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다같이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외치자 :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교사 인터뷰

관리자
2022-08-15
조회수 401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교사 인터뷰

인터뷰이 :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 (위 사진)

인터뷰어 :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광주


인터뷰 취지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수도인 키이우를 포함하여 하르키우, 마리우폴, 헤르손 등 주요 대도시를 시작으로 현재는 동부의 돈바스 전역과 남부를 장악하기 위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침략과 탈환을 반복하며 격전을 펼치고 있다. 전쟁이 약 6개월간 지속되는 결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삶은 무참히 파괴되었고, 수백만 명의 난민은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를 떠돌게 되었다.

 

이번 전쟁의 영향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삶에 국한되지 않는다. 민간인 학살과 금지 무기 사용, 전시 강간 등 인도주의 위기와 더불어 전쟁이 불러온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과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전 세계 시민의 삶을 휘청이게 한다. 핵 무력의 위협 또한 날로 증가한다. 이번 전쟁이 계기가 되어 또 다른 약소국을 향한 침략이 발생한다면, 이는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할까?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일까, 침략의 성공을 지켜본 국제사회일까? 지금이라도 이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 전쟁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소식의 노출 빈도가 줄고 있어, 이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관심도도 줄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들의 무관심이야말로 푸틴 정부가 원하는 일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염원하는 광주의 대학생들이 모인 ‘우크라이나 평화 실천단 in 광주’(이하 실천단)는 당사자의 관점을 잃지 않고 전쟁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실천단은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Andrei Litvinov, 38) 교사(이하 안드레이 교사)를 인터뷰했다. 폴란드에 오가며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봉사를 하는 안드레이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난민의 현실과 우크라이나인의 관점에서 러시아의 침공 문제를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우크라이나에서 23살까지 살다 한국에 오게 됐고, 현재 광주 새날학교에서 외국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한국에서 절반, 폴란드에서 절반을 머물며 난민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요즘 어떤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나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가정이 있어 전쟁터로 직접 뛰어들긴 힘들다 보니, 가까운 폴란드에서라도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둘째로는 남성의 부재로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아내와 아이들을 도와줌으로써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계속해서 참전하고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참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이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까요?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가게 되면 여러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99%는 좋은 사람, 좋은 단체예요. 하지만 간혹 국경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가령 일을 주겠다며 자신들의 차에 타라고 사람을 유인해 납치하는 것이죠. 난민촌에 있는 아이들도 절대 밖에 나가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는 인신매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마약과 인신매매를 일삼는 무리도 종종 보이는데, 이들은 여권이 없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데려가곤 합니다.

 

납치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난민촌의 봉사자들은 대부분 착하지만, 그 안에서도 간혹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또한 눈에 보입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을 자택에 거주하게 하면 나라에서 지원금을 주는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에는 잘해주고 나중에는 집에서 노예처럼 부리거나 폭행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이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기도 하고, 여성 노동자를 성추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을 종종 볼 때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요.

 

(다행스럽게도) 폴란드의 경우 국경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 문제들이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경찰이 국경을 지키고 있고, 절대로 남의 차를 타지 말라거나 국가가 운행하는 버스만 타라는 등의 문구를 걸어둡니다. 현재는 폴란드보다 루마니아, 몰도바, 불가리아 등에서 앞서 말한 문제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난민들에게 공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한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한계들이 있을까요?

 

주거와 교육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물질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늘 지원만을 바라보는 것은 난민이 자립할 기회를 해칩니다. 폴란드는 오히려 지원을 뺐는데, 이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고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문제는 여성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이에요.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300만 명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아이들’입니다. 현재 바르샤바에 있는 아이들만 해도 30만 명이에요. 그런데 주거를 위한 수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두고 여성들이 일하러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지요. 민간에서 주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주거 체계가 시스템화되어야 합니다.

 

교육 문제도 분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안전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내일조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공부할 수 없어요. 어떤 방식으로 하더라도 최소한의 시도밖에는 더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난민 상태란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기 나라를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에 있었을 때 한 우크라이나 여성과의 대화가 기억납니다. “우리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 여성은 “어떤 지원을 해주어도 죽은 남편을 되살릴 수 없고 집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물질적인 지원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무너진 마음을 돌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않습니다.

 

안드레이 선생님께서는 난민 어린이의 교육 문제에 특히 주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린이 교육을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 개인 사정으로 학교 교육에 대한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인생의 사명으로 삼았어요. 그래서 난민이 생겼을 때도, 아이들 교육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온라인으로 한국어를 알려주고 있어요. 시차 때문에 새벽에 가르치는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대학생들도 원한다면 얼마든 교육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8월에는 한국의 여러 지역을 탐방하는 어린이 캠프를 진행하려 해요.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 학교 설립을 연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난민을 향한 시선이나 정부의 지원 등의 측면에서 폴란드와 한국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난민 지원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순수하게 차이점만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폴란드인들은 우크라이나인을 영웅으로 생각해요. 우크라이나가 있으니까 폴란드는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난민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지원의 경우,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의 지원이 고려인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국과 가까이 있는 일본의 경우, 특정 도시 전체를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환경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난민에게 교육과 식비를 모두 지원하는데, 요코하마에서는 우크라이나인을 위해 아파트 전체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간절한 것은 마음 치료입니다. 물질적인 후원도 물론 고맙지만, 그들의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난민들의 마음은 고국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난민을 위한 모임이나 관련 행사를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질문부터는 우크라이나인의 관점에서 이번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동진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 위험을 보호하고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기 위함’이라며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푸틴이 말하는 전쟁의 근거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도자는 자국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해서 국내외 상황이 좋지 않아도 국민이 강력한 대통령 이미지에 열광하도록 해서 지지받습니다. 푸틴이 권력을 잡은 지 벌써 22년이 됐어요. 그런데 그동안 러시아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성과라도 보여주려면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하죠. 그래서 푸틴은 터무니없는 근거를 들어가며 전쟁을 정당화했어요. 그 가운데, 유대인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나치가 활개 치고 있다는 정말 어이없는 거짓말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을 나치 세력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 누가 파시스트인지 의심해봐야 해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신체에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같은 ‘Z’ 문양을 새겼어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나치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독일의 히틀러처럼 행동하고 있죠.

 

한편 푸틴은 유엔과 나토가 아무 효력이 없는 기구고 러시아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주려 해요. 이건 푸틴의 착각 중 하나인데요. 지금까지 전황을 봤을 때, 실제 러시아군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강력하진 않았어요. 러시아가 4일 만에 우크라이나를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역습에 성공하면서 지금 개전한 지 150일이 다 됐지요.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떼어주고 평화협상을 맺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양보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식량 위기나 경제 위기가 우크라이나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고 철군하는 것이 맞지요. 이번에 영토를 양보한다면 앞으로 더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벌일 거예요. 푸틴은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원해요. 우크라이나가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푸틴의 야욕은 점점 더 커질 거예요. 나아가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본보기로 다른 국가까지 위협할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영토팽창 행보를 따라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의 질서는 깨지고 더 큰 위기를 겪게 될 겁니다. 세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 양보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도 피식민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었지요? 만약 일제 강점기에 국제사회가 한국과 일본이 적당히 합의를 보라는 식으로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전쟁에서는 흑과 백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일본은 한국을 식민 지배한 제국주의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끔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운운하고 ‘러시아가 맞네, 나토가 맞네’라는 논쟁을 벌입니다. 역사를 알면서도 약자에게 항복하라고 요구해선 안 됩니다. 왜 한국은 독립운동을 하고 그 뜻을 고수하면서 희생했을까요. 우크라이나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가해국과 피해국이 분명히 구분되는데, 중립을 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요. 정말 화가 났던 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 당시, 한국 국회의원의 청중 수가 아주 적었다는 사실이에요. 우크라이나를 나치 국가라고 이야기하는 동시간대 강연에서는 나머지 수많은 국회의원이 참여했어요. 전 세계가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 전쟁을 멈출 수 없어요. 우리 모두 하나 되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해야 합니다. 러시아를 멈춰야 평화가 옵니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지난 4월 29일 광주 평화 촛불 문화제에서 선생님께서는 “전쟁을 멈추지 못하면 세계 질서가 파괴되고 확전될 것”이며 “가장 무서운 것은 러시아의 미사일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이기면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 수 있어요.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를,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모든 침략이 정당화됩니다. 유엔이나 나토 같은 기구는 국제 질서를 위해 존재해요. 이 국제기구들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질서는 붕괴할 수 있어요.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를 침략했을 때, 전 세계가 대응해 이들을 몰아낸 역사를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러시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거짓말’이에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자국민을 죽인 거라고 거짓말하고 있어요.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절대 인정하지 않아요. 러시아군은 부차, 이르핀 등 여러 지역에서 무고한 시민을 처참히 살육했으면서 발뺌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신을 가져다 놓고 쇼를 벌인 거라고 거짓말해요. 러시아군이 민간인 시설을 폭격했을 때도 ‘우크라이나가 아이들을 방패 삼아 세워뒀다’고 거짓말했어요. 2014년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대다수 러시아 시민들은 이런 거짓말을 그대로 믿고 있어요. 러시아 정부는 30년간 프로파간다로 자국민을 세뇌했어요. 러시아인의 약 70% 정도가 푸틴의 말을 믿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TV를 본다면 100%에요. 하지만 해외에서 여러 콘텐츠를 만드는 러시아 인플루언서의 팔로워들은 VPN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쟁에 대한 진짜 정보를 알려는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 밖의 러시아인들은 전쟁으로 아이들이 죽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라요. 그럴 법도 한 게, 러시아는 언론 통제가 굉장히 심해요. 심지어 ‘전쟁’, ‘평화’ 같은 단어를 쓰면 감옥에 가고, ‘폭발’이란 단어도 쓸 수 없어요. 러시아 시민들에겐 자유가 없는 것이지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전쟁의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꼭 알려야 하는 진실은 무엇일까요?

 

범죄는 범죄입니다. 범죄자는 감옥에 가야 하고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요. 저는 3일 전에 차를 몰다가 앞에 있는 오토바이를 박았어요. 여기에 빗대보자면, ‘왜 내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책임지고 보상해야 하냐?’고 말하는 것이 러시아의 행태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이 명백한 범죄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해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세계의 운명이 사실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이 전쟁이 젤렌스키와 바이든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정치인보다 더 강한 힘은 ‘민중’에게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전 세계 시민들이 소리치면 정치인들은 이를 정치에 반영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행동이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요. 전 세계가 러시아를 규탄하는 데 하나가 된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이 부분에서 특히 한국의 역할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파장이 일면 다른 국가에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한류 현상만 봐도 그렇고요. 저는 한국이 전쟁 반대를 외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강력한 영향력에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국제연대를 위해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우선, 다른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반전 평화의 내용을 알리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을 벗어나 해외 난민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해보면 좋겠어요. 그곳에는 그 무엇보다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전쟁을 피해 온 어린아이와 여성에게는, 돈보다 진정한 미소와 허그(hug)가 필요해요. 아시아에서 온 자원봉사자 중 한국인이 가장 많은데요. 우크라이나 난민들 역시 한국 자원봉사자들을 가장 신뢰하고 좋아해요. 여러분이 만일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난민이 있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유럽 청년들은 그렇게 방학을 보내고 있어요.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끝으로, 인터뷰 글을 읽을 대학생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두 가지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먼저, 한국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면 좋겠어요. 한국전쟁 당시에도 태국,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을 위해 희생했어요. 광주 호남신학대에 가면 묘지가 있는데 그곳에는 미국인 선교사들이 안장돼있어요. 이들은 한국에 병원과 학교를 짓고 물심양면으로 한국인들을 도왔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터놓고 이야기하자면, 사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많지는 않아요. 하지만 ‘연결의 역사’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면서 우크라이나를 좀 더 가깝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고 싶으시다면 제게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안드레이 선생님을 찾아온다면 구체적인 봉사활동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