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저운임·유가보조금 압류에 머리띠 묶고 분신

문형구 기자


10일 오전 투쟁조끼와 머리띠를 맨 채 분신한 김동윤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은, 동아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전신 2~3도 화상에 폐와 기관지까지 화기를 흡입해 위독한 생태다. 김씨는 곧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에서 열성적인 조합원·조직담당자로 활동했던 김씨는, 지입차주로 불리는 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분노해왔는데 최근 부산시가 세금체납을 이유로 화물노동자들의 유가보조금까지 압류하고 나오자 분신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동윤 조합원이 분신을 하기 전인 이날 오전 9시 30분경, 그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김병수 사무차장은 "김동윤 조합원이 '유가보조금 환급분까지 세무서에서 압류를 해 어려워서 못살겠다'면서 '사무차장과 지부장은 신선대 부두 앞으로 빨리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가보조금 환급은 화물연대가 2003년과 2004년 에너지세제개편안 투쟁에서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경유 리터당 152원의 특별소비세를 화물노동자에게 환급해왔으나, 부산시는 9월초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과태료 등이 미납된 사람들에 대해 보조금까지 압류해 버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동윤 조합원이 "기름값이 너무 올라 힘들어 못살겠다며 분신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실제로 화물차 운전자들은 기름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12~3%가량 낮아진 운임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려왔고 김동윤 조합원 역시 세금체납액이 1,2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과 화물연대로 구성된 '화물통합노조 준비위원회'(이하 화물통준위)는 성명서를 내고 "김동윤 조합원은 최근 과태료 미납 등을 이유로, 마땅히 지급받아야 할 유가보조금조차 압류당하는 현실에 분개하여 분신을 기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물통준위는 "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자(지입차주)들은 고질적인 저운임에, 직접비용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사용자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대응책도 전무하다"며 "김동윤 조합원의 비극은 오늘날 대부분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동윤 씨의 분신과 관련해 화물통준위는 11월로 예정된 대정부 총력투쟁을 앞당길 예정이다. 화물통준위는 지난 7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하여 '2005 대정부 요구 관철을 위한 투쟁본부'로 조직을 전환하고, △노동기본권 쟁취 △제도개선 △유가인하를 목표로 오는 11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김동윤 조합원 가족관계와 분신 경과>

김동윤(48세) 화물연대 부산지부 해운대지회 조합원

1. 가족관계
- 부인, 딸 2(중3, 고2)
- 노부모님 시골에 살아계심
- 방2칸 전세방에 어렵게 살아가고 있음.
- 현재 울산 화학공단 내 애경유화 물량을 운송중에 있음. (울산 <-> 부산, 추레라)

2. 노동조합·당 활동
- 민주노동당 99년 12월 21일 가입 활동 중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해운대구위원회 소속)
- 화물연대 2002년 10월 27일 화물연대 출범식 때 가입함.
- 현재 화물연대 부산지부 해운대지회 우동분회 조직담당으로 활동 중

3. 분신 하루 전날의 전화통화 내용
- 9월 9일 오전 10시 울산지부 양OO 조합원(같은 곳에 일하고 있음)을 만난 자리에서 "못살겠다. 죽겠다"는 이야기를 함.
- 해운대지회 조OO 부지회장과 통화해서 "죽고싶다, 세상 살기 싫다"는 이야기를 함.
- 오후 6시 민주노동당 해운대위원회 이OO 당원과 통화, '술 한잔 하러 당으로 오라'는 이야기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못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이 때 음성이 대단히 침울한 상태였다고 함.

4. 분신 당일의 상황
- 9월 10일 오전 9시 30분 부산지부 김OO 사무차장 폰으로 전화 해 "유가보조금을 세무서에서 압류해갔다. 어려워서 못 살겠다. 신선대 앞에 있다"고 말함. 김 사무차장은 "곧 갈 테니 기다려라"고 말했고 곧 전화가 끊김.
- 오전 9시 50분 지인인 연OO 조합원이 전화를 하니까 "OO아 잘 살아라, 난 간다"고 말하고 전화 끊음.
- 오전 9시 50분경 담요를 몸에 두르고 시너 18ℓ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
- 오전 9시 50분경 분신직후 부근에 있던 동료 및 현장에 달려간 지부 간부들이 불을 끄고 동아대 병원으로 이송
- 오전 11시 현재 전신 2-3도 화상. 1-2일이 고비인 상태

5. 유류보조금 압류 경과
- 부가세 미납금이 1200만원 가량
- 관할 세무서인 수영세무서측과 상의함.
- 월 50만원씩 갚아나가기로 약속하고 세무서에 이행각서를 써 줌.
- 이후 2개월간 착실하게 갚아나갔음.
- 이행각서 작성 시, "유류보조 환급 시(대략 350만여만원) 생활을 해야 하니까 50만원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돌려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에 대한 약속을 받고 각서를 써 줌.
- 그런데 며칠 전 유류보조 환급 시 전액 세무서에서 가져가 버림.
- 이미 통장 등은 압류조치되어 있는 상황.
* 출처 : 생존권보장, 제도개선,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화물통합노조 준비위원회 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