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대한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강제'였나? '자발'적이었나? 입니다.

만약 강제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발적'인 것이 되고
역으로, 자발적인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강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제'냐 '자발'이냐?의 문제설정이
남성중심적이라는데 있습니다. 여성의 입장에선 강제적 자발,
혹은 자발적 강제, 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암튼.. 장길산의 유명한 장면이 TV드라마에서 재현되었습니다.
장길산이 묘옥의 가슴에 '길할 길'자를 문신으로 새기는 장면입니다.
묘옥의 요구로 이루어진 것인데, 길산은 가만히 묘옥을 바라보다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새깁니다.

마치 자기 물건에 이름을 써넣는 것과 같은 이 장면은,
길산과 묘옥 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황석영은 묘사하고 있습니다.

꽤나 긴 시간 동안 문신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길산이라는
인간은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네 가슴에 글자를 새겼으니, 내 가슴에도 '묘'자를 새겨줘..'
라고 해야하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다른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갖게 될수 밖에 없는 창부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그렇게라도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표현하고자 했겠지만, 여성의 자발성을 가장한 남성 판타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증거는 묘옥이 길산에게 헌신적이었던 것 만큼.. 길산이
묘옥에게 헌신적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데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