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병반대국민행동에서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파병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라크 포로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하고 있는 사진은 미군이 찍었던
나체상태의 포로들을 학대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서명운동의 주최측이 미국의 폭력성과 반인륜성을 충격적으로
폭로함으로써 파병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대포로사진의 전시는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그 사진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미군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과시하고 기념하기 위해 찍어서 돌려보던 사진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그 사진을 공개적인 공간에서 전시한다는
것은 그러한 미군의 시선과 같은 위치에서 이라크 포로들을
대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번째, 학대받은 이라크 포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십시오.
나체로 학대받고 고문받았던 것도 수치스러워 하는데, 역설적으로
그 사진들이 전세계적으로 전시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습니까?

미국에 저항하는 선전방식이 미군의 시선과 일치한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입니다. 억압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저항하는 자의
입장에서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선, 효순이의 죽음을 폭로하기 위해, 미선이와 효순이가 장갑차에
어떻게 깔려죽은 사진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지 미선이,
효순이의 빈 책상, 그 아이들의 일기장, 친구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큰 감정의 파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미선, 효순이의 죽음에 대해 그러했듯이, 학대받고,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한 이라크인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입장에서 선전물이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억압당하는 이라크 민중과의
진정한 연대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