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정치] 이라크 헌법 제정위원회 구성
평화네트워크 최 민

지난 5월 10일 이라크 제헌 의회는 5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헌법 제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헌법제정위원회는 앞으로 2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라크의 예전 헌법, 현재 적용되고 있는 과도행정법(TAL)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 제정위원은 유나이티드 이라크 연맹에서 28명, 쿠르드 연맹 15명, 알라위 전 총리가 이라크 리스트(시아파와 수니파가 섞여 있는 세속적 정당)에서 8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4석은 각각 공산당, 투르크멘, 기독교, 수니파에게 돌아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 제헌의회 의원들 이외의 인사들을 헌법제정위원회에 더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목상으로나마 수니파의 의견을 새 헌법 제정 과정에 더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5월 15일 이라크를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 장관 역시 제헌의회의 헌법 초안 작성위원회에 소수파인 수니파 참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55명으로 구성된 헌법 초안 작성위원회에는 시아파가 28명이지만 수니파는 2명만 임명됐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모든 이라크인들이 자기 이익이 대변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5월 15일자 기사에서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해, 수니파 저항 세력 중 일부가 더 큰 발언권을 보장한다면 무장 저항을 중단하고 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5월 16일 경향신문, 5월 15일 뉴욕타임즈)

헌법 제정 과정에 놓인 과제들
과반수 찬성으로 할 것인지 2/3 이상 찬성으로 할 것인지나, 제헌의회 의원들 외에 외부 인사를 헌법 제정위원회에 받아들일 경우 이들에게 의결권을 부여할 것인지 자문직으로 제한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헌법 제정위원회 위원들이 조만간 모임을 갖고 거기서 의장과 2명의 부의장을 선출한 뒤에야 의사결정 방식 등 구체적인 위원회 운영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될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본격적인 헌법 기초 작업에 들어가도 문제는 여전하다. 미국외교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부딪치게 될 가장 큰 문제로 연방제를 들고 있다.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연방제 혹은 지역 분권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연방 정부와 지역 정부 사이의 권력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몇 개의 지역으로 나누며 각각의 지역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랜 꿈인 독립을 포기하고 ‘연방제 이라크’ 아래에 머무는 대신, 6만 여명의 민병대를 유지하고 유전지대인 키르쿠크까지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는 북부 쿠르드 지역은 계속해서 분쟁의 핵으로 남아있다.
연방제 외에도 대통령제로 할 것인지, 내각제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다루는 권력 분배 문제, 석유 생산을 통해 확보하게 될 국가 재정을 각 종파와 지역 별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 이슬람 통치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 등이 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제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슬람 지배의 법전화와 이와 결부된 여성의 권리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작년에 미군 당국에 의해 승인된 과도행정법(TAL)은 이슬람을 이라크의 공식 종교로 인정하고 이슬람 교의가 입법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이 더욱 강화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들에 대한 공격은 이미 거리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대생들은 학교 정문에서 치마가 너무 짧은 게 아니냐, 왜 청바지를 입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영 방송에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성들이 점차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도 여성들에게 좀 더 보수적인 옷차림을 하라는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라크 여성들은 이미 지난 해 결혼, 이혼, 상속에 대한 결정권을 정부에서 성직자로 이관하려는 결의안 137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 바 있다.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최근에는 앞으로 만들어질 헌법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이라크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 여성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이스라 하산은 “현재 정부를 주도하고 있는 다와당(총리 자파리가 속한 당)과 SCIRI(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로부터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테러리스트 집단이나 외국 앞잡이로 간주한다. 나는 나의 신을 믿지만, 이런 압력은 부당하다.”고 말했다.(5월 12일 www.cfr.org, 5월 16일 www.csmonitor.com)

헌법 제정 절차
현재 헌법 제정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임시행정법(TAL)에 따르면 제헌의회는 8월 15일까지 초안 작성을 완료해야 하며, 이 초안은 10월 15일 국민 투표로 확정된다. 초안 작성 이후 국민 투표를 실시할 때까지 2달 동안 정부는 초안을 출판하여 널리 알리고, 공적인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8월 15일까지 초안 작성이 어려울 경우, 제헌의회는 헌법 제정 기간을 6개월 연장하는 청원을 8월 1일까지 제출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제헌의회는 헌법 초안을 2006년 2월 1일까지 완성해야 한다. 8월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금, 그리고 각 정파 사이에 이권을 둘러싼 대립이 심각한 지금 헌법 제정 기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0월 국민투표에서 헌법 초안이 통과되면, 그 헌법에 입각하여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선거가 12월 15일 실시되고, 12월 31일 안에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한편 임시행정법은 국민투표에서, 전체 18개 지역 중 3개 주 이상에서 2/3 이상의 반대가 있으면 부결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만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면 12월 15일 새로운 제헌의회를 수립하기 위한 총선거를 실시해야 하고, 새로 수립된 제헌의회가 헌법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임시행정법은 헌법이 2번째 부결될 상황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원래 3개 주에서 2/3 이상의 반대가 있으면 헌법을 제정할 수 없다는 조항은 쿠르드 세력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서 첨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쿠르드 자치 지역이 북부의 도후크, 에르빌, 술라이마니야 3개 주이기 때문에, 시아파 주도의 정국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헌법이 제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쿠르드 세력이 약진하자, 3개 주의 반대에 따라 헌법이 부결될 수 있다는 조항은 정부와 점령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사실 지난 1월 총선에서 안바르 주는 투표율이 2%, 살라후딘 주에서는 28%에 그친 것으로 알려져 강한 반정부 성향의 3-4개 주에서 헌법을 반대하는 투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현재의 아귀다툼식 정치에 반대하고 점령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이라크인들이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거나 투표를 보이콧하는 데 그치지 말고 스스로가 대안적인 정치세력으로 나서는 것이다. 헌법 제정 과정이 종파와 민족의 이름을 내걸고 사욕을 챙기려는 현재의 정치세력들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고 안정과 평화, 재건을 동시에 바라고 있는 많은 이라크인들이 직접 정치의 주체로 나서는 민주주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라크인권] 점령을 찬성하는 일부 반쪽짜리 이라크 여성운동
대항지구화행동 지은

이라크애국동맹(Iraqi Patriotic Alliance) 중앙위원회 회원인 나다 알-루바이에(Nada Al-Rubaiee)씨가 웹싸이트 www.freearabvoice.org 를 통해 미국과 비리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이라크내 여성운동단체들을 비판하며 그들의 친점령 경향이 어떻게 저항군들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왜곡시켰는지 밝혀놓았다. 또한 그녀는 현 이라크 여성운동의 선차적 과제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하고 있다. 그녀가 올린 글 일부요약을 통해서, 미약하나마 점령에 얼룩진 여성해방운동, 반면 점령군들에게 고통당하는 이라크 여성들 그리고 저항군과 일부 여성운동단체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이라크여성과 관련한 화제들이 이목을 크게 끌었다.
하지만 실제로 '페미니스트'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의도 이면에는 이라크 여성들을 남성과 국가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미국의 침공을 합리화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막상 그들이 그렇게 바라던 "해방"(바그다드 함락)이 이루어지자, 그들은 곧 이라크 통치 의회(IGC) 혹은 아야드 알라위를 따르는 임시정부 내에서 고위급 직위를 차지하였다. 2003년 11월 이라크 여성대표단은 백악관을 사적으로 방문하여 부시에게 "고마움"을 전달하고 이라크는 여전히 당신들을(미국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철군하지 말 것을 호소하였다.
2004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콜린파월은 이라크여성들의 민주주의 보장을 위해서 천만달러를, 미국과 이라크여성들간의 네트워크형성을 위해서 2천 7백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후원하였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미심쩍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미행정부는) 이라크 여성들의 민주주의를 개선시키는 데는 엄청난 돈을 들이 부으려 하지만 정말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부분들, 예를 들면 물과 전기부족과 같은 부분에서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 더구나 수천명의 사람들을 '민주주의'라는 동일한 명목으로 굴욕, 고문, 살인 등을 무자비하게 저지르는 것 또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이라크여성단체들의 역할이란 과연 어떤 것이란 말인가?
앞에서 말한 여성단체들은, 여성해방을 위해서는 꼭 반-저항군이라는 슬로건을 수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나 저질적인 고발들을 만들어 내기까지 한다.
최근에 있었던 허위비판 중 하나로써 이라크여성자유단체(OWFI)가 만들어 낸 것이 있다. 그들은 미국의 야만적인 팔루자 공격에 맞선 영웅적 저항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던 팔루자의 한 종교적 의회인 슈라의회를 비판했다. 슈라의회가 “10살 이상의 소녀들이 미군에게 강간당하기 전에, 무자히딘 저항군들이 강간해야만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계율들을 유포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기괴망측한 비난들이 완전히 근거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이를 통해 저항군들을 음모하고 점령시한을 늘이고 싶어하는 OWFI 본래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 어느 남부지역에서는, 이전에 저항군들과 연대를 위한 회의, 반-점령, 반-연합, 반-정부라고 불리워지는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두려움에 떨고 지낸다고 한다. 그들은 혹시 그들의 어머니나 딸들이 수감되거나 살해당할까 봐 그 곳을 떠나야만 할 처지가 되었다. 물론, 우리는 이라크 안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범죄와 불의에 대해서 절대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내 어느 여성운동단체들이 이러한 가족들을 테러하거나 위협하는 점령군과 Badr Brigade등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으면서 저항군들이 여성들에게 저지르는 잔학행위들에 대해서만 붙잡고 트집과 비난을 일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라크 북부 지역의 여성피해는 심각하다. 이라크 뉴스에 따르면 키르쿠크지역에서만 한 주에 30명 정도의 소녀들이 납치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등교 중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 소녀들을 마음대로 납치해가는 범죄집단 외에도, 여기에는 페슈메르가(Peshmerga)의 시민군들이 활발히 관련되어 있다. 그들은 쿠르드족이 통치해야할 역사적 권리를 가진 도시 키르쿠크에서 아랍가족들이 다 나오도록 강요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반면에, 이라크여성 과학자, 의사, 그리고 대학교수들은 시스템적으로 납치, 감금, 살해당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똑같이 끔찍한 질문을 하나 할 수 있다 : 이러한 여성들이 죽어 사라지면, 누가 이익을 보게 되는가? 그리고 이라크 여성 과학자들은 왜 점령군의 감옥에서 아직도 갇혀 있는가?
우리는 이러한 행동들 대부분은 이전과 같은 독립적 이라크 재건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점령군들과 이를 편드는 자들이 세운 전략들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즉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이라크를 만들어가고자 펼치는 노력들이라고 보면 된다: 바로 약하고 의존적인 국가를 위해.
단언컨대, 이라크저항군들은 조금도 여성들을 공격하는데 관심이 없다. 반대로 그런 고학력 여성들은 시오니즘적 제국주의자들을 반대하는 싸움들을 지지하면서 지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사람들이다.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시키고 헌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이라크 여성들은 미국정권에 의해서 체포당하고 고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이 여성, 남성들을 고문하고 그들 모두를 '저항군'으로 만든 범죄들이 ‘여성들의 해방’아래 해 온 방법이었다. 잘 알려진 한 예로 악명높은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파티마흐는 미국 교도관들에게 되풀이해서 윤간을 당해 왔다. 또 다른 한 예로, 아르-라마디 지역에서 미군이 낸 화재 속에서 저항군이었던 아들의 시신을 되찾아 오려다가 죽음을 당한 여성도 있다. 그 외에도 이라크 여성들은 무장저항군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주었으며 지지활동을 펼쳐오기도 했다. 북부모술 지역에서는 아예 여성들이 직접 무기를 들고 저항군이 되기도 했으며, 바그다드 지역 알-무샤하다 마을 여성들은 미군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미군이 들어왔을 때 그들을 반기기 위해 지붕위까지 올라갔던 초기반응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매니큐어나 바르러 영국으로 떠나거나 혹은 부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부유한 여성들과는 달리, 실제 지역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되찾으려는 여성들이 있다.
정확히 말해서, 우리는 현재 이라크 저항군들은 이슬람교와 비종교적 요소 둘 다 포함되어 있다고 분명히 주장한다. 비종교인들은 일반적으로 반-제국주의자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며, 침략자들과의 교전 시 최고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앞서 우려스러운 여성단체들에게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고자 한다 : 여성 해방은 고귀한 목표이다. 하지만 여성해방은 국가 해방을 위한 무장저항과 이라크 국민들이 주체가 되어 헌법을 제정, 이 두 가지와 함께 가지 않으면 절대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