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신겁니다.^^

너무 무뎌있거나, 무딤을 강요받는게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도 좀 더 민감해져야겠다는 반성을 합니다.



남자누드사진도 똑같이 걸어 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더 말씀드리자면,
식당에 걸려있는 누드가 단지 누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누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식당에 걸려있는 달력 누드에서의 여성은
남성들의 성적 공격의 대상이나 목표물로 그려집니다.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남성지배적인 사회에서는 그러한 코드로 읽히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그것이 우연하게도 12개의 달력 중 하나만
그랬다면 전체적인 맥락에서 달리 해석될 여지를
가질 수 있겠지만, 12개의 그림이 나타내는 표현의 방식과
그 의미가 공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혐의의
타당성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대상에 대해 공격적 시선을 담는
표현물을(마치 원시시대에 사냥꾼이 자신이 사냥할 대상을
동굴벽화에 그려놓는 것처럼)공공연하게 게재되는 것은
당연하게도 여성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그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러한 것을 합리화하는 논리들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수긍해버린다면, 그것은 여성의 분할, 즉 몸을 파는 여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분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신을 후자로
규정함으로써 가능한 것이겠지요.

달력누드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남성들이 모든 누드에 대해 관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김인규교사의 부부누드사진처럼)'여성을 대상화하지 않은' 다른
관점을 가진 누드나, '여성 스스로의 적극성'을 드러내는 누드에
대해서는 외설시비로 이어집니다
이 사회는 분명, 용인하는 누드와 (외설이라는 이름으로)용인하지
않는 누드가 있으며, 이러한 이중도덕은 궁극적으로 남성지배적인
성정치성을 승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드가 어떤 점에서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표현물로,
어떤 점에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달력을 떼는 행동'은 '누드자체에 대한 반대'로 남성들에게 인식
될 수도 있음을 염두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남성누드'에 대한 남성들의 일반적인 관대함은 남성누드가
먹잇감이라던가 목표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의
과시로 드러나기 때문이고, 그러기 때문에 남성들에게는 전혀
거부감이 없을 것입니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인식체계내에서 여성들도 똑같이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달력누드의 표현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남성에게 공유되고 있고, 여성들에게 억압으로
작동하는지를 폭로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을 준비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