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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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0.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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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격의 제도화

<사회화와노동>편집부 | 사회진보연대
지난 1월 17일 정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2000년 경제정책방향]이 확정되었다. IMF체제 돌입이후 2년동안 금융감독위원회장으로서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이헌재 신임 재정경제부장관의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를 통해, 2000년에도 여전히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기조가 지속되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2000년 경제정책방향](이하 [방향])의 내용을 발췌·소개하면서 올해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우선 [방향]은 IMF체제 2년간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며 "외환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가운데 구조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구조개혁의 성과가 나타난 사례로, "대기업-직접금융, 중소기업-간접금융 중심의 선진국형 자금흐름 구조가 정착되기 시작"한 것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되면서 평생직장보다는 평생고용의 관념이 중시되고, 사회적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통하여 노사간 대화의 장이 마련"된 것, 그리고 "공기업민영화 추진을 통해 정부 부문의 비능률이 개선되기 시작"한 것을 열거하고 있다.

또한 [방향]은, 이상의 구조개혁이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경제주체들의 의식과 관행의 개선에 중점을 둔 제2단계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다음으로 [방향]은 2000년 대내외경제여건을 살펴보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것과 함께 기업간·국가간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국내적으로는 급속한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불안, 대우문제 등에 따른 금융불안, IMF체제로 인한 고통을 한꺼번에 회복하려는 보상심리가 분출하면서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상의 평가와 전망을 통해 새 경제정책팀이 내놓은 2000년 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물가안정을 통한 경제안정기반의 정착.

이를 위해서는 재정정적자감축 등과 함께 비용측면에서의 인플레 요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방향]은 "생산성향상 범위 내에서 임금을 인상하여, 소비자가격에 임금인상요인을 전가시키는 임금협약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을 주요한 정책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둘째, 제2단계 구조개혁을 통한 시장경제질서의 틀 확립.

이것은 한 마디로 그동안의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금융기관 겸업확대 및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연봉제, 성과급제의 정착과 민영화의 지속적인 추진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과 근로자복지의 조화 및 생산적 신노사문화 창출 유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생산적 복지체제의 구현.

[방향]은 IMF체제에서 악화된 소득분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소·벤처기업, 문화·관광산업을 중심으로 2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2000년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 4대 사회보험의 적용확대, 우리사주조합 및 성과배분제 등을 통해 중산층 재산형성의 촉진, 수요자 위주의 직업훈련제도 등을 정책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넷째, 지식기반경제로의 운용틀 전환.

여기서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이동통신 관련산업 육성, 전자상거래 육성, 문화·관광산업의 육성, 중소·벤처기업 지원 등이 정책과제로서 열거되어 있다.


다섯째, 국제경제협력의 강화.

여기서는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외환·자본자유화 확대등이 강조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새 경제정책팀이 내놓은 [2000년 경제정책방향]은 기 본적으로 IMF체제 돌입이후 2년동안 김대중정부가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충실히 견지하고 있는 듯하다. 즉 금융-기업-노동-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욱 심화시키면서도, 이 과정에서 노동대중의 생활조건 악화에 따른 저항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장치들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이것을 '따뜻한 시장경제'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경제-생산적 복지라는 김대중 정부의 후반기 국정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경제-생산적 복지'라는 국정목표 자체가 과연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반민중성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방향]에서는 이에 대해 지극히 추상적인 과제만을 열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호간에 모순되는 측면까지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생산적 복지 부문에 열거되어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차질없는 시행, 4대 보험의 확충을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부담 확대가 요구될 수밖에 없는데, 2000년 경제정책의 가장 주요한 목표로서 제시된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00년 실업정책예산이 전년 대비 50%이상 삭감된 사실은, 김대중정부의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IMF체제를 거치면서 관철된 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격이 더욱 심화·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노동과 고용문제에 대해서 [방향]이 제시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제의 정착, 일률적 임금인상의 억제와 연봉제·성과급제의 확산, 생산적 신노사문화창출 등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대중이 겪어 온 노동의 불안정화와 단결력의 약화를 더욱 전면화시키겠다는 구상에 다름아니다. [방향]이 스스로 언급하고 있는 임시·일용직의 확산과 빈부격차의 확대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공격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향]이 제시하는 경제정책방향은 개방화와 금융화를 두 축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금융산업의 독점 강화 등으로 초국적자본과 재벌의 지배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새경제정책팀의 [2000년 경제정책방향]을 요약한다면, 초국적자본과 재벌의 지배력 강화, 노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공격의 제도화, 실물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밋빛 공약의 열거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한덕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부 공문서에서 굳이 따뜻한 시장경제를 신자유주의와 대치되는 이념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다른 장관들도 동의해 이 문구는 결국 "효율성과 경쟁을 중시하는 정책에 더하여..."로 수정됐고 한다(한국경제신문 2000년 1월 18일자). 사소한 일이지만 정부관료들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는 주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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