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210814] 후속기획 -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우석님 인터뷰


편집자 주 - 

내가 다니는 고려대학교는 2019년 이후로 총학이 들어서지 않아 한 번도 코로나 시기를 총학생회와 함께 보낸 적이 없다. 비대면 수업이 확정되던 2020년 초,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등록금 반환 이슈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여러 문제나 학교 행사의 취소 혹은 비대면화는 여러 비상대책위원회 하에서 연계성 없이 처리되었다.

총학생회가 잘 들어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 학생회도 잘 구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생회 체제의 의의나 기능을 잘 모르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주변 사람들은 학생회가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도 별로 하지 않게 되었고, 학생회의 역할에 대해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올해 초에는 총학생회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으며 어차피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으니 총학생회 체제를 유지하지 말자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학생회가 필요 없어졌나?

교수가 온라인 수업을 재사용하거나, 학생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과가 개편되거나, 여성학 수업이 없거나, 온라인 수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있거나, 교내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처우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정치적 입장은 공백으로 남아있다. 여러 학내 문제들을 보면서 학생회가 그 필요성에 비해 사람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직접적으로 학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만나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보고자 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남우석  님께서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코로나 이후로 학생들이 교육권이나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서 이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Q. 우선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소감을 여쭤볼게요

대학 사회에서 필요하지만 나오지 않고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다르게 얘기하면 대학 사회가 좀 외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총학생회가 있는 대학들도 다수 존재하고 있고 또 총학생회가 아니더라도 비대위 차원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 학교들도 있잖아요.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에서 얘기하고 있는 내용들이 어떻게 보면 대학사회의 본질을 얘기하고 있는 것인데 총학생회나 비대위에서 이런 핵심을 좀 외면하고 있지 않나.

 Q. 코로나 시기에 들어 체감하는 변화가 있으셨나요?

코로나로 인한 대학 사회나 학생 사회의 변화에는 나름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측면이라고 한다면, 코로나가 심해지기 직전인 19년도나 18년도에는 대다수의 총학이 축제나 학생 복지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학생들이 교육권이나 등록금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서 이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도 생각해요. 등록금반환 운동도 어떻게 보면 우리가 왜 이만큼의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단순히 내가 납부한 등록금을 환불받기는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차원에서만 논의가 머무르다 보니까 분명히 한계적이라고 느꼈어요.

또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면서 대학사회에서 학교생활 같은 것들을 많이 못하는 게 코로나 시기 난점이죠. 다만 이 점에 대해선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극복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예전에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쌓아왔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주로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가거나, 아니면 새내기 율동제, 몸짓패라고 하죠, 주점 이런 것들을 해왔는데 사실은 좀 구시대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런 행사에 내재된 폭력성 같은 것들도 분명히 있고.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유대감을 쌓더라도 새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들이 어느 정도 정체되어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비대면 시기로 인해 유대감을 못 쌓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20년도와 21년도를 비교해보면 20년도보다는 21년도에 좀 더 새로운 방식을 나름대로 찾고, 발견하고,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긍정적인 측면을 짚어주신 게 인상 깊네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원래 축제나 복지 사업들이 많이 있었고, 이런 것들 위주로 학생회가 운영된 것은 문제지만 어쨌건 이런 것들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이것들이 무산된 지금 어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선은 총학생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진 못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학생들 유대감 쌓는 문제는 기층 단위에서 하는 일이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총학생회가 하는 것보다는 학과나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 또는 동아리나 학회 차원에서 그런 사업들을 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아요.

물론 총학생회에서 축제를 대체해서 이스포츠 대회 같은 걸 열어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주긴 하지만, 사실 학생들이 유대감을 쌓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것은 그런 일회성행사가 아니라 기층 단위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Q. 학생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나 지속하는 원동력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학생회를 하게 된 계기는, 제가 지금 뭐 총학생회장을 하는 것도 그렇고 처음에 학생회를 시작했던 것도 그렇고 그냥 제 삶의 문제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주변에 있는 것들을 바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제 삶의 문제가 타인의 삶과 그렇게 동떨어졌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대학의 문제가 사회와 동떨어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에요. 이게 굉장히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데 이런 것을 학생들한테 관철하거나 보여줄 때 가장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사실 교육권 문제도 학생회랑 학교만 얘기해서 될 것이 아니라 사립대기 때문에 학교 법인이나 아니면 국가와 얘기해야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또 학내에서 대학이라는 곳이 이제 단순히 강의라는 어떤 제품을 구매해서 그것을 제공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가끔 보여줄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총학생회에서 방학 중에 진행한 배리어프리 사업이 있어요. 대학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라고 봤을 때 우리 공동체에서 장애 인권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나와 동떨어진 사회의 문제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공동체, 우리 대학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다 연결돼 있음을 학생들한테 알리고 이것을 실천으로 엮어낼 때 가장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학생회는 비교적 발전적인 논의를 하면서 조직 구조를 개편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Q. 고려대학교에선 1학기 때 학생회 체제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으니 없애자는 대자보가 붙은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확실히 학생회가 유지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희대학교도 총학이 들어서 있긴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아예 빗겨가진 않은 것 같은데, 대학 내에서 학생회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학생회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학생은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모든 청년이 대학생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의 청년 중에서 대학생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가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학생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학생회가 학교 내에서만, 학교에 국한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밖으로 나가기도 하거든요.

말씀해 주신 고려대의 사례 같은 것들이 이제 2000년대 들어서 종종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문제 제기나 문제의식들이 완전히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최소한 이제 학생회를 하는 학생 대표자라면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을 탓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성찰적인 차원에서 학생회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회 조직 구조나 운영 방식이 80년대 학생운동 하던 때에 만들어진 걸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거잖아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상대하는 학교 법인이나 사회단체나 국가들은 그 조직 구조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어떻게 보면 발전해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학생회는 비교적 발전적인 논의를 하면서 학생회라는 조직 구조를 개편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Q. 학생의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학생회라고 하셨는데, 대변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경희대 총학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게 총여학생회(총여) 폐지 여부인 것 같은데, 그러한 사안에 대해선 투표나 다수결을 통해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무엇을 의제화 할지에 대해 학생의 목소리가 어떻게 수렴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많은 학생회에서 점점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설문조사 같은 것들을 많이 해요. 근데 저는 이런 것에 대해 부정적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공동체가 논의할 때 굉장히 유의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로 모든 구성원에게 같은 정보를 줬는가. 그리고 두 번째로 충분한 숙의 과정이 있었는가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설문조사는 그런 걸 포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다음에 설문 조사를 하는 것이면 몰라도 보통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단편적으로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차원의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그냥 학생들에게 대충 설문조사의 제목과 간략하게 소개된 내용을 보고 학생들의 기호가 어떻게 되는지 정도를 조사하는 것밖에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문조사 같은 것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 대변한다고 하는 거는 어떻게 보면 그냥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총여 관련해서도 계속 간담회를 진행하고, 이전에 배리어프리 사업을 할 때도 간담회를 했었고, 등록금 반환을 할 때도 간담회를 했어요. 저희가 설문조사를 안 하고 이렇게 간담회를 하는 이유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충분하게 학생들하고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이 설문조사로 불가능하며 공론장에 참여해서 같이 의논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주제와 간략한 설명만을 전달한 채로 1,000명의 의견을 받는 것보다 그것의 한 10분의 1 정도 되는 100명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정보를 동일하게, 평등하게 공유한 채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의논해서 도출된 결론을 더 양질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학생회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학생회를 할 때는 학생들의 의견을 그런 식으로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정파를 막론하고 대학 사회에서 필요한 의제라는 의미를 살리고 싶습니다.”

 

Q. 2021년 경희 혁신안을 보면서 우리도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캠퍼스 강의 재활용 금지나 수강 신청 취소 지연제 같이 제가 평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의 요구사항에 있더라고요. 학생의 의견을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경희 혁신안은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었나요?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 어떤 주체들을 대상으로 조율했는지 궁금합니다.

의견 수렴 과정은 기본적으로 총학생회와 단과대 회장들이 모이는 중앙운영위원회 구조가 이미 있어요. 그래서 그 혁신안에 있는 내용은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또 각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이 각 단위에 가서 각 기층 단위에 가서 그게 기층 단위의 대표자들하고 또 논의하고, 다시 논의된 것을 이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공유하고 하는 그런 방식을 반복해서 나온 의견입니다. 특별한 의견 수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수강신청 취소 지연제나, 아니면 앞에 나왔던 얘기들이나 이런 것들이 저희가 처음 발굴한 내용은 아니에요. 대부분 이미 이전 연도나, 그 이전 연도나 옛날 자료들을 다 찾아보면 분명히 논의되었던 것들이에요. 예를 들면 가정인데요, 15년도에 법인에 대한 문제 법인의 책임 확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면 또 갑자기 16년도에는 안 나오는데 17년도 되면 나오거든요. 근데 그것이 발전된 형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또 새로 발굴해서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의제가 이어져서 발전적으로 계승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떠돌게 돼요. 그래서 저희가 새롭게 다 발굴을 했다기보다는 이전에 있었던 문제들을 좀 잘 찾아보고, 좋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정리해서 이어온 것들이 혁신안에 포함되어 있어요. 

중요한 또 한가지는, 학생회가 전문성을 가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외주화를 해서 힘을 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대학교육 연구소라는 외부 전문가 단체에 우리 학교 재정 분석과 우리 학교에 투자가 부족한 점을 같이 분석을 해달라는 의뢰를 맡겼고, 필요할 때마다 좀 상담을 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학교에 데이터 적으로 봤을 때, 통계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것이 뭔가 하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그 내용도 좀 포함이 됐습니다.

그래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학생회에 운영구조에 기반해서 필요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발굴해낸 것이고, 두 번째로 기존에 있던 내용을 발전 계승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외부 전문가의 힘을 좀 빌리기도 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의제가 떠돈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임기가 1년이기 때문에 정책 승계제를 활용하려 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경의 혁신안의 캠퍼스 이원화 문제 해결이나 교원 확충 같은 목표들이 어떻게 정책 승계제와 맞물릴 수 있을까요?

일단 단계적인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 당장 적혀 있는 문구상의 내용을 이행한다는 책임 의식을 다하기 위한, 그런 좁은 시각에서 목표 설정을 해버리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는 것보다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원 확충에 있어서도 정책 승계제를 잘 도입해 내년도 학생회에서 현 총학에서 올해 교원 확충에 대해서 논의한 지점까지 승계해주면 다음 연도 총학생회에서 그 지점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게 아니라 논의가 된 데부터 이걸 이어서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도 정파별로 정권이 바뀌면 이전 총학에서 했던 것들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이어가지 않는 게 분명히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책 승계제의 형식을 잘 빌려서 중앙운영위원회나 확대운영위원회같이 학생회 운영기구나 의결 기구에서 승계해야 할 정책을 선정할 수도 있고 또 학생들 의견 받아서 정책 승계 대상 정책을 선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승계 대상 정책을 당해 연도에 한 5가지 정도는 설정해서 다음 대 총학생회에서 의무적으로 이것을 계승할 수 있게 회칙상의 어떤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이 단순히 운동권 총학생회의 의제라거나 비운동권총학생회 의제라는 이런 정파적인 차원에서 의제가 프레임이 씌워지는 게 아니라, 정파를 막론하고 대학 사회에서 필요한 의제라는 의미를 살리고 싶습니다.

 

Q. 혁신안과 관련해 국제캠퍼스도 언급되는 걸 봤는데,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가 어떤 관계인지, 특히 등록금 의제와 같은 학교 전반의 의제에 있어서 어떻게 의견을 공유하는지 궁금합니다.

파트너 관계죠. 그냥 쉽게 말하면 파트너 관계고, 파트너기 때문에 의견이 달라도 그렇게 서로가 대놓고 비판하거나 일상적으로 서로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사실 학교하고 저희가 대립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런 학교와의 관계 속에서 학생들끼리 분열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파트너스로써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하는 거죠.

물론 종종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고 그래서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파트너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의견을 제대로 맞춰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일상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고, 또 필요하다면 연석회의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전까지는 양 캠퍼스가 같이 회의한 적은 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 등록금 반환 건과 관련해서 중앙운영위원회 양 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가 함께 연석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었고 또 양 캠퍼스 확대 운영위원회가 함께 확대운영위원회 연석회의를 진행한 적도 있어요. 양 캠퍼스 합쳐서 한 300명 가까운 학생 대표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회의도 진행하고, 거기서 이제 결정도 내리고.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한 적도 있었네요.

 

Q. 등록금 의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로 연대하고 있다는 거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네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학생이 소비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차원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얘기해야 하는 것.”

 

Q. 아까 처음 글을 읽은 소감을 여쭐 때 핵심을 이미 짚어주신 것 같은데, 등록금 반환과 관련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많이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해주셨잖아요. 등록금 의제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더 핵심적으로 짚어야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아쉬운 게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뽑긴 어려울 것 같지만, 등록금 반환 의제 자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단순히 환불의 차원에서 등록금 반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도 시장의 주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개인적인 의견으로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사실 반환이나 환불과는 대립 관계에 있는 것들이잖아요. 우리가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차원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관계에서 환불이 나오는 것이지 그게 대학에 적용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완전히 적용될 수 없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한국의 많은 사립대의 운영 경비 중에 대부분이 학생들이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이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긴 해요. 어떻게 생각을 해보면 학교가 운영되는 데 들어가는 돈의 대부분이 학생들 등록금 수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환불을 얘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보통 이제 사립대가 등록금 의존율이 적어도 50%, 많으면 70%까지가 이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학생들이 환불을 요구할 수 있겠죠.

근데 우리가 환불만을 요구하면, 그리고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등록금 반환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면,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할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더 투자돼야 하고, 우리가 더 높은 질의 교육을 받고 싶으면, 그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등록금 더 내야해요. 학교에서 등록금 더 내야 교육의 질을 높여주겠다고 하면 등록금 더 내야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단순 환불 또는 대학에서 학생이 소비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또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차원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얘기해야 하고, 우리는 왜 우리가 낸 등록금이 수입의 50%, 70%가 되는 그런 대학에서 공부해야 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 제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공공성이라고 했을 때,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게 저희 혁신의 법인 책임 확대인 것 같아요. 국가에 대한 책임 확대를 동시에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는 법인에 대한 책임 확대를 요구하고 법인에서 어느 정도 책임을 확대했는데 역부족일 때 나아갈 수 있는 거에요. 교육 사업을 하겠다고 학교를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자꾸 못 지고 법인에서 지원을 못해서 학생들 등록금으로 겨우겨우 학교 운영하면 안 되죠. 사실 재단이 재정적인 여건이 충분치 않다면 모르겠지만, 또 막상 보면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법인에서 책임을 확대해 우리 등록금 의존율을 최대한 낮추고,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반환의 경우에도 사실 전국적으로 대학가에서 등록금 반환이라는 단어를 써서 반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2021년도 들어서 등록금 반환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아요. 등록금 반환보다는 코로나 19 특별 장학이라고 하고 있어요. 이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이 교육의 공공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존에 등록금 반환이나 환불 같은 것들은 어떻게 보면 교육의 공공성과는 좀 거리가 멀어요. 대학이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 필요한 거는,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학의 구성원들이 무사히 졸업하고 그 과정에서 낙오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학교에서 하는 등록금 반환을, 코로나 19 특별 장학으로 해서 가계 곤란자에게 장학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해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환불한다고 학교에서 재원 마련해봤자 사실 얼마 되지도 않아요. 그거 가지고, 요즘에 제일 뜨거운 이슈인 것 같은데, 기계적인 공정성이라는 이유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편적인 어떤 반환을 해왔죠. 그런데 그렇게 하게 되면 학생 1인당 받는 실수령 금액은 크게 실효성이 있지 않아요. 어떤 대학에서는, 저희 학교도 그랬었는데, 실등록금 납부액의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반환을 해 주기도 해요. 그렇게 하면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게 가게 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인데 등록금 반환을 가장 많이 받는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가장 좋은 학생들이 돼요. 왜냐하면 가계 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은 장학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 실 납부액이 적고, 나름 형편이 괜찮은 학생들은 장학금 지원받는 게 없어서 실 납부액이 많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에서도 가장 수혜를 많이 보는 거죠.

그래서 그런 형식의 등록금 반환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는 코로나 19  특별 장학금에서는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가계 형편이 어려워진 학생들 대상으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선별적으로 지급을 하고, 그렇게 학생 1인당 받는 금액도 실효성이 있게 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교육의 공공성과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알아서 가져다줄 거라는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쟁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실천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코로나 학번, 그러니까 20과 21학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어떤 활동이든 다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학생들이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활동을 많이 못하다 보니까 익명의 공간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생들하고 소통하면서 익명의 공간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실재하는가 하는 그런 의문이 계속 들더라고요. 실제로 만날 수 있는 활동 모두 추천한다는 건 대면으로 접촉해서 만나라, 이런 말이라기보다는 본인의 말과 행동의 책임성을 가지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활동을 하라는, 꼰대 같은 말입니다. 익명의 공간에서만 교류하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드려요.

 

Q. 진짜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한 부분이나 인터뷰로는 얘기하지 못한 말이 있나요?

제목이 <등록금 반환이 돌려주지 못하는 것들>이잖아요. 이 말이 어떻게 보면 완전성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등록금 반환이라는 게 계속 말씀드렸다시피 굉장히 소비자적 입장에서 얘기하는 거잖아요. 말 그대로 돌려주는, 돌려받는 이런 단어와 잘 어울리죠. 굉장히 수동적인 차원인데 이것이 좀 능동적 차원의 문장으로 바뀔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 사회에서 우리가 쟁취해야 하는 것들이나, 우리가 등록금 부담을 덜어보자는 주장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록금 반환도 그렇고  학생 자치도 그렇고 수동적인 측면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의 권리나 우리의 요구는 단순히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돌려받는다거나, 가만히 앉아 있다고 돌아오는 것도 아니에요. 또 1년에 한 번 있는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 있으면 학생회장들이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하나의 능동적인 주체로서 함께 쟁취해 내야 하는데 요즘 보면 굉장히 학생 사회가굉장히 만연하게 소비자적인 태도로 모든 문제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수동적이고 소비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게 있고 당연히 누려야 되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당연히 누려야 되는데 누리지 못한 것이 있다면, 누군가가 또는 우리의 대리인이 그것을 알아서 가져다줄 거라는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쟁취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실천해야한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현장에서 학생들과 여러 활동을 하면서 제가 이것들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행진에서 이런 기획을 내주셔서 굉장히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