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에 실린 기사문입니다..^^

KT의 구조조정과 노동인권탄압이 불러 온 정신질환

국내 최대의 통신기업 KT로부터 명예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온갖 감시와 차별을 받던 노동자가 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알토란같은 공기업 한국통신은 해외매각이라는 방식으로 완전 민영화되었고(현재 정부지분 0%), 이름도 KT로 바뀌었다. 해외매각 과정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5년 사이에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둔 사람들이 마음은 편했을지 모르겠다. 거의 매년 지속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압력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피를 말리는 과정이었다. 특히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게는 일상적인 감시와 미행, 차별과 협박, 인간적인 모멸감 등 견디기 힘든 인권 유린이 가해졌다. 이들 중에 회사의 감시와 협박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KT 광주영업국에 근무하는 안00씨의 경우 최근 우울증과 신체화 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79년 을지전화국 교환원으로 입사해 20년 넘게 근무해 온 안씨는 2001년 KT의 114 분사과정에서 전적(114로 이동)을 동의하지 않았다. 2003년 9월 구조조정과정에서도 명예퇴직을 종용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회사는 안씨의 의사는 무관하게 영업부서인 상품판매팀으로 배치했다. 2003년 만들어진 상품판매팀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로 채워졌고, 이들은 회사의 일상적인 미행과 감시를 받아야 했다. 안씨는 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늘 가슴이 두근거리거 밤에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급기야 우울증과 신체화장애(뚜렷한 신체증상이 없으면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증상)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안씨를 포함해 무려 4명의 노동자가 이런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승인받은 상태다. 해당 KT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국의 KT노동자들이 여전히 회사측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감시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고, KT측은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KT회사측은 안씨 등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승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즉시 KT노동자들의 인권실태와 정신건강상태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이 문제의 원인이 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인위적 구조조정에 있는 만큼 KT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시민사회 주도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내 최대 통신기업으로 한 해에 수천억원의 수익을 남기는 KT. 지금도 불안과 우울증에 고통받는 KT노동자들을 위해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 광주노동보건연대 사무차장 정종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