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씨 글을 읽고 드는 짧은 생각들

1. 신자유주의에 대한 인식의 부재는 신자유주의와 시민운동(또는 NGO운동)의 밀착관계를 보지 못한다.
자기네들도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지만 사실 참여연대, 경실련 류에서 외치는 '우리사주 운동', '주주민주주의', '소액주주운동'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기아차처럼 경영에 대해 노조가 개입해야 한다며 우리사주 조합장에 노조 위원장이 출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거다. 대우조선처럼 워크아웃 끝나고 나서 매각문제 부딪히닌까 '종업원지주제'가 대안이라는 송태경(민노당)의 말에 혹하는 거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역대 신자유주의 정권의 충실한 이중대가 시민단체(NGO)였다는 것을 모르는 거다. 신자유주의를 모르닌까 '시민운동 기여' 운운하는 거다. 하기야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문제는 "계급운동 시각을 과감히 재검토"이야기 하며 계급의 재구성이 아니라, 계급의 해체를 이야기한다는 거다. 한국의 90년대 이후 시민운동의 뿌리는 노동자·민중운동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자들이며, 그들의 본색이 탄핵정국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을 감추는 것은 무언가? 혹시 박승옥씨 자신이...

2. '삼보일배', 새로운 시위방식! 그러나 새롭지 않은 운동방식!
유행처럼 번지는 삼보일보, 촛불시위, 사이버정치! 대중의 코드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남용하면 식상하다! 종교적 색채를 띤 기발한 착안임에도 삼보일보 투쟁이 캠페인성 투쟁으로 끝나면서 결국 새만금 반대를 위한 대중의 조직화와 대중행동 기획이 누락되었다는 평가는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촛불시위의 감동에도 불구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거리정치보다는 폴리스 라인 안으로 투쟁을 제한한 감상적인 투쟁방식이었다는 평가도 잊어서는 안된다. 사이버 정치 맛들이면 기존의 선동·선전이 고루한 방식이라고 외면할까 두렵다.

3. 대공장운동에 대한 비판! 왜 항상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빈곤한가?
박승옥씨 글 중 앞뒤 자르고 구미에 맞는 단어, 문구만 골라서 대공장운동에 대한 몰매질한 보수언론도 문제지만, 신자유주의자들과 보수언론의 '대공장 죽이기'식 비판과 박승옥씨의 글이 무엇이 다른가 잘 구분이 되질 않는다.
그렇다고 교육비, 의료비 ... 등등 고려하면 대공장 임금이 많은 것도 아니라고 방어하는 것도 빗나갔다. 그래서 황광우씨도 고루한 거다. 대공장 정규직 임금 높아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거다는 보수언론도 싸가지 없지만, 그렇다고 높은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많이 머시기하지 않은가? 유치하게시리...
대공장운동 위기의 총체성을 언급하지 못하고 단지 타협주의적인(사회적 합의주의)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대중운동 위기 원인을 전부 쏟아 넣고 그것을 빌미로 좌파결집해 보자는 식의 전노투도 문제다. 현자 민투위 집행부가 하청문제 어떻게 풀었는지 좀 기억하자. 조금 챙피하다. 그렇다고 조직형태의 문제(당이냐 평의회냐? 산별노조냐? 일반노조냐? 노조운동 포기냐?), 교섭형태의 문제(노사정위냐 산별교섭이냐 양자 모두 아니냐?), 투쟁의제 문제(임단투 필요없나? 사회적 요구투쟁은 어떻게?), 간부혁신 문제(간부활동론 읊어준다고 혁신되나?) 현장투쟁의 문제(현장투쟁만 열심히 하면 될 것인가? 근데 그것도 안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하나만 떼어놓고 논쟁하면 정말 답 없다.

4. 폭력은 대중이 선택하는 문제.
5.18은? 항일무장투쟁은? 싸빠띠스타는? 동티모르 게릴라는? 자살로 저항하는 것은 비폭력인가? 확실히 비폭력은 말도 안되는 것 같다. 그럼 모든 대항폭력은 정당한가?
'反(반)폭력'이라는 말은 너무 어렵다.

5.코뮤니즘(communism)과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의 혼동에 대하여
야마기시즘, 레츠(지역화폐운동), 생협운동..... 대안학교.... 생태공동체..... 이것들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보면 자본주의 유통구조와 자본의 운동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몬드라곤에서 배우는 것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것은 국가권력의 문제가 여전히 남고, 공동체 밖에는 억압적인 사회적 관계가 여전히 온존한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잘 살아보세는 결국 자기 만족적으로 끝날 수 있고, 의도하지 않게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풀어야할 빈곤, 환경오염, 교육, 보육 문제를 운동권이 주도하여 민중의 이중비용(세금은 세금대로 바치고)으로 보강하는 구조를 재생산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코뮤니즘은 억압적인 사회적 관계를 철폐하는 사회운동이지 우리끼리 모여 잘 살자는 공동체주의가 아니다. 야마기시즘 공동체에서 나오는 유기농 야채와 비싼 유정란의 소비층은 중산층이고, 대안학교도 경제력이 있어야 보낸다지?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학교 자료집에도 이러한 운동을 코뮤니즘적 맹아로 보는 듯 하지만,(제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6,'오즈의 마법사로 가는 노란 벽돌길(=3의길)'은 없다
박승옥씨가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 '성찰의 민주화 운동', '참여민주주의'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계급적 타협을 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기층 노동자·민중과 사회소수자(비정규직, 여성, 성적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홈리스, 빈곤층....)를 배제하고 뻔뻔하게 가는게 신자유주의인데 거기 어디에 이들이 참여할 공간이 있는가? 누구의, 무엇을 위한 참여인가 밝혀지지 않은 '참여민주주의'는 태생이 불문명한, 그래서 막걸리 민주주의다. 소액주주(=외국 기관투자자)의 집중투표제를 '참여민주주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7. 사회운동적 노조주의,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 사회적 조합주의...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학교 자료집중 어떤 동지가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설득력 있다. 사실 우리가 얘기하는 '사회운동적 노조주의(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와 박승옥씨가 얘기하는 (또, 김금수, 임영일, 한노사연, 영남노동문제연구소 등등이 제안하는)사회적조합주의는 분명 큰 차이가 있지만, 멀리서 떨여져서 보면 별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실천으로 논쟁하고 문제제기해야 한다. 뜬 구름 잡는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는데.... 뭔가 몇 가지가 빠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