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조카는 작년부터 일곡동의 한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초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엄마들한테 밥당번을 시켰습니다
게다가 배식이 끝나면 유치원 청소까지 깔끔하게 해놔야 한답니다
조를 미리 편성해놓고 만약에 못 나올때는 일하는 사람을 구하고
대신 일당 3만원을 내야 하죠!!!
직장 다니는 언니를 대신해 저희 엄마가 나갔다가
밀걸레에 미끄러져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집에 와서 아프다고 끙끙 앓는 엄마를 보고 아빠가 하시는 말씀
'그러니까 3만원 낼것이지!'


이게 뭔 짓입니까!!!
도대체!



- 참고로 그 학교는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자율적으로(?) 밥당번을
운영한다고 하더군요..


>>> Writer : 송한수
> 이프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 -----------------------
>
>
> "어머니, 학교와서 밥 좀 하세요?!"
>
>
>
> 글 송민성
>
>
>
> 아이급식 때문에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하기도
>
>
>
> 오늘이 사흘째인가, 나흘째인가. 갑자기 물으니 긴가민가하네요. 어쨌거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본질은 따로 있어요. 단순히 밥 퍼주고 국 퍼주는 문제가 아니란 말이지. 학교급식당번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슈? 에그, 그러니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하지. 이왕 시작한 얘기니, 내가 것부텀 설명을 할 테니 들어봐요.
>
>
>
> 새 학기 맞는 아이들 가진 부모 마음이야 아 기쁘고 설레고 왜 안 그렇겠수?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왜냐, 아이들이 새 학기만 되면 그 조그마한 손에 종이 한 장을 팔랑팔랑 가지고 오는데 그게 영 심사를 불편하게 한다는 거죠. 그 종이로 말할 것 같으면 누구 누구 어머니가 모월 모일 급식당번을 해주셔야겠으니 모월 모시까지 학교로 와달라, 뭐 이런 내용의 출두서예요. 출두하지 않으면 아이들 수업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고 숫제 협박을 하니 출두서가 아니고 뭐예요?
>
>
>
> 그걸 받아든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딱 죽을 맛이에요. 나처럼 직장 있고 장애 가진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사장 눈치 선생 눈치 덜 볼까 아니면 이번엔 누굴 보내나 고민하느라 머리가 깨질 지경이에요. 그 중에서도 애 눈치가 제일이지. 왜 안 그렇겠어요? 다른 애들은 다 엄마가 와서 선생님이랑 인사도 하고 밥도 퍼주고 그러는데 지만 엄마가 안 오고 다른 사람이 왔다고 해봐, 그런 날엔 입이 몇 치나 나와서는 쯧쯧.
>
>
>
> 아무리 내 사정을 설명해도 막무가내예요. 선생은 선생대로 안 오시면 안 된다고 딱 자르고, 애는 애대로 아빠나 할머니가 오는 건 싫다고 징징거리지. 그나마 대신 보낼 아빠나 할머니도 없는 애들은 또 어쩌구요? 전쟁이야, 전쟁. 정 가기 힘들면 도우미 쓸 비용을 내면 된다지만 만 원, 이만 원이 적은 돈도 아니구요. 배부르고 등 따신 분들에겐 푼돈이어도 어디 그런 분들이 흔한가요? 다들 사는 사정들이야 빤한데 말이에요.
>
>
>
> 그럼 월차 내서 급식당번 가면 되지 않느냐구요? 그런 속 편한 소리 하지 말아요, 당번이 2인 1조 아니면 3인 1조니까 한 달에 두 번씩도 돌아오거든요. 그럼 월차 두 번 내요? 그러기만 해봐, 당장 ‘여자들은 어쩔 수 없고’ 어쩌고 하는 얘기가 나오지. 내 아는 사람 중에는 당번 가려고 월차 두 번 내다 권고사직 당한 경우도 있어요. 전업주부들은 좀 낫지 않느냐고? 아, 전업주부들은 집에서 놀아요?
>
>
>
> 전업주부는 집에서 놀아요?
>
>
>
> 전업주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교운영위원회니 뭐니 하는 것들 죄다 평일 낮에 잡혀 있다구요. 엄마들이 모두 전업주부일 거라고 전제하고 들어가는 셈인데, 더 큰 문제는 그 전업주부들을 언제든 불러내 써먹을 수 있는 손쉬운 노동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거예요. 점심도 못 먹고 밥 나눠주고 나면 선생이 그래, 오늘은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그럼 애들 수업 끝나는 시간에 다시 와서 왁스로 바닥 닦고 걸레로 먼지 닦고 그걸 다 해야 돼요. 이건 숫제 학교 공식 파출부야. 아, 그렇지 않고서야 급식에 환경 정리에, 온갖 명목으로 엄마들을 호출해댈 수 있겠냐고요.
>
>
>
> 이건 교육상으로도 아주 좋지 않아요. 밥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해? 이 쌀 한 톨, 멸치 한 마리가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느냐고. 밥을 먹는다는 건 그 사람들의 노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잖아요. 밥을 푸고 반찬을 나눠주면서 그 수고로움을 떠올리고 감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건널목 건너고 화장실 가는 법은 가르치면서 왜 제 손으로 밥 푸는 법은 안 가르치는지 몰라.
>
>
>
> 그리고 난 학교가 이러는 거, 근본적으로 모성 착취라고 봐요. 엄마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앞치마 두르고 밥만 푸거든요. 엄마 이꼬르 밥 푸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러니 고마운 줄도 몰라, 엄마는 당연히 밥을 퍼주는 사람이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왜 엄마여야 해요? 밥 퍼주고 커튼 빨아주고 바닥 닦아주는 사람이 왜 엄마여야만 하냐구요? 양성 평등 백날 외쳐봐요. 만날 엄마가 학교에 불려 와서 밥 퍼주고 청소해주는 한 여성부 백 개를 세워도 양성 평등은 안 이뤄질 테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구요? 아 그걸 같이 고민해보자고 내가 여기 나와 있는 거죠.
>
>
>
> 지난번에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에서 1인 시위를 한 이후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강제당번제도를 폐지하라는 ‘초등학교 저학년 배식 지도’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나도 읽어봤는데 말만 번지르르했지, 결국 너네끼리 알아서 하라는 거예요.
>
>
>
> 엄마는 학교의 손쉬운 일꾼!
>
>
>
> 각 학교마다 설문조사란 걸 했는데 그 항목이 참 재밌어요. 종전대로 운영, 희망하는 분에 한해 자원봉사, 유급 배식요원 고용, 기타. 그런 뭘 선택하겠어요? 희망하는 분에 한해 자원봉사, 말이야 좋죠! 나도 애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처음 한두번은 가고 싶고 그랬어요. 그런데 매달 두어 번은 꼭 불러내고 일단 가면 나는 일꾼 취급이고, 자원봉사야 정말 마음 내고 시간 내서 하는 거잖아. 그런데 학교에 아이 맡겨놓고 순수한 자원봉사가 가능키나 해요?
>
>
>
> 게다가 유급배식요원 고용시 비용은 학부모 부담이야.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로 볼 때 배식종사자의 인건비를 교육재정에서 부담하기는 어렵다나 뭐라나? 아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고 급식도 교육의 일부라면 정부에서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식당을 만들든 유급인력을 고용하든 고학력 배식봉사를 하든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지. 돈없다고 손 놓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
>
>
> 영국만 해도 급식당번 지원자를 학기 초에 받고 시간당 얼마 하는 식으로 돈을 준답니다. 애초부터 급식시설 설치와 운영 유지비는 정부에서 부담하고 학생들은 식품비만 낸다고 하더라구요. 일본은 또 어떻구요? 밥먹기전에 자연의 혜택과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알게한대요. 음식은 아이들이 직접 배식하구요
>
>
>
> 그러니까 우리도 머리를 모아보자 이겁니다.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지침만 내릴 것이 아니라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한데 모여서 정말 자율적이고 즐거운 급식을 위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맘껏 떠들어 보자는 거예요
>
>
>
> 그게 바로 내가 "학교급식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라는 팻말을 들고 사흘째인지 나흘째인지 교육청 앞에 서 있는 이유예요, 이제 궁금증이 좀 풀렸어요? 회사 다니면서 어떻게 나왔냐구요? 실은 우리 사장도 애 둘 딸린 취업주부거든요.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데 급식당번 문제 해결하러 간다고 했더니 아 쌍수를 들어 환영하잖겠어요. 자기도 죽을 지경이니 제발 그것 좀 어떻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좋다는 거예요. 교육청 나으리들도 게으른 아줌마들의 앓는 소리라고 귓등으로 넘겼단 큰 코 다칠 테니. 두고 봐요 내 이 문제 해결될 깨까지 이 앞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
>
>
> "모성볼모 노동력 착취 학교급식당번제도 폐지하라!"
>
> 이를 묵인한 서울시 교육청은 각성하라
>
> -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