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쿠바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소련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국가간의 분업체계가 붕괴하여
경제위기에 직면한 나라는 북한만이 아니었습니다. 소련과 동구권이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때, 그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던 국가가 있었던데 북한과 쿠바입니다.

경제위기에 봉착하게된 이 두 나라를 고사시키기 위해 미국은
악명높은 경제봉쇄를 합니다. 경제봉쇄는 단지 미국과의 무역만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무역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게 밉보이지 않으려면 북한이나 쿠바와의
무역은 하지 말아야 했던 것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은 최악의 홍수와 가뭄피해를
겪게되고 식량위기를 겪게됩니다.(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위기를
구경거리로 삼아온 남한언론의 잔인성은 비난받아야 마땅합니다)
쿠바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영양결핍증세
를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쿠바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러한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는지에 대해서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지난 10여년 동안 쿠바에서
대강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탕수수 단작농업이 주력산업이었던 쿠바가 생태농업을 중심으로
조직적이고 정책적으로 산업을 전환시켜나갑니다. 그 결과 도시농업이
발전하고, 채식위주의 식생활이 장려됩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경제위기 이전부터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었고,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쿠바의
학생들은 농촌에서 45일간 농사짓는 것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 도시농업에 손쉬운 접근이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육식위주의 식사, 유기농업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극복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석유가 부족해서 결국은 중국에서 150여만대의 자전거를 긴급수입
하고, 의약품이 부족하자, 허브나 침술과 같은 저비용에 의사들의
훈련이 많이 필요한 시술들이 발전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경제붕괴속에서도 이처럼 인간적인 대안들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국가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하자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우선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전기가 없어 관공서의 불은 꺼져도 병원의 불은 켜져있을 수 있는
것은.. 장관을 지내면서도 육체노동을 함께 병행했던 체게바라의
정신에 따라, 고위공직자들도 배급에 줄을 함께서고, 자전거나
도보로 출퇴근하는 쿠바의 역사적 특수성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책을 쓴 사람이 NGO활동이나, 기든스의 제 3의길에 친화적이어서
쿠바의 다양한 시민조직들의 네트워크를 제 3의 길에 무작정
대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가령, 생태농업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직접생산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정기적으로 함께 만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
그리고 이러한 조직적 틀을 기반으로한 사회변화는 매우 의미
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