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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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진보정당으로서 녹색당

차명제 | 배달환경연구소 소장, 사회학박사
<b>한국인들의 정당에 대한 인식</b>

현재 한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매우 심각하다. 물론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은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지난 지방자치제선거나 재·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이 40%를 밑돌았으며, 이를 독일의 투표율 80%와 비교한다면 한국인의 불신이 얼마나 심한지 알수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전국 20세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실시된다면 어떤 정당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31.8%가 국민회의, 24.4%가 진보정당,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각각 13.1%와 5.3% 등으로 답했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주도세력으로 68.6%가 "시민단체", 11.8%가 노동계, 10.8%가 재야출신 민주인사와 국회의원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기존의 정치집단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한 진보정당의 주도적 집단으로는 기존의 정치인이나 노동계보다는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지난 10여년 동안의 시민운동의 노력이 그 결실을 서서히 맺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민운동의 정치참여가 기존 정치에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무난히 정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나아가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의 결과와 실제는 항상 차이가 나게 마련이며, 아직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한국사회의 정서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은 여전히 모험일 수밖에 없다.


<b>시민운동이 중심이 되는 녹색당의 성립 가능성</b>

우선 새로운 형태의 정당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어야만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군소정당의 난립을 저지하기 위해 실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다른 의미를 가진다. 현재 한국의 선거제도와 정당제도는 기존의 정치세력에게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자금력과 사회적 지명도도 없고, 지연이나 학연 등의 연고주의에 연연하지도 않으며, 간판스타 중심의 정당도 거부하는 대안적 정치세력들이 아무런 제도적 장치없이 현실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의 진보정당의 시도들에서도 잘 나타난다. 따라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진보적이거나 대안적 세력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인 것이다. 그러므로 녹색당 성립의 최우선적 조건은 바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 할 수 있다.

다음 두 번째 요인으로 시민운동의 풍부한 경험의 축적이다. 시민운동은 지난 10여년간 사회의 각 부분에서 모순과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해결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해왔다. 환경, 경제정의, 여성, 장애우, 소비자, 청소년, 교육, 교통, 정치, 평화와 통일 문제 등 사회전반에 걸쳐 그 문제들을 파악하고 때론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나 정치인들과 투쟁하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세계적인 네트웍을 형성하여 그들과 긴밀하게 연대하면서 그들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런 면에 있어 시민운동의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은 그 어떤 사회집단들보다 월등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시민운동의 사회발전을 위한 헌신성이다. 현재 시민운동활동가를 제외하고 그 어떤 관료나 정치인, 하다 못해 노동자들이 월 40여만원의 보수와 하루 10여시간 이상의 근무조건에 자신의 삶을 투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그들의 정열과 도덕성,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이상과 문제해결 능력을 겸비한 시민운동은 바로 출세와 몸보신에만 급급한 관료나 정치인들을 대체할 희망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사회에 팽배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이다. 그러므로 매 선거때마다 차악(次惡)을 선택해야만 하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의무가 사실 시민운동에도 있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들의 경험과 능력, 그리고 헌신성과 도덕성은 기존 군림의 정치를 대신하여,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치, 지적·도적적 지도력이 요구되는 미래의 정치를 만들 수 있다.


<b>녹색당의 방향과 내용</b>

우선 녹색당은 인물이 아닌 정책중심의 정당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녹색당의 지향점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건설'이라는 목표설정과 실현가능한 구체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책이 마련되면 이의 수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여기서 특정 개인의 인기나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목표의 실현을 위해 환경·참여민주주의 실현·여성·경제·통일·평화·실업자·장애우·사회보장,… 등의 정책수행이 중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이다. 당이 지도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직과 수평적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지역조직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대안적 형태여야 한다. 조직의 형태, 의사결정구조, 당원의 참여 등이 가장 풀뿌리민주주의와 근접한 형태가 되어야만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네 번째는 이런 의미로 녹색당은 반환경적이고 연고주의와 가부장제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집단의 지지를 얻는다면 이는 녹색당에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녹색당이 적극적으로 계몽하여야 할 집단이지 지지집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는 기업에게 청정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주력할 것을 권고하고, 이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21세기는 바로 환경의 세기이고 청정기술의 수요는 마치 현재 반도체의 그것 이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b>한국에서 녹색정치 실현은 가능한 것인가?</b>

녹색당이 한국에서 실현될 수 있는 조건은 서구와 매우 상이하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녹색당은 시민사회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사회는 녹색당의 출현의 전제조건이 된다. 각 나라의 시민사회 형성과정은 각기 역사적 전통, 문화적 배경, 자본주의 발달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를 서구와 획일적으로 비교하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커다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21세기 참여민주주의 사회 실현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관점에서, 녹색당과 같은 대안적 정당의 창당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녹색당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의 정치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이들은, 대개 녹색당 창당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차이가 있다.


<font color="#3366cc">시기상조론</font>
한국의 시민사회가 아직 서구의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녹색당은 과거 진보세력들의 정치화가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서구처럼 NGOs활동을 통해 지역주민 조직이 강화되고 아래로부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될 때, 녹색당이 성립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font color="#3366cc">연고주의</font>
한국의 정치는 지연·학연·혈연으로 대변되는 연고주의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적 지형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녹색당과 같은 대안적 정당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역주의가 보다 강하게 대두되는 현실에서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font color="#3366cc">한국사회에 만연된 보수적 정서</font>
한국인들의 보수적 성향과 반공의식은 대안적 정당의 존립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동족과의 전쟁, 비판적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억압 등은 사람들의 진보적 사고를 가로막기 때문에, 녹색당과 같은 미래지향적 정당이 선택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font color="#3366cc">단일 이슈정당에 대한 거부감</font>
환경 중심적인 정당이 어떻게 국방과 외교, 경제와 통일문제들과 같은 비중있는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겠는가에 대한 회의이다. 이러한 지적도 물론 정당하다 하겠다.


<b> 다시 한번 녹색당 창당의 당위성을 주장하며</b>

위에 소개된 것 이외에도 녹색당 성립 불가능성에 대한 설득력있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논리만을 주장한다면 과연 창조적 작업이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객관적 조건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서구와 비교해 보면 이제 시작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참여의식도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NGOs의 영향력도 한정적이다. 그리고 주변환경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는 당분간 취약한 상태가 지속할 것이다. 회원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기부금이 하루아침에 증액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가까운 장래에 한국정치의 선진정치로의 전환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부를 중심으로 온 국민이 일치단결한다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까? 그렇다면 이렇게 쉬운 과업이 왜 당장 실현되지 않고 있으며, 더욱 악화만 되어 가는가?
이미 한국사회는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매우 다양하고 때론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집권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신뢰관계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치집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정치집단은 각종 부정부패와 이권에 연루되어 있어 이미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불신관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집단은 높은 도덕성과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발전은 제도적으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촉진시킴으로써 가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민주시민교육"과 같은 방법으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사회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녹색당의 출현은 오히려 한국적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단일 이슈 정당의 문제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러한 지적은 정당한 것으로 녹색당이 건설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극복될 것이며, 전세계 80여개국에서 활동하는 녹색당의 경험을 통해 보완될 수도 있다. 환경이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환경이슈가 중심이 되는 것은 한편으로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현재 한국 NGOs의 태도를 지적하고자 한다. 대개의 NGOs는 현재 한국의 정당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즉 첨예한 정치집단이라는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정당성과 합법성을 국민들로 확보하고 있지 못한 정치적 공백상태에서 한국의 NGOs가 이를 그나마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특히 몇몇 NGOs가 보이는 정치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은 자기기만적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행위와 시민운동과의 정확한 개념규정이 현 시점에서 매우 필요하며, 이를 근거로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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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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