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5/01 창간준비3호

새로운 발명을 위한 2015년

  • 구준모 편집장
2009년 4월 국정원은 《반대세의 비밀》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 드러난 국정원의 전략은 국민을 종북을 기준으로 ‘대세’(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반대한민국 세력)로 나누고, 반대세를 ‘비국민화’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놓고 “헌법이 대한민국을 지켰다”(조선일보)거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 결정”(박근혜)이라는 평가는 이런 정신 구조에서 나왔다. 보수파에게 헌재 판결은 5년 이상 진행한 사회 권력 투쟁의 승리 판결이었다.
 
반대세 전략은 좋은 국민과 나쁜 국민을 구별하고, 나쁜 국민을 탄압·제거하는 두 국민 전략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나쁜 국민이 확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사회 권력을 둘러싼 투쟁에 완전한 승리란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보수파는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범민주진보 세력의 반발을 누르고, 반헌법이라는 딱지에 따라 통합진보당 관련자에 대한 국가보안법 수사를 이어갈 것이다.
 
법무부는 헌재 심리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당원을 혁명적 급진NL세력, 이념적 급진NL세력, 지지옹호세력, 묵인세력으로 분류했다. 혁명적 급진NL세력은 이석기 강연에 참석한 사람을, 이념적 급진NL 세력은 통합진보당 당직자 및 한국진보연대와 당 활동을 병행하는 사람을, 지지옹호세력은 통합진보당 탄압 규탄 집회에 참석한 사람으로 보았다. 이런 구분이 국가보안법 수사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헌재 판결에 대한 비판에 더해 정치사상의 자유 방어와 공안탄압 반대를 위한 너른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족해방 노선에 대한 지양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하고 공안탄압 반대가 민족해방 노선에 대한 지지나 방어와 구별되지 않는다면, 진보진영은 더욱 실패할 것이다.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평화주의적 비판과 그러한 입장에 근거한 평화운동을 통해서 진보진영이 다른 표상을 획득해야 한다.
 
나아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실패 이후에 추락한 민주주의의 내용을 쇄신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이명박과 박근혜를 비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 알려졌다. 광주항쟁에 대한 폄훼나 노동운동에 대한 공세에서 드러나듯이, 대중투쟁으로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운동의 시민권이 추방당할 위기이다. ‘민주’정부의 실패와 함께 몰락한 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사회 변화에 대한 급진적 열망이었다. 새로운 열망을 발명해야 한다. 절망하기에는 새해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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