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미국>

"쿠바와 달리 부시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머조리 콘(토머스 제퍼슨 법대 교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드러낸 미국과 조지 부시의 진실



지난 달 29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바다와 호수, 강으로 둘러싸인 수상 도시 루이지애나는 제방 붕괴로 인해 아비규환 지경에 이르렀고 사상자 숫자가 1만명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의 질서유지를 책임지는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은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이 가운데 피해는 흑인들에게 집중, ‘세계유일강대국’ 미국의 본질에 대한 발본적 질문이 각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미국의 진보적 저널 Truthout에 머조리 콘(Marjorie Cohn) 토머스 제퍼슨 법대 교수가 기고한 ‘The Two Americas’라는 글이 실렸다. 국제인권과 미국의 대외 정책 연구자인 콘 교수는 지난 해 9월 카트리나와 같은 ‘카테고리 5’ 등급인 허리테인 이반이 쿠바를 강타했을때 단 한명도 사상자가 나지 않았던 전례와 미국의 현 상황을 비교하며 “국토안전이 외국의 침입 뿐 아니라 심각한 자연재난으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는 쿠바와 달리, 부시는 우리의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실패하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뉴올리안즈 지역에서 벌어진 이른바 ‘약탈’ 현상에 대해서는 지난 1992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 ‘LA폭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오랜 세월동안 표면 아래에서 숨죽여왔던 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 “지금 뉴올린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지적하며 “특권을 누리는 우리-대부분이 백인-는 또 다른 하나의 미국의 그림을 제대로 관찰할 기회조차도 가지지 못해왔던 것”이라 고백했다.


Truthout의 주요 필자중의 하나인 머조리 콘은 최근 “왜 부시는 시핸(신디 시핸: 이라크 전에서 아들을 잃고 부시의 크로포드 목장 앞에서 반전시위를 벌인 여성)에게 대답하지 못 하는가?” (Why Bush Can't Answer Cindy?)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두 개의 미국






머조리 콘 토머스 제퍼슨 법대 교수
토머스 제퍼슨 법대
지난해 9월, 시속 160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카테고리 5의 허리케인이 작은 섬 쿠바를 강타했다. 그 허리케인이 도달하기 전 150만 명이 넘는 쿠바인들은 안전한 지대로 대피했고 허리케인이 주택 2만 채를 날려버렸지만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뉴멕시코 대학 사회학 교수이자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인 넬슨 발데스는 “(쿠바의) 시민방위 시스템은 지역 커뮤니티에 뿌리박고 있어 사람들은 대피하기 전에 이미 어디로 향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발데스는 "쿠바의 지도자들은 TV에 직접 나와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쿠바의 상황과 카트리나에 대한 조지 부시의 대응을 비교해보자. 카트리나가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했을 때 그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TV에 나타나는데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 보고를 하는데) 3일이 걸렸고 폐허가 된 지역을 방문하는데는 5일이 걸렸다. 지난 목요일(9월 1일자)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어제 대통령의 행동은 너무나 안이하여 무관심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그가 보였던 반응의 그 어떤 부분에서도 그가 이 위기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발데스는 “(쿠바에서는)사람들을 경기장에 쑤셔 넣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준비된 대피소들에는 지역 커뮤니티에서부터 피난민과 함께 움직인 의료진들이 있다. 쿠바에는 동네마다 가정의가 있고 그들은 주민들과 함께 대피하게 된다. 예컨데 ‘누가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발데스의 설명이다.


발데스의 관찰에 의하면 쿠바에서는 애완동물과 수의사 심지어 TV와 냉장고도 대피소로 옮겨진다고 한다. 따라서 “누가 자신의 물건을 훔쳐갈까 싶어 대피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허리케인 이반 (역자 주: 2004년 9월 멕시코만을 강타해 쿠바와 미국 남부지역을 집어삼켰던 허리케인) 이후, UN 재난본부의 위원장은 쿠바를 허리케인 대비의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UN 재난본부 감독관인 살바노 브리세노는 "쿠바식 재난대비는 유사한 경제조건을 가진 나라들 뿐 아니라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서도 쿠바만큼 자신의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계속 규모가 커져가기만 하는 허리케인이 뉴올린즈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수도 없이 받아왔다. 그러나 부시는 그러한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각 주들이 지구온난화를 규제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FEMA(연방 긴급재난대책본부)를 약화시켰고(역자 주: 9.11 사태 이후 독립적 기관이었던 FEMA는 예산이 감축됐고 국토방위청-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산하로 흡수됐다), 또한 부시는 뉴올린즈의 제방설치와 정비를 담당했던 공병부대의 예산 44%, 7120만 달러를 삭감했다.


또한 부시는 주 방위군과 주요 장비의 절반 가까이를 이라크 전쟁에 보내버렸다. 뉴올리안즈 재난본부의 월터 매스트리는 일년 전 "모든 돈은 이제 대테러 방위와 이라크 전쟁을 위한 대통령의 예산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수요일(8월 31일자) Editor and Publisher는 제방 쌓기를 담당했던 공병단위가 "안 그래도 연방 세금감축으로 예산이 불안정한 조건에서 그나마 있는 예산도 이라크 전쟁과 테러방지에 투입됨으로 인해 제방건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기사로 지적했다.


뉴올리안즈 제방건설 프로젝트의 선임 관리자인 알프레드 나오미는 "이 허리케인의 규모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스템이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국토안전이 외국의 침입만이 아니라 심각한 자연재난으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는 쿠바에서와는 달리, 부시는 우리의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실패하였다. 어제(9월 2일자)의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폴 크루그먼은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살펴봐도 우리 지도자들은 정부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전쟁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국민들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구하는 일, 그리고 제대로 된 재난대처를 위해 돈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가진 자들에게) 절대로, 절대로 함께 희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존 에드워즈는 ‘두 개의 미국’에 대해 이야기 했다. 뉴올리안즈 사람들이 어떻게 구조대원들을 향해 총을 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로드니 킹에 대한 구타가 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영된 이후 (역주: LA경찰이 흑인 로드니 킹을 아무 이유없이 막무가내로 구타한 사건이 TV를 통해 방영되 1992년 LA 폭동의 도화선이 됐다) 가난하고, 절망적이고, 배고픈 이들은 동네거리를 점거하고 방화, 약탈을 저질렀다.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표면 아래에서 숨죽여왔던 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지금 뉴올리안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 때와 똑 같다. 대부분인 백인인 우리, 특권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또 다른 미국의 그림을 제대로 관찰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왔다.


할렘에 있는 아비시니안 침례고회의 캘빈 벋스 목사는 "이것은 인종-계급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카트리나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거의가 가난한 사람들, 가난하고 피부가 검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뉴올리안스 시장이자 흑인인 레이 내긴은 목요일 밤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천명이 이미 죽었고 또 매일 수천명이 죽어가는 곳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고 외쳤다.


그런데 같은 날 국토방위청의 마이클 셸토프는 (카트리나 이후) FEMA(연방 긴급재난대책본부)와 다른 연방 기관들이 아주 훌륭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다고 떠벌렸다. 레이 내긴의 말을 좀 더 들어 보자 “그들은 턱도 없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그들은 계속 말을 돌리고 있고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있다”


내긴과 인터뷰를 진행한 라디오 아나운서가 약탈 상황에 대해 물었을때 내긴은 “몇몇 멍청이들을 제외하고는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물과 음식을 찾고 있는 것일 뿐”이라 답했다. 내긴은 뉴올리안즈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서는 외부로 부터의 마약 공급이 끊겨 마약 대체물을 찾으며 약국과 병원을 습격하며 거리를 배회하는 중독자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허리케인 이반이 쿠바를 덮쳤을 때 통행금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탈이나 폭력은 전혀 없었다. 쿠바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배를 타고 있었던 것이다. 이반에 대한 대비를 미국의 침략에 대한 오랜 대비와 비교하며 피델 카스트로는 "우리는 지난 45년 동안 허리케인 이반에 대비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목요일, 쿠바 의회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자들을 향해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 메시지에서 쿠바 인민들은 자신들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러배마의 피해를 전해 듣고 있으며 그 소식들로 인해 고통과 슬픔에 잠겨 있다고 밝혔다.


그 메시지는 사망자, 이재민, 피해자의 가장 많은 부분이 아프리칸 어메리컨(흑인), 라티노 노동자들 그리고 가난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아직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쿠바로부터 온 메시지는 전 세계가 이 비극을 스스로의 것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