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진전] 소피의 전쟁 일기

관리자
2022-08-10
조회수 492

  • 사진전 취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70여일이 지났습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생이별해야만 했고 일상을 지탱했던 터전과 직장을 잃었습니다. 고문, 강간 등 끔찍한 전쟁 범죄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푸틴 정부는 본인들의 침략을 ‘군사작전’이라며 정당화합니다.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공격과 전쟁 범죄는 가짜뉴스라며 부정합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국제 시민들이 푸틴 정부의 거짓말에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푸틴 정부가 원하는 일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연대와 관심이 절실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조속히 끝날 수 있도록, 인류사의 오점으로 남을 끔찍한 침략 전쟁이 끝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아름다운 파란 하늘과 노란 밀밭이 다시 꽃피울 수 있도록 러시아군의 철군을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연대해주세요.  


  • 사진전을 보기 전에




누구나  전시에  공감할 수 있도록 가상의 캐릭터 ‘소피’ (좌측 그림)를 창조했습니다. 소피는 정의로움이 넘치는 사진작가로,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고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입니다. 사진전은 소피가 찍은 사진과 느낀 감정이 그대로 담긴 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사진은 최대한 사실에 기반하여 설명문을 넣었으나 일기에 어울리게 재구성한 부분도 있습니다. 정확한 사진 설명은 사진 밑에 영어 원문 그대로 표기해두었습니다. 


2월 24일, 미사일이 쏟아지다


새벽부터 굉음이 들렸다. 바로 우리 집 옆에 러시아군의 마사일이 떨어졌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나치를 소탕한다며, 나토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겠다며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없다. 나치처럼 행동하는 것은 푸틴이지 우리가 아니다. 나토는 전쟁의 명분일뿐이다.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산부인과와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어머니는 그 희생양이 우리가 될 수 있다며 황급히 폴란드로 떠나자고 하셨다. 나도 죽음이 두려웠다. 하지만 푸틴의 거짓말 앞에서, 전쟁의 진실 앞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그의 거짓을 사진으로 밝혀낼 것이다. 어머니는 나와의 이별 앞에서 연신 눈물을 흘리셨다.



풍경의 안과 밖.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보로디얀카의 한 아파트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 UPI뉴스  


전쟁의 상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골반이 찌그러지고 엉덩이가 분리된 임산부가 산부인과에서 대피하고 있다. 이 여성은 최전선에서 더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살아남지 못했다. / AP 뉴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아파트 건물 옆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UPI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러시아 로켓포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학교가 목격됐다. / UPI뉴스  


4월 3일, #RememberBucha



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민간인 학살은 금지인데..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그러나 부차에 도착한 순간 나의 생각이 순진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공기는 무거웠고 곳곳에서 시체 썩은 냄새가 났다. 눈앞에 보인 것은 잔인하고 굴욕적으로 사망한 시민들이었다. 여성, 노인,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어떤 시신은 고문을 당해 귀가 잘리고 이가 뽑혀있었다. 여성들은 강간당한 뒤 나체로 발견되었다. 구역질이 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먹을 걸 토해내면서도 엄청난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내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반인륜적인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었다.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간신히 사진을 찍었다. 마치 그들의 마지막 영혼을 카메라에 담을 수라도 있다는 듯이.


어느 주택에 들어선 소피는 마당에 널브러져있는 수많은 시체를 목격했다. 하루 종일 비슷한 광경을 마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다.  / AP 뉴스

Bodies lie on the ground, some with their hands tied behind their backs, in Bucha, Ukraine, Sunday, April 3, 2022. AP journalists saw the bodies of at least 21 people in various spots around Bucha. One group of nine, all in civilian clothes, were scattered around a site that residents said Russian troops used as a base. They appeared to have been killed at close range. (AP Photo/Vadim Ghirda) 

부차에서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채 한 남자가 땅바닥에 누워있다. 남자의 손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 AP 뉴스 

A dead civilian with his hands tied behind his back lies on the ground in Bucha close to Kyiv, Ukraine, Monday April 4, 2022. (AP Photo/Efrem Lukatsky, File) 

나디야 할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며 울고 있다. 아들은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숨졌다. / AP 뉴스

Nadiya Trubchaninova, 70, cries while holding the coffin of her son Vadym, 48, who was killed by Russian soldiers last March 30 in Bucha, during his funeral in the cemetery of Mykulychi, on the outskirts of Kyiv, Ukraine, Saturday, April 16, 2022. Ministers from dozens of nations are meeting on Thursday, July 14, 2022 in the Netherlands to discuss with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s chief prosecutor how best to coordinate efforts to bring to justice perpetrators of war crimes in Ukraine. (AP Photo/Rodrigo Abd, File) 


4월 30일,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사람들


 

나는 사람들이 피난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따금 옆에 경찰 아저씨가 내 눈을 가려주었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의 비명에 그만 보고 말았다. 붉게 물들어 영원한 잠을 자는 이와 영원히 잠들지 못할 이를. 그걸 본 지 30분 후 피난 지하철에 도착했다. 이곳 사람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군인 같았다. 우크라이나 만세를 외치며 우리가 이길 거라고 나한테 말하거나 지하철 안에서 연설을 했다.

나는  문득  바깥이  궁금해져  역을 나와 둘러보았다.  바깥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피난민’이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더기 옷, 얼마 없는 빵, 어수선한 분위기... 그들은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집, 재산, 그리고 몇몇 친구는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며 1분에 한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았다.

밤이 되어 잠을 청할 때 폴란드에 떠난 엄마가 문득 생각났다. 밥은 잘 챙겨먹는지..안전하게 있는 것인지.. 오늘따라  유독  엄마가 보고 싶었다.

소피가 하루키우의 한 지하철에 도착했을 때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임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UPI 뉴스

소피는 안드레이 아저씨, 아저씨의 반려견과 함께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 UPI 뉴스

사람들이 하루키우 시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 UPI 뉴스

마을에서 대피한 한 할머니가 투박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할머니는 마을을 떠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포격을 받았다고 한다. / UPI 뉴스

알렉사이 할아버지가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했을 때 자신의 집 지하에서 생활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 UPI 뉴스 


5월 1일, 분노로 가득 찬 하루

엄마를 향한 그리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방금 미사일 폭격이 있었던 하루키우의 주택가로 향했다. 그곳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진1) 그곳에는 한 남성이 여성의 시신 위에서 울고 있었다. 이들은 부부였다. 남편 빅토르는 절대 헤어지지 않기로 아내 나탈리아와 약속했지만, 미사일이 아내의 목숨을 앗아가며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사진1

Viktor Kolesnik cries on a body of his wife Natalia Kolesnik, who was killed during a Russian bombardment at a residential neighborhood in Kharkiv, Ukraine, on Thursday, July 7, 2022. (AP Photo/Evgeniy Maloletka) 


마을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2) 니나 셰브첸코는 식량을 구하러 외출하고 돌아온 사이 어린 아들 아르템을 잃었다. 아르템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기 전까지 엄마만 생각했을 것이다. 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르템의 명복을 기원한 후, 니나가 폭격이 일어났다고 일러준 지하철로 향했다. (사진3) 그곳에는 정말 무차별적인 폭격이 일어났고 엘레나는 남편 알렉시를 잃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평화로웠을 이곳은 화약 냄새와 불운하고 죄 없는 사람들의 피로 가득 찼다. 나는 부차에 이어 하르키우에서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같은 사람에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까?’ 눈물 대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사진2

Nina Shevchenko mourns over the body of her 15-year-old son Artem Shevchenko, who was killed in a Russian attack on Kharkiv, Ukraine, Friday, April 15, 2022. (AP Photo/Felipe Dana)

사진3

Elena kneels down next to the body of her dead husband Alexey, who died during shelling at the subway in Kharkiv, eastern Ukraine, Thursday, May 26, 2022. (AP Photo/Bernat Armangue) 


6월 4일, 무너지지 않는 사람들



잠시 평화를 찾은 키이우에 도착했다. 모든 고초를 겪고도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곁에 핀 들꽃 한 송이를 향한 미소가 따뜻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견고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내 안의 분노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웃는다. 합창단원이셨던 안나 할머니는 지쳐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따금 노래를 불러주시곤 한다. 이를 듣는 사람들의 얼굴엔 한없이 예쁜 들꽃이 피어난다. 따라부르는 아이들, 눈시울을 붉히는 어른들. 즐겨 찾던 놀이터를 여전히 사랑하는 아이들, 애정 어린 집터를 보살피는 어른들. 저마다의 상처는 저마다의 강인함이 된다. 나는,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소중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전 합창단원이셨던 안나 할머니의 노래. / AP 뉴스

Anna Loboda, 93, a former choir member who fled from Donetsk region, sings a song at Saint Michael monastery, in Odesa, Ukraine, Friday, May 13, 2022. Loboda, who has no family, has been living in the monastery's facility for the elderly since she was brought to Odesa by a neighbor before Russian forces took over her village. (AP Photo/Francisco Seco) 

정들여 살아온 아파트가 폭격에 무너진 모습을 한참 바라보시는 빅토르 할아버지 / AP 뉴스 

A man looks at buildings destroyed during Russian attacks on Borodyanka on the outskirts of Kyiv, Ukraine, Saturday, June 4, 2022. (AP Photo/Natacha Pisarenko) 

깨진 창문 사이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스타샤 할머니 / AP뉴스

Nastasia Vladimirovna poses for a portrait from inside her home, destroyed by Russian attacks in Mostyshche on the outskirts of Kyiv, Ukraine, Monday, June 6, 2022. Vladimirovna said she lived here with 18 family members, but now she and her husband are staying in a neighbor's home. (AP Photo/Natacha Pisarenko) 

무너진 아파트, 그 앞 놀이터에서 여느 때와 같이 놀고 있는 토미과 사샤 / AP 뉴스 

Children play near a building destroyed during Russian attacks in Irpin, on the outskirts of Kyiv, Ukraine, Sunday, June 12, 2022. (AP Photo/Natacha Pisarenko) 


세상에는 더 많은 소피가 필요하다 

평화를 염원하는 소피는 우크라이나에만 있지 않다. 러시아,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 곳곳에서 모여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소피들’이 멈추면, 러시아군은 절대로 우크라이나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소피가 되어 한 목소리로 외치자.

러시아군은 철군하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홍콩에서의 반전 평화 시위 /  Egor Lyfar

2월 26일 토요일, 영국 런던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 Henry Nicholls (Reuters)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파리에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모이면서 우크라이나 국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AP뉴스 (Thibault Camus)

2월 26일 멕시코시티의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반전 시위. / Luis Cortes(Reuters)

친우크라이나 시위대가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친다. / AP뉴스 (Seth Wenig)

2022년 4월 16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전쟁반대 평화행진]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 우크라이나 평화행동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독일 쾰른에서 우크라이나 국기와 눈물이 그려진 한 여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따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Federico Gambarini

터키에 사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2월 26일 앙카라에서 시위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Cagia Gurdogan (Reuters)


더 많은 사진을 보고 싶다면 아래 사이트를 추천합니다. 


AP포토 Russia Ukraine War

UPI뉴스 제3회 세계난민사진전

Protests Erupt Around The Globe Against Russia's Invasion Of Ukr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