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여성노동자를 파견노동자로 만들 노동부 입법예고안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밝혔던 현 정부는, 지난 9월 11일 노동부 입법예고 법률(안)을 내놓았다. 그 법률(안)은 비정규직 계약기간 3년 확대, 파견업무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다. 즉,‘현재 26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업종을 일부 금지업종을 제외한 전체업종으로 확대, 파견기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과 ‘현행 1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임의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정안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던 참여정부의 비정규보호입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우리 여성노동계는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지난 2년간 노사정위 논의조차 수용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입법예고 법률(안)은 비정규직의 사유를 전혀 제한하지 않고 있어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로 만들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1)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남용을 규제하기 위해 임시직을 3년까지 사용하도록 하되, 합리적인 사유가 있으면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를 허용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담고 있다. 만약 이렇게 법이 마련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3년이 되기 전에 임시직을 계약해지하고 새로운 임시직을 고용하거나, 파견으로 전환할 것이다.
결국 노동부안은 임시직의 남용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3년짜리 임시직’을 제도화, 공식화하는 것이며, 많은 업종에 대해서 파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2) 파견근로와 관련해서는 파견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건설공사현장업무, 선원업무, 유해․위험업무 등 몇 개의 업무를 제외한 전체 업종의 파견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상시 파견근로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파견근로 3년 사용 후에는 3월이 경과하기 전에는 파견근로 사용을 금지하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현행 고용의제 규정을 고용의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수준이여서 상시 파견근로 사용 제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작년 5월 23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 공익안 ‘파견근로허용 대상업무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노사가 참여하는 별도의 기구를 마련하여 정례적인 논의를 하여 허용업종을 정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3) 기간제 근로나 파견근로는 그 합리적 필요에 의해 사용되어야 하는 고용형태이다. 파견법도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 등 필요로 하는 업무나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파견업종을 사실상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4) 여성노동자들은 파견법이 제정된 이후 제조업 사무업종들이 파견근로로 전환되면서 근로조건이 후퇴되고 고용이 불안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들은 파견과정에서의 이중착취와 용역입찰 경쟁으로 인한 저임금과 고용불안, 뿐만 아니라 노동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또 다시 업종이 확대된다면 대다수의 여성노동자들이 파견노동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것은 단지 우려가 아닐 것이다.

5) 마지막으로 노동위원회가 차별시정의 역할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차별의 기준이 법에 정확히 제시되지 않는 한 그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가령 차별해소의 핵심 사항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명문화가 없고 기간제에 대한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법 안에서 차별시정의 역할은 미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약기간 3년 연장, 파견 대상업무의 전면 확대를 주 골자로 하는 노동부 안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중에서도 간접고용노동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구조적으로 더욱 열악한 위치에 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확산은 결국 비정규직에 대한, 그리고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확대와 고착화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작년 9월에도 이번 입법예고(안)과 비슷한 내용의 노동부 발표가 있었고, 당시에도 여성노동계는 우려를 밝히면서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이 전혀 수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간제 고용을 3년으로 확대하는 비정규직 확대법안을 입법예고(안)으로 제출하고 있다.

여성,노동계는 정부가 이 같은 입법예고 법률(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끝>

여성노동연대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