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10527] 1부. '코로나 학번'의 근황토크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 1부 - '코로나 학번'의 근황토크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청년활동가단체 전국학생행진에서 발간하는 대학사회 관련 컨텐츠로, 최근 대학사회에서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사회에 대해 등록금 반환 이상의 대안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컨텐츠 프로젝트입니다. 



대학 가면 '유정 선배'가 정말 있냐고? 나도 가보면 말해줄게😭

🙈  "대학 가면 유정 선배 있나요?"

매해 3월이 되면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을 담은 이런 질문이 올라오곤 합니다. '치즈인터트랩' 속 완벽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유정 선배'는 모두의 로망이겠죠. '고등학교 다니던 애들이 대학 가는 거다'와 같은 팩트 폭행(?)이 답변으로 자주 달리고는 하지만, 유정 선배가 없더라도 처음 시작하는 대학 생활의 설렘을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고등학교까지의 학창 시절이 '대입 준비'로 압축된다면, 대학 입학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겠죠. 

대학 사회에서도 신입생들의 입학은 매우 큰 연례행사여서, 매해 3월이 되면 제가 다니는 학교의 정문은 출퇴근 시간대 지옥철만큼이나 붐볐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풍경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학 강의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고, 캠퍼스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앞자리가 바뀐다는 점에서 모든 학생들은 20학번의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은 20학번 자체를 만날 일이 많이 없었죠. 선배들도 아쉬웠겠지만, 아마 가장 아쉬운 것은 20학번 당사자들이었을 것입니다. 


20학번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2020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20년의 상반기 동안은 모든 글의 도입부가 코로나 19 이야기였습니다. 그만큼 사회에 미친 파장력이 어마어마했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합니다. ‘대학교’라는 공간에도 코로나의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이전 신종플루나 사스 때와 달리, 2020년에는 전면 온라인 교육이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많은 대학들은 4월이 되어서야 전면 온라인 강의 진행을 결정했지만, 사태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습니다. 2월 초 대구에서 대규모 확산이 일어난 이후 대면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대학사회의 경우 2월에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신입생 맞이 모임, 신입생 OT(새내기 새로 배움터)가 취소되었습니다. 


 입학식을 기대했던 20학번 A씨
엄청 억울했죠. OT조를 다 짜서 선배들과 약속까지 잡은 상황이었는데 며칠 전에 취소됐어요. 새터도 금방 취소되어 아쉬웠지만 약간 예상하고 있어서 데미지가 덜했던 거 같아요. 수업도 그렇고 OT, MT 다 슬프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입학식을 제일 기대하고 있었던 참이라 아쉬움이 컸어요. 입학식에서 축하를 받아보고 싶었는데 그런 게 없었으니까요.

신입생 OT와 입학식 취소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3월이 되어서도 진정되지 않은 코로나 확산세는 사상 초유의 개강 연기 사태로 이어졌죠. 이후 많은 학교들은 급하게 부랴부랴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에는 수업만 있는 게 아니죠. 학교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학생회, 학회, 동아리 등도 대부분 모임을 연기해야만 했습니다.


 동아리와 학회를 했던 19학번 B씨

저는 사진동아리와 학회를 했었는데요. 사진동아리의 경우 1학년 때는 격주 정도로 단체 출사를 갔는데, 약간 소풍 느낌이라 조별로 친해지는 시간이기도 했죠. 일러스트, 포토샵, 카메라 사용법 강의같은 거도 단체로 듣기도 했고요. 코로나로 모이지 못하니 사실상 활동이 어려웠고, 신입생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서로 친해지는 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활동하는 학회에서는 코로나 이후 금방 적응한 편이었는데, 온라인 화상회의로 세미나를 하고 새내기도 몇 명 와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학기 끝날 때즘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라인으로만 만나다보니 제대로 친해지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제 대학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기도 했고, 다들 망해간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이어나가긴 하는데 우리는 없어지니까 좀 슬펐어요. 한편으로는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못잡았나 싶기도 하고.


온라인 개강은 모두에게 어려웠습니다. 한동안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는 대학 화상 수업에서 일어난 해프닝 일화가 끊이지 않기도 했죠. 마냥 웃을 수 없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수업에서는 10년 전 녹화된 강의를 사용하는 일도 있었고, 수업이 시험 며칠 전 한꺼번에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업보다 비상사태를 맞은 건 자치활동이었는데요.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시작으로 모든 소개 모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자 20학번 신입생들은 선배들과 만날 기회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급하게 이메일로 학사정보를 전달했고, 학생회에서는 SNS를 활성화하고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죠. 이런 대응은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지만, 그동안 학과 내 선후배 간의 만남을 통해 전달받던 정보를 모두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죠. 

코시국에도 토론동아리를 찾아내 가입한 20학번 A씨

동아리? 저는 빠르게 가입한 편이었는데, 총학생회에서 학내 동아리/학회 정보를 모아 업로드한 책자를 보고 연락해서 가입했어요. 학사정보는 주로 학과 홈페이지랑 학교 알림 앱을 통해 알게 된 것 같아요. 불편한 게 있었다면 홈페이지에서 검색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거? 전과 관련한 걸 검색하려고 '전과'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게 없고 그랬어요.


왜 대학에 왔는데 메*스터디 인강보다 재미가 없지? 

입학 직전 급작스럽게 코로나가 등장한 20학번과 달리 21학번 신입생들은 코로나 시기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는데요. 그럼에도 대학 생활에 큰 기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온전히 대학 생활의 로망을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건 당연하겠죠. 

학생회를 통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21학번 C씨 

코로나임에도 큰 기대가 있긴 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면 바뀌는 게 많은 것처럼 성인이 되고 대학에 가면 정말 많은 게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입학해보니 크게 바뀐 게 없는 거 같아 좀 무기력해요. 대학에 오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학과 사람들도 만나고 노는 걸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은 거 같아서요. 학생회를 하고 있는데, 만약 학생회를 안 했으면 학교생활을 하는 느낌이 아예 안 날 거 같아요.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기도 하니까 그나마 학생회 사람들이나 동기들을 가끔 만나기도 하죠. 동기들은 대부분 전공수업에서 줌으로 얘기 나눌 기회가 생기면 만나자고 해서 보게 된 거 같아요. 1학년 전공수업이 두 개 있는데 그나마 같은 수업인 친구들을 보는 거죠.


21학번에게 온라인 수업은 대입 준비 시기 듣던 인터넷 강의(인강)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느껴졌지만,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아예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줌으로 동기들을 알게 되어 소소하게나마 술자리를 함께 가지기도 하고, 카톡방에서 함께 전공 스터디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21학번들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은 또 있었는데요. 학생회 사업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20년도에는 진행되지 못했던 신입생 OT 등의 사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외 학회/동아리들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그럼에도 21학번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론 20학번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겠죠. 

공동체를 기대했던 21학번 C씨 

공동체적인 삶? 거창한 건 아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학생회 빼면 그런 자리가 거의 없었어요. 동아리도 거의 못하거나 온라인으로 조금 하는 정도이고,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즐기지 못한 것 같아요. 솔직히 OT, MT 도 대학 오면서 굉장히 기대했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아쉬운 것도 있고요. 

대학에서 절친을 만나고 싶었던 20학번 A씨

대학에 오면 진짜 '찐친'을 만날 줄 알았거든요. 예전부터 미대생들이 하는 야작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있었어요. 미술 자체보다도 함께 작업하면서 친해지는 끈끈한 우정? 저도 그래서 과실에서 밤새서 놀아보고 하고 친구들도 사귀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학교를 잘 가지 않으니 학교에 아는 사람도 거의 없더라고요. 주변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비슷한 거 같아요.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은 활발한 친구들이 많아서 친구들이 꽤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고요.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동아리가 다 망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20학번과 21학번들의 학교 생활을 고대하는 '선배'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모두 활동하는 공간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신입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학과-단과대 학생회를 두루 거친 18학번 E씨 
20년도에는 학과 학생회를 하던 시기였는데 코로나가 갑자기 터지면서 대처를 거의 못했어요. 대면활동이 어려워서 원래 하던 사업들을 거의 못하고, 오랜 기간 동안 고민했던 회칙 개정 등 행정업무 처리 위주로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올 해는 단과대 학생회를 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면활동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 언택트 사업을 대폭 확장했죠. 새내기 OT도 줌으로 진행하고, 모든 새내기들에게 직접 제작한 굿즈 모음을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유튜브도 개설해서 주기적으로 학교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기도 해요!

온라인 시대에 학회가 빠르게 적응했던 19학번 B씨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학회는 모임은 빠르게 적응했던 거 같아요. 운동 동아리처럼 만나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화상으로 바꿀 수 있었어요. 함께 모여서 하고 싶은 사람은 소수로 모여서 하고, 다른 사람들은 화상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아주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예 모임을 못 해서 학회가 없어졌던 건 아니라 당시에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코로나 시기 익명 커유니티를 활용한 17학번 D씨

처음에는 평소처럼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개강이 연기되어서 일단 저희 모임도 미뤘죠. 다른 것보다 신입회원 모집이 어려웠어요. 학과나 단과대 학회가 아니라 보통 교내 부스 설치와 포스터를 붙였는데, 직점 캠퍼스에 오는 사람이 없을 거 같아 걱정이었죠. 그래서 평소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보물을 올리고 SNS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신입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지,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사람은 왔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지만, 특히나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20, 21학번에게는 아쉬움이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 캠퍼스는 컴퓨터 화면 안에 있지만, 모두들 서로를 만나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20, 21학번도 다 비슷한 사람이라는 20학번 A씨

아직까지 같은 과 친구들을 거의 몰라요. 올 해 전과를 해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사실 입학했던 학과에서도 딱히 친한 친구가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학과를 옮기면서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별 느낌이 없네요😂  그런데 결국 다 사람들이라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제 친구들도 보면 학교에서 딱히 친하게 된 사람들이 없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별로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진 않아요. 

아직까지도 동기들과의 모임을 기다리는 21학번 C씨

저는 입학 때부터 다양한 활동이 하고 싶었는데, 수강신청을 실패해서 동기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3월 초에 조금 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그냥 학교를 나오면 사람들과 가까워졌다면, 지금은 특히나 사람에게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주로 활동을 위주로 사람들을 만났는데, 앞으로도 이런 활동이 더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서 크고 작은 것들을 빼앗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20~21학번들에게는 특히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겠죠.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모두가 슬픔을 겪는 시기이지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동기, 선배, 후배 등 지금까지 줌 화면으로만 만났더라도 함께한다면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나가며 - 2부도 기대해주세요! 

전국학생행진의 컨텐츠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코로나 시기에 힘을 빠르게 잃어가고 있는, 하지만 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받는다고 다시 살아나지는 않을 학생사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생행진에서는 학교가 결코 수업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며, 비대면 수업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원래 생기 넘치던 캠퍼스를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은 본문을 담은 글 3부, 그리고 이후 후기 컨텐츠로 구성되어 매주 수요일 발간될 예정입니다. stulink.me 를 통해 컨텐츠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