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를 준비하면서,
물론 중요한건 한가지 틀속에 몽땅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지만
여성으로만 제한할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 "남성 페미니스트" - 톰 디그비 엮음. 도서출판 또하나의문화

페미니즘이 여성에 관한, 여성을 위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문제는 페미니즘이 오직 여성에 의한 것이어야만 하는 것인가이다. - 패트릭 D. 홉킨스, 페미니즘과 내 안의 남성

누가 남성 페미니스트를 두려워하는가?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면 살수록 나는 우스개 소리로 ‘난 자꾸만 더 심한 생물학적 근본주의자가 되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그 성별 체계의 공고함과 사회화된 성적 억압의 내면화는 세월이 아무리 가도 잘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남성 페미니스트"란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설마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남성’과 ‘페미니스트’라니. 뭔가 이상한 조합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린 책이다.

생물학적 성별이 근본적인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들이 하고자 한 작업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본다면,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다수의 생물학적인 남자의 몸을 소유한 자들이 그들의 생물학적 성으로 인해 모두 똑같이 여성 배제적이라거나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적인 맥락과 권력에 의해 생성되어왔음을 강조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부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경험적으로는 다르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여전히 생물학적인 남성의 육체에 갇혀 자신을 돌아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페미니스트라는 명명은 모든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남성 모두의 마초성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스트 남성의 존재가 모든 남성에게 페미니스트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쓴 남성 페미니스트들과 보통의 남자들 사이에는 멀고 먼 간격과 간극이 있다. 남성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거리를 좁힐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은 남성들과 관계를 맺는 여성 페미니스트에게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꽤나 유명한 최근 페미니즘 이론가들(샌드라 바트키, 수잔 보르도, 샌드라 하딩 등)의 주옥같은 글들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실상 페미니스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여성으로서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로서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 패트릭 D. 홉킨스, 페미니즘과 내 안의 남성 <언니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