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당시 발표된 출범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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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출범선언문


오늘날 무려 820만에 달하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의 억압과 착취에 고통당하고 있다. 항시적인 고용불안과 최저임금을 받으며 온갖 차별과 멸시를 당해야 했으며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조차 박탈당해왔다. 노동자는 하나임에도 정권과 자본의 정규직-비정규직 갈라치기와 분할통치에 당하며 생존권적 투쟁마저 짓밟혔다.

전국의 비정규직노조들은 2003년 이용석 열사, 2004년 박일수 열사의 목숨 건 저항을 겪으며 “지역과 업종, 고용형태를 떠나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는 자각 속에서 지난 2년 동안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준비위원회 체계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국적 공동투쟁을 기획하고 조직해왔다.

특히 비정규직 확대양산과 차별온존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에 맞서 구속을 각오한 선도적 투쟁을 벌이고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의 최선두에서 투쟁을 전개해왔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직접고용, 일반노조, 이주노조 등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통받는 모든 노동자들이 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으로 단결하여 정부 개악안 저지와 비정규직권리입법 쟁취를 위해 지난 1년간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전국적 투쟁전선을 사수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은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노동계급의 단결’을 실현하려는 정신은 심각하게 퇴행하여 대중운동 자체가 사업장․고용형태 등 갖가지 울타리 속에 갇힌 채 분열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산별연맹을 넘어 산별노조 건설이 대세로 되는 시대지만, 민주노조운동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던 80년대 후반 대중적으로 실현되었던 계급적 연대의 수준은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여기에 기아․현대자동차 노조 일부 타락한 간부들의 취업비리와 민주노총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이 겹쳐져,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치 망망대해에 떠있는 난파선처럼 방향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 투쟁의 정신이 심각하게 후퇴한 현실의 민주노조운동 속에서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은 심각한 고립과 박탈의 장벽에 부딪혀야 했고 자본과 정권에 의해 각개격파 당해야 했다.

그러나 처절하게 싸우다 깨질 수밖에 없는 역사적 운명을 갖고 있었던 지난 5년여 동안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은 최근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있다. 5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3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조직되고, 6만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굴욕과 굴종의 삶을 거부하며 당당한 노동자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오늘 우리는 지난 2년간의 준비위원회 투쟁의 성과를 모아, 비정규직노동열사들의 투혼이 서려있는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의 깃발을 820만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가슴 속에 높이 세운다.

끊임없는 탄압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부딪히며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민주노조의 깃발, 열사들의 투혼이 서려있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더 이상 훼손해선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열사들이, 얼마나 많은 투사들이 자신을 내던지며 지켜내고자 했던 이름인가! 그것은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정신이며! 실천이며 투쟁이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나 자신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비정규직철폐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고된 길임을 지난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의 경험은 생생히 보여줬다. 그러나 그 길만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기에 굳건히 전진할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수많은 열사를 가슴에 묻고 분할의 울타리를 넘어 전국적인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절감한 비정규직노조들의 아래로부터의 연대체이다. 물론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의 ‘오늘’은 보잘것없다. 참가조직의 규모와 요구되는 역할에 비해 집행력은 턱없이 부족하며, 각급 비정규직노조가 벌이고 있는 투쟁을 진두지휘할 능력도 아직 갖고 있지 못하며 그것이 바로 비정규직운동의 현주소와 같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과 같이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모아내고 전국적인 공동투쟁의 구현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또한 우리는 각종 비리와 퇴행으로 얼룩진 민주노조운동을 아래로부터 혁신하고,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비리와 퇴행을 열사의 이름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노동운동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운동’이며 우리 스스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모범’을 창출할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가진 실력만큼 솔직히 발언할 것이고, 발언한 만큼 반드시 책임을 질 것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첫 출발은 작지만 820만 비정규직노동자들과 함께 땀흘려 노동하는 사람들이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두에 서서 투쟁할 것이다! 지역, 업종, 고용형태, 소속 연맹은 모두 달라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통받고 차별받으며 노동3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모든 비정규직노조들의 구심이 될 것이다! 우리는 82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씨앗’이 되고자 한다!



2005년 10월 16일

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