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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인터뷰

2022 하반기 icpssp newsletter 지역포커스

인천지부
[지역포커스] 플랜트 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인터뷰: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쟁
“현장에서 불씨를 지피고 있겠습니다”

3월 15일, 플랜트 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사무실에서 하해성 정책국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년 12월 송도에서 진행한 플랜트노조 결의대회는 정말 오랜만에 지역의 사회운동 단체, 타 산별노조도 연대했던 집회였다. 당시 사회를 보며 집회 대오의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었던 그는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쟁에 대한 인터뷰를 기획하며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었다. 연락을 취해보니 하해성 정책국장은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에서 근무를 하신다고 했다. 그나마 일찍 퇴근하는 날이라고 했지만 인터뷰가 끝나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린다.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한 설명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생 때, 삼미특수강이라는 회사가 매각을 거치는 과정에서 해고가 있었고 그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대단히 강인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고되고 수배받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흐트러지지 않고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학생회관 청소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에게 노동자로서의 삶, 노동 운동이 긍정적으로 각인이 되었던 것 같아요.

졸업하고 나서는 노조가 없는 중소규모 3차 벤더 회사에 들어가서 노조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편찮으시게 되었어요. 어머니를 간호하게 되면서, 언젠가 노동 운동으로 다시 복귀하겠다고 생각하며 노무사 시험을 준비했죠. 처음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한 곳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현 서울지부) 였어요. 당시 홍대 청소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러 갔었는데, 노무사가 필요한데 아무도 안 오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합격하면 올게요” 약속을 했다가 인연이 되었죠. 한 8년 정도 청소 노동자들하고 시설 관리 노동자, 경비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을 했습니다.

활동 공간을 옮겨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마침 전국 플랜트 건설노조에서 노무사를 구하고 있더라구요. 이력서를 넣었는데 합격이 돼서 그렇게 본조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앙에 있으면 재미가 없어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함께 투쟁을 조직하는 일이 역동감 있고 제 성격에 맞거든요. 지부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마침 경인지부가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렇게 내려오게 되었어요. 지부에서 생활을 하려면 현장 노동자들의 삶을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작년에 한 넉 달 정도 현장 경험을 했죠.

그때 세 가지 생각을 했어요. 먼저, 노동안전실장으로서 중앙에 있었을 때 ‘왜 이렇게 사고가 반복되고 해결이 안되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고 그래서 현장을 보고 싶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을 알아야 활동가로서 살아갈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저 스스로 조직 사업을 언젠가는 하게 될 수도 있겠다.

예전에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이 조직 되었을 때, 처음에는 “원하시는 게 뭐에요?” 물으면 토요일도 좀 쉬고 싶다, 진짜 그거 말고는 요구사항이 없으신 거에요. 그래서 직장생활에 만족하시나 보다 했는데, 농성을 시작하고 24시간 붙어 있으니까 하나둘 드러나는 거죠. 한 번은 양말을 갈아 신는데 발등에 상처가 심해서 “왜 이렇게 다치셨어요?” 그랬더니, 유리병이 깨진 상태로 쓰레기 마대가 떨어지면서 다쳤는데, 치료도 못 받고 계속 일을 해야 하니까 오물들이 묻고 물청소도 하면서 염증이 생겨서 이렇게 됐다는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러니까 “저거는 약과야” 하면서 너도나도 얘기가 나오는 거에요. 노동자들과 밀착되어 있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요구를 파악하기 어렵고, 제대로 투쟁을 조직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현장 생활을 생각했던 거고, 필요한 순간에 현장에 들어갈 수 있으려면 아무리 건설 현장에 취업하는 일이 쉽다고 해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작년에 갔던 건데 올해 바로 써먹게 된 거죠.

플랜트 건설 노동자는, 발전소, 석유화학시설, 제철소, 반도체 등 대규모 공장 시설을 주로 금속을 가지고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독일 같은 경우에는 건설노조가 아니고 금속노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식을 따라가면서 철저하게 기업별 노조 중심으로 되어있다보니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이런 기업들이 다 건설노조로 되어있고 그들이 주로 대규모 플랜트 공사를 따내고 있어요. 그래서 산업을 구분하는 데 있어 플랜트를 금속으로 안 두고 건설 산업으로 둡니다. 금속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조선업에서 들어오신 분들도 많고 반대로 플랜트 일을 하시던 분들이 조선업으로 가기도 하구요.

플랜트 산업은 파이프로 주로 액체나 다양한 물체들을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 파이프를 이어나가는 것을 배관팀이 하구요, 저는 배관팀에서 조공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파이프를 자르고 용접하기 쉽게 그라인더로 갈아두고, 배관사가 도면을 보면서 지시하면 자재를 준비하고 배관사가 용접할 수 있게 준비를 합니다. 일이 좀 서툴러서 한 번은 파이프를 잘라서 배관사에게 주니까 파이프를 자르라고 했는데 왜 죽창을 주냐고 타박을 듣기도 했습니다.

플랜트노조와 건설노조가 같은 산별연맹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 차이(와 공통점)을 정확히 모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플랜트라는 단어가 “대규모의” 이런 뜻인데, 대규모의 공장시설을 짓는 일을 가리킵니다. 사람이 들어가서 활동하는 구조물을 “건물”이라고 했을 때, 공장도 하나의 건물이라는 관점에서 건설산업으로 분류를 하고 있어요. 건설노조는 주로 생활시설과 상업시설 그리고 공공시설을 짓는 데 특화되어 있어요. 우리가 흔히 건축물이라고 떠올리는 것들은 다 건설노조가 짓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건설노조가 대부분의 건축물들을 포괄하고 있고 거기서 특수한 형태인 공장시설을 시공하는 사람들로 플랜트 건설노조가 모여있기 때문에 건설노조의 하나의 분과 정도로 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산별노조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은데요. 노동법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법을 그냥 카피한거라 우리나라 현실에는 잘 맞지 않아요. 우리나라 노동법은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갈라치기 위해서 기업별 노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삼성바이오 현장에서 어떤 건설업체에 소속되어 다니다가 삼성바이오 현장이 끝나면, “조합원의 멤버십도 끝나야지 왜 당신들은 계속 조합원으로서의 의무를 강요하느냐” 이런 얘기를 듣죠.

그런데 유럽의 경우에는 산별노조가 훨씬 더 큰 개념이고, 노동자들은 그 멤버십을 가지고 어떤 회사에 갈 것인지를 고민하죠. 사람들이 노조 안에서 기능도 배우고 삶도 영위하고, 나의 삶 전반에 대해서 책임져주는 커다란 그릇으로 노조를 생각하고 있어요. 플랜트 건설노조와 건설노조도 그런 거대한 산별연맹, 더 나아가서 산별노조로서의 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한테 그런 산별노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을 드리거든요. 그런데 워낙 기업별 노조 사고에 익숙하시다보니 설명을 드려도 딱 와 닿지는 않으신 것 같아요. 그래도 겪어보고 나면 이래서 산별노조가 좋은 거구나를 깨닫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는 얘기를 많이 하셔요.



플랜트 건설노조 경인지부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경기인천 쪽의 플랜트 현장들은 수도권 이다보니 대규모 공단이 만들어지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경인지부가 해야 될 일이 많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흩어져 있다 뿐이지 비행기, 발전소, 반도체도 있고 LG 디스플레이 등 구석구석 현장이 많아요. 대규모로 집합되어있는 곳은 없지만 소비시장과 가까운 특성, 많은 인력풀이 있는 수도권 특성에 맞는 산업이 존재하는 거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흩어져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규합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있는 지역이 경인지부에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비해서 최근에 트렌드가 되고있는 산업들이 많은 지역인데, 그 산업의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노조를 겪어보지 못한 분들이 무척 많아요. 경인지부는 그분들이 산별노조의 품에 조직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되죠.

포항지부는 포항제철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산업단지가 형성이 되어 있고, 거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자재들을 만들기 위해서 주변에 산업단지가 형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포항제철하고 싸워서 승리를 하면 그 도시 전체의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평정이 되죠. 울산, 여수, 충남 대산은 석유화학단지인데 산업특성 상 밀집될 수밖에 없어요. 경인지부가 만들어진지 벌써 9년째인데 성장을 많이 못했던 이유는 그렇게 밀집되어있는 산업단지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좀 어렵게, 힘들게 해왔지만 그래도 경인지부에 맞는 조직화 방법과 조직 대상을 개척해 나가는 노하우를 축적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이오산업은 기존의 플랜트노조 현장과 어떤 점들이 다른가요?

일단 석유화학 산업은 고압의 물질들을 쓰기 때문에 용접 포인트나 볼트 하나마다 다 방사선으로 검사를 해요. 그래서 일이 무척 어렵고 자부심도 커요. 바이오산업 같은 경우는 똑같은 숙련을 요구하면서 꼼꼼하게 시험도 치는데 막상 일을 할 때는 고압의 관을 쓰지는 않아서 긴장감이 좀 덜해요.

바이오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은 생산물의 하자나 오류, 그러니까 불량률이 그 산업의 생산성을 결정지어요. 휘발유에 조그만 불순물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거 안 사 하는 사람은 없지만 백신 맞는데 불순물이 들어갔다고 해봐요. 그 탱크에 들어갔던 모든 물량을 다 버려야되요. 반도체도 조그마해서 오류가 나게 되면 계산이 다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하자율이 중요해요. 그런 특수성이 있어서 배관보다는 덕트, 공조기 이런 것들이 더 우선이에요. 그러니까 제철, 석유화학단지는 배관라인, 생산라인이 제일 중요해서 먼저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덕트, 소방라인이 나중에 오다가 서로 걸리면(설계과정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만들다 보면 공법상 꺾여야 하는 곳들이 생긴다) 덕트 쪽이 양보하는게 당연하죠. 근데 바이오는 반대로 덕트나 소방라인이 더 중요해서 그동안 생산라인을 만드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던 사람들이 엄청 자존심 상해하신답니다.

현장 내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요?

현장에 약 2500명 정도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있는데 휴게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나머지는 자기 차에 가서 쉬어요. 또 현장에서 일하시는 여성분들이 대부분 다 한 번씩 방광염에 걸려요. 화장실 가기가 어렵고 불결해서 그런거죠. 화기감시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배관사랑 조공이 쉬기 전까지는 자리를 뜰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 같이 쉴 수밖에 없고 그 시간대에 결국 사람들이 몰리죠. 줄도 길고 쉬는 시간이 끝나버리면 또 못 가고 그래요. 또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쇠를 갈아버리니까 가끔 밝은 헤드라이트를 켜면 반짝반짝하는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거든요. 방진 마스크를 써야 되는데 방진 마스크가 제대로 지급이 잘 안되요. 심할 때는 전날 너무 더러워져서 버렸는데 다음날 지급이 안 되면 누가 버린 마스크를 주워서 쓰는 경우도 있어요.
똥떼기, 즉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도 무척 심각해요. 바이오로직스라는 발주자가 있고 삼성 엔지니어링(원청)에게 하도급을 줘요. 삼성 엔지니어링이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전문 건설회사, 예를 들면 배관라인은 제일기건, 대신기공 이런 업체들에게 주는 거죠. 법은 거기까지 허용을 해요. 그런데 업체들은 솔직히 시공할 만한 능력도 없고 그러니까 일 좀 해본 사람에게 여기 파트 나눠줄 테니까 네가 채용한 사람들한테서 알아서 관리하라고 하는 건데 그 사람이 욕심이 많으면 많이 떼먹는 식으로 되는 거죠. 사실 똥떼기가 불법이니까 노동자들이 받은 월급에서 사후에 가져가는 형태에요. 실제로 근로계약서는 제일기건하고 썼는데 막상 또 한 명의 사장이 있는 거죠. 근데 이 하청을 한 단계 더 겪는 경우도 있어요. 노동자들은 자기가 일한 만큼의 대가도 받지 못하고 근로계약서를 쓴 회사는 책임을 전혀 안 지는 거죠.
플랜트 경인지부 소식지

경인지부에서 어떤 목표와 로드맵을 가지고 조직, 투쟁 사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다고 보시나요?

사실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이 있는 건 아니에요. 특히 사측, 상대방이 있고 노동자들도 앞으로 조직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요. 현장을 조직해서 단체 협약을 통해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정말 분노스러운 것은 노동자들이 눈치를 보게 만드는 관리자들의 태도에요. 싫으면 니가 나가라는 식인데, 다른 데로 가려면 또 일자리를 구해야 되고 단 며칠이라도 생계가 끊길 테니 무슨 말을 못하는 거죠.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말도 못하고 자기가 사야 되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이 너무 화나죠. 그나마 조합원이 제일 많은 제일기건은 토요일에 3시에 퇴근해요. 그런데 어떤 회사는 같은 일당을 받는데 5시에 퇴근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저 회사 좋다 부럽다 이러면서도 우리도 저렇게 합시다라는 얘기를 하기가 참 어렵고 그런 부분들을 노조를 통해 바꾸고 싶죠.

4공장에서는 최소한 삼성에서 노조 한 사람들도 자기 공정 잘 마무리한다, 또 단체 협약도 체결하고 노동조건도 좋아졌다는 걸 보여줘야죠. 한 회사가 바뀌니까 우리 회사도 조금씩 눈치 보면서 좋아졌다는 반응들도 많아요. 평택에서 올라와서 노동조합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분들이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좋다, 아침에 커피 줘서가 아니라 여기가 평택보다 노동조건이 더 좋은데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얘기하시죠. 평택 반도체 공장을 주로 다니던 사람이 여수에 취업하기 위해서 노조에 가입을 했는데, 가기 전엔 망설였지만 막상 가입하고 있다 보니 다시 평택에 와서는 확실히 다르다, 노조 좀 조직 해주십시오 이런 얘기를 하고 그래요.

그런데도 가입은 잘 안 하는데, 조합원이라고 알려지면 취업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죠. 4공장 모든 노동자들이 다 가입하면 좋겠지만 그건 운때도 맞아야 되고, 불씨는 계속 지피면서 현장에 있어야죠. 몇 군데에서는 깃발을 꽂고 안정적으로 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른 업체 가서도 취업할 수 있네’, ‘밖에서 마이크 잡았던 사람도 취업이 되네’ 이런 점들을 계속 보여줘야죠. 그래서 5공장, 6공장 지을 때는 정말 승부를 좀 내보자는 계획들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의 산업전환이 플랜트노조에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비하는 노동조합의 전망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경인지부 전체 차원에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해본 것은 아니여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산별노조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조합원들이 이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계속 의미 있는 노동자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이 전환되고 기술이 변화할 때 수동적으로 ‘저 일자리에 자본이 투여가 돼서 이런 회사가 생겼으니 내가 취업을 해야지’ 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합니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존중받을 수 있는 패러다임과 환경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죠. 직업 전환이 필요하면 그런 부분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면 국가에, 지자체에 요구하고 투쟁을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노동조합 자체적으로도 기능학교를 통해서 실제 변화되는 산업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노동조합 교육사업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바이오산업은 향후 중요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바이오산업의 특성에 익숙지 않다고 다른 데서 일자리를 찾는 식으로 겉돌게 되면 안 되겠죠. 물론 생필품에도 석유가 필요하고, 에너지 전환이 이뤄진다고 석유화학 산업이 아예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지금처럼 전체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이 먹고살 수 있게 왕성하게 투자되지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반도체산업, 바이오산업이나 다른 어떤 산업에 대해서 조합원들이 적응하는 게 당장 불편해도, 노동조합이 적응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회사들을 바꿔가야죠. 특히 위생 생산라인에 대해서는 특수한 기능들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익숙해져야지 노동조합도 계속 재생산이 가능할 것 같아요. 4공장은 우리가 뒤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니 바꿔달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 5, 6공장 만들 때는 처음부터 개입해서 기본적인 부분들은 갖출 수 있도록 요구해 나갈 겁니다. 산업 변화를 노동조합이 먼저 읽어내고, 조합원들한테 제안하고 리드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쟁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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