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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은 대체 무얼 하고 있나"
[현장] 거리로 내몰리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7일째 노숙투쟁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국언(road819) 기자    
▲ 13일 오후 광주지방노동청앞에서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문제 등으로 장기투쟁을 겪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숙투쟁 현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국언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노조 만든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부당해고, 악의적 임금체불, 대체인력 투입, 손배청구, 거기에 가압류까지…. 사업주는 노동탄압을 우습게 알고 무조건 조지고 보자고 달려들고 있다. 한달 벌어 한달 사는 노동자에게 이토록 무자비한 탄압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노동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당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이 장마철 길거리 노숙투쟁에 나섰다. 광주지방노동청과 광주시청을 쫓아다니기를 수개월 째. 이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본부장 신중철)는 13일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의 절규를 외면하는 노동청과 전면전을 선포한다"며 "오늘부터 각 연맹별로 (광주지방 노동청 앞) 노숙투쟁에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해고노동자 청춘 길바닥에 시들어 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당노동행위와 해고 등으로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 노동자 1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7일부터 광주지방노동청 앞에 천막을 치고 주야 노숙농성을 전개 중인 이들은, 13일로 노숙농성 7일째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염과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현안문제 해결에 노동청이 나설 줄 것을 촉구했지만, 노동청은 아직까지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해당 사업장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부터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받아 안겠다"고 밝혔다.

▲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광주지방노동청 앞 노숙농성이 7일째를 경과하고 있다. 장마철과 폭염속에 이들을 가리는 것은 햇볓을 가리는 비닐 막 하나 뿐이다.
ⓒ2004 오마이뉴스 이국언
이들은 회견에서 "현재 지역의 노사관계가 악덕기업주의 전근대적인 노동탄압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노동조합을 만들면 일단 정리해고를 자행해, 수년 동안 법정싸움으로 끌고 가 노조를 와해시키려 하고 있다"고 일부 악덕사업주의 처벌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들은 또 광주지역일반노조 상무직업학교와 환경위생노조의 사례를 들어 "배달호 열사와 동광주병원의 손배·가압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양심선언 한 조합원들만 차별적으로 부당해고를 당하고 있고, 대화와 협상은 아예 단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는 "그간 인내심을 갖고 노정간 협상을 벌여왔지만, 돌아온 것은 수 개월 동안 임금 한푼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쫓겨난 노동자들의 생계 파탄뿐이었다"며 "노동자들은 피눈물 나는 하루하루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악덕 기업주의 무법천지는 극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중철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노동청은 노동자를 대변하거나 최소한 중립적 입장에 서야할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악덕 기업주를 구속하거나 고발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해고 노동자들의 청춘이 지금 길바닥에서 시들어 가고 있다"며 노동청의 안일한 대응을 강력히 규탄했다.

신 본부장은 "민주노총은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해고노동자의 문제를 7월 안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19일까지 해결이 없을 시에는 본부장과 운영위원 단식농성을 비롯, 강력한 집회투쟁 등을 통해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 민주노총이 지역본부 차원의 개입 의지를 더 분명히 함에 따라, 사태해결을 둘러싼 노동계의 투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 노조원들의 얼굴에 고담함이 묻어난다. 벌써 거리에 나선지 수개월째이다.
ⓒ2004 오마이뉴스 이국언

끝없는 길거리 투쟁, 어떤 사안인가?

광주지역에서 장기간 분규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장은 환경위생노조, 광주시립예술단지부, 장흥교통, 상무직업전문학교, 전남대병원 원내하청지부 등이다.

○ 환경위생 노조
2001년 광주시 정화 분뇨업계의 부당요금 징수와 공금횡령 등을 양심선언을 통해 고발한 노조원들이 3년여가 지난 지금, 해고와 징계에 내 몰리고 있다. 당시 고재유 광주시장을 비롯한 광주시 5개 구청장이 민간위탁 대신 시 직영화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그 뒤 오히려 복수 민간 경쟁체제만 강화시켜왔다.

남구청 관할 민간 위탁업체인 광남위생은 지난해 12월 노조간부 등 8명을 해고한 뒤 급기야 휴업신고까지 낸 상태. 그러나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로 복직판결이 이뤄졌고, 업체는 여전히 위장휴업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수 개월째 광주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 광주시립예술단
광주시문화예술회관은 오디션 점수가 낮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노조간부 3명을 해고했다. 오디션 전후 조직적인 노조 탈퇴 공작이 이뤄졌고, 최근 예술단 모 단장은 공공장소인 예술회관에서 개인 레슨비를 받고 단원들에게 레슨을 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조는 단장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오디션제도의 폐지와, 오디션을 빙자한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철회를 주장하며 문화예술회관과 광주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 장흥교통
수년동안 기준 요금보다 더 높은 부당요금을 받아 물의를 빚은 장흥교통이 노조결성과 공금횡령 등을 이유로 지부장과 부지부장 2명을 해고했다. 또 체불임금 지급등을 요구하며 일일 운행정지에 들어가자 이에 합류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징계를 예정해두고 있다.

회사측이 주장하는 횡령액은 지부장 2000원과 부지부장 1000원. 지난 6월 1일부터 장흥군청 앞에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다.

○상무직업전문학교
노동청이 지정한 실업자 재취직 관련 교육기관인 이 학교는 노조를 결성하자마자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노조원 17명을 해고했다. 또 일부노조원들에 6천만원이 손해배상 청구를 신청하고 임금통장에 대해 가압류 조치까지 취했다.

친인척을 내세워 또 다른 노조를 설립한 뒤, 먼저 가입한 일반노조와의 일체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실업자 재취직 훈련기관에서 무더기 해고사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교육차질이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 전남대 병원 하청노조
도급업체의 계약해지에 따라 하청노동자의 대량해고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겪은 전남대 병원이 이번에는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보일러실 등 기계부 소속 노동자들은 도급을 가장한 사실상 불법 파견근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노동청은 현장실태조사를 형식적으로 취했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결정적 보안자료를 사업주에서 유출시킨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일보 회장 출신이라 다르다?
상무직업 전문학교, 무더기 해고에 손배·가압류까지


"전직이 노동일보 회장 신분인데, 노조 탄압사례를 많이 봐와서 역시 다른가. 부당 해고, 악의적인 임금체불, 폐업신고, 대체인력 투입, 손배·통장 가압류…. 노동자를 우습게 알고 아주 한꺼번에 퍼붓고 있다."

상무직업전문학교(회장 김휴섭)의 노조 대응방식이 새삼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상무직업학교는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무려 17명의 노조원을 해고했다. 노동부가 지정한 실업자 교육기관으로, 교육 강사 등 50여명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비영리 법인인 (재)상무직업전문학교는 노동청의 위탁을 받아 실업자 재취직 교육 등은 전문으로 하는 사업장. 사실상 노동청의 직접 관할을 받는 사업장이다. 모두 19개 강좌에 750여명 정도가 수강하고 있는 광주에서는 대형 실업기관중의 하나이다.

노동부 위탁 교육기관, 초 공격적 대응

정리해고의 주 명목은 경영상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조합원은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대신 직원 모집광고를 통해 새로운 강사를 채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노동자들이 광주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한 뒤 단체협상을 제기하자 '학원 문을 닫겠다'며 노동청에 법인해산 신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류 미비로 노동청이 법인해산 신청을 반려하자, 그 뒤 추가 신청은 내지 않은 상태다. 대신 전기내선공사, 웹 디자인, 멀티미디어디자인, 자동차 정비 등 하반기 예정인 4개 과정을 반납한 뒤, 이를 이유로 노조원들에게 6000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를 취했다.

또 4월, 5월 임금지급을 미루다, 추후 일부 임금을 지급한 뒤 곧바로 통장에 가압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 조합원들에 대해 사업장에 출입을 금하도록 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친인척을 동원해 직접 노조설립에 나선 것.

북구청에 신고된 설립 당시의 노조위원장은 이 재단 회장의 조카며느리 박모씨, 사무국장은 조카 이모씨였다. 단위사업장 노조 설립이후 이 학교는 이미 개별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일반노조의 협상요구에 대해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사업주는 큰소리치고 노동청은 쩔쩔매고..."

노동부의 실업자 위탁교육기관이자 직접적인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이지만 광주지방노동청은 오히려 해고자들에게 동반책임을 돌렸다. 지난 6월 14일 광주지방노동청은 노사분규가 장기화되면 위탁훈련 지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조한테도 함께 통지한 것.

노조 정이오 수석위원은 "사업주한테 책임을 묻고 문제가 있으면 원칙대로 해지하면 될 일이지, 노조에 경고장을 동시에 보낸 의도가 뭐냐"며 "사업주는 학교 문닫겠다고 큰소리치고, 노동청은 오히려 쩔쩔매고 있다"고 노동청의 태도를 성토했다.

한편 (재)상무직업전문학교 김휴섭 회장은 전직 노동일보 회장 출신으로,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