그 투쟁을 파병저지, FTA
무효, 노동권 쟁취 투쟁과 결합시키자.
3. 의회정치의 한계를 폭로하고 국민소환, 국민발의제와 같은 노동자
민중의 직접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을 광범위하게 전개하면서 노동
자 민중 정치의 전망을 열어가자.
4. 이와 같은 실천을 위한 노동자 민중 운동진영의 투쟁기구로 조속
히 '(가칭) 민중탄핵을 위한 민중행동'을 건설하자.
2004년 3월 21일
강내희, 김성구, 김세균, 오세철, 채만수, 박장근, 남궁원, 남병준, 이
성민, 이종회, 조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